北 노동자엔 지옥, 韓 여행자엔 천국인 그곳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2019.04.23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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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러시아 방문 공식화
24~25일 푸틴과 회담할 듯
개최지 블라디보스토크 유력
최근 韓서 많은 찾는 여행지
北서 파견된 노동자도 많아
"건설현장서 노예 같은 생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시내 전경. 뒤쪽으로 루스키대교로 육지와 연결된 루스키섬이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오는 25일쯤 루스키섬에 있는 극동연방대에서 정상회담을 열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블라디보스토크시 웹사이트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시내 전경. 뒤쪽으로 루스키대교로 육지와 연결된 루스키섬이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오는 25일쯤 루스키섬에 있는 극동연방대에서 정상회담을 열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블라디보스토크시 웹사이트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공식화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3일 김 위원장이 곧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통신이 구체적인 정상회담 날짜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주요 외신은 오는 24일 정상 만찬에 이어 25일 단독 및 확대회담을 진행하는 일정으로 예상한다. 만찬 장소는 미정이나 정상회담 장소로는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섬의 극동연방대가 유력하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를 놓고 한반도를 둘러싼 치열한 외교전이 펼쳐지는 가운데 김 위원장 집권 후 첫 북러 정상회담이 예고되면서 회담 개최지인 블라디보스토크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러시아의 대표적인 항구도시이자 태평양함대가 위치한 군항으로 한반도와도 역사적으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국에서는 최근 '아시아 속 작은 유럽'이라 불리며 인기 여행지로 떠올랐지만, 외화벌이에 내몰린 수많은 북한 노동자들이 노예 같은 생활을 이어가는 땅이기도 하다.



◇인기 여행지 된 동방의 지배자'=러시아어로 동쪽을 의미하는 '바스또크(восто?к)'와 지배하다라는 뜻의 '블라데띠(владеть)'에서 이름이 유래한 블라디보스토크는 한국에서 비행기로 1시간 3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다. 유럽 같은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저렴한 물가와 다양한 해산물을 즐길 수 있어 한국 여행자에 인기가 많은 관광지다. 특히 2014년 1월 1일부터 한국과 러시아의 60일 관광비자 면제 협정이 발효한 이후 블라디보스토크를 찾는 한국인 관광객이 급증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러시아항공은 물론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같은 저비용항공사(LLC)도 직항 노선을 운영한다. 그만큼 수요가 많다는 얘기다.

블라디보스토크 남쪽에 있는 제주도 절반 크기의 루스키섬도 유명하다. 러시아에서 가장 큰 아쿠아리움이 있으며, 2012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을 위해 건설된 3.1㎞ 길이의 루스키대교로 육지와 연결된다. 매년 9월 동방경제포럼도 이곳에서 열린다.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이날 루스키섬의 극동연방대 캠퍼스에서는 북러 정상회담 준비가 한창이라며 건물 복도에 러시아 국기와 인공기가 나란히 놓이고 학생들과 교직원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노동자 신규 고용을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에도 버젓이 운영되고 있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북한 노동자 파견 업체. 북한 노동자 신규 고용을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에도 버젓이 운영되고 있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북한 노동자 파견 업체.
◇남자는 공사장, 여자는 식당으로=블라디보스토크에는 한국인 관광객뿐 아니라 북한 노동자도 늘어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 노동자 고용을 금지하는 대북 제재 결의를 채택했지만 허점을 노린 위장 취업이 계속되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대북 제재로 북한으로 돌아갔던 노동자들이 최근 다시 블라디보스토크로 유입되고 있다"며 "학생비자로 입국한 북한 노동자 가운데 남성은 건설현장, 여성은 식당 등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러시아 당국이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를 지키기 위해 북한 노동자 일부를 추방했지만, 대부분이 이민 정책의 허점을 이용해 다시 러시아로 들어왔다는 것이다.

BBC방송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는 약 2만4000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블라디보스토크와 시베리아 등에서 건설현장과 벌목, 농업, 어업 등에서 일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뉴욕타임스는 2017년 7월 블라디보스토크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 실태를 보도하면서 이들이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며 "기본적으로 노예 상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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