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회의 통역사가 하는 일은?
문법에 맞지 않는 표현을 쓰거나 긴장한 듯 자꾸만 버벅이고, 주제와는 살짝 비껴난 자신의 이야기를 길게 이어가는 바람에 "이 실력으로 어떻게 통역을 하지?" "요즘 이 정도 실력자는 너무 많은데" "진짜 이 실력으로 국제회의 통역 가능한가요?" 등등의 댓글이 줄을 이었어.
김지순 위스픽 국제회의 통역사
김혜미 위스픽 국제회의 통역사
이때 소통을 돕기 위해 현장에 참석하는 국제회의 통역사들은 밖에서는 절대 알 수 없고 알아서도 안 되는 온갖 비밀을 모두 듣고 말하게 되는 거지. 그러니 국제회의 통역사들에게 '기밀 유지'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의무이자 그만큼 정확한 통역을 해야 한다는 책임이기도 한 거야.
김혜미 통역사는 "내가 이곳에 왔다는 사실조차 말하면 안 되는 경우도 있다"면서 "통역사 입장에선 점점 일의 강도가 올라가고 있고 쉬운 일은 없어지고 있다"고 말했어. "모든 일이 민감하고 모든 일이 비밀"이라면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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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한국어와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만으론 국제회의 통역사가 될 수 없어. 각 분야에 대한 전문가들이 모여서 엄중한 사안을 논의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그곳에서 오가는 각종 전문용어들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기억해둬야 하지. 우리가 의사가 아닌 이상 병원에서 의사들이 의학용어로 대화하는 걸 들으면 무슨 얘기인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잖아? 하지만 의학 회의에 참석한 국제회의 통역사는 그 모든 의학용어들을 다 알고 있어야 해.
이걸 두고 김지순 통역사는 "이미 영어를 배웠지만 매번 또 다른 외계어를 배워야 한다"고 표현했어. 김혜미 통역사는 "한국어와 영어는 기본으로 당연히 잘 해야 하고 플러스(+) 지식의 싸움"이라고 말했고.
매번 다른 분야, 다른 내용의 현장을 찾는 국제회의 통역사에게 '쉼'이란 없어 보였어. '국제회의 통역사의 하루 일과'를 물었더니 각종 국제회의들이 집중적으로 개최돼 일이 몰리는 성수기에는 일하느라 바쁘고, 상대적으로 통역일이 줄어드는 겨울 비수기에는 공부하느라 바쁘더라고.
일을 맡게 되면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용어 정리부터 해서 통역을 위해 알아둬야 할 각종 자료를 있는대로 긁어모아 공부하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빠. 매일 '통역'을 위해 살아야 하지. 지방이나 해외 출장도 다반사고. 실제로 두 통역사를 인터뷰한 날 김지순 통역사는 5일 간의 지방출장을 마친 직후였고, 김혜미 통역사는 다음날 해외 출장을 떠나야 했어.
비수기에도 쉴 수 없어. 언어란 게 조금만 공부를 쉬어도 실력이 훅훅 떨어지곤 하니까 계속해서 듣고 말하고 읽고 써야 하지. 김혜미 통역사는 "매일 숨 쉬듯이 밥 먹듯이 뉴스를 보면서 '이건 이렇게 표현했구나' '이런 건 이렇게 말했구나' 자꾸 보게 된다"고 했어. 김지순 통역사는 미드를 보기도 하고 비수기에 주로 번역일을 맡아 한다고 말했어. 일의 공백기가 길어지면 업무의 리듬이 끊기는 게 싫어서 통역일을 할 때 주로 다룬 분야 위주로 번역을 하며 리듬을 찾는다는 거야.
지금까지 '진짜' 국제회의 통역사들이 말하는 국제회의 통역사가 하는 일, 하루 일과에 대해 들어봤어. 다음번엔 국제회의 통역사의 자기관리와 고충에 대해 알아보려 해. 멋지고 흥미로운 국제회의 통역사의 이야기, 앞으로도 쭉 지켜봐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