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방화·흉기 난동 사건…"막을 수 있었다" 靑국민청원 쇄도

머니투데이 류원혜 인턴기자 2019.04.19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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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상습 난동 '예고된 살인'…경찰, 폭력성 토로에도 조치 안 해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지난 17일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방화·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해 5명이 숨지고 15명이 부상을 당한 가운데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이번 사건과 관련된 청원들이 빗발쳤다.

지난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진주 '계획형 방화·살인사건'에 초기 부실한 대처로 예견된 사건을 막지 못한 경찰들 및 관련자들의 엄중한 수사를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하루 만에 동의수가 8만5000명을 넘어섰다.



청원인은 "용의자 안씨는 상대하기 어려운 덩치 큰 남성주민은 공격하지 않았다. 범행 후 '다 죽였다!'고 소리치기도 했다"며 "이는 우발적 범행 또는 '묻지마 살인'이 아닌 약자를 대상으로 한 계획범죄"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막을 수 있는 사건'이었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안씨는 올해에만 수차례 신고 당했지만 증거가 없다며 적절한 보호조치를 받지 못했다"며 "경찰은 사건 발생 일주일 전에도 수사했으나 안씨의 정신 병력을 알지 못했다"고 경찰의 부실했던 초기대응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안씨는 2015년 폭력 혐의로 재판 받았을 때 조현병 판정을 받고 '보호관찰 대상'이 됐다"며 "그런 사람이 또 다시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경찰이 알지 못했던 것은 매뉴얼의 문제이냐, 경찰들의 근무태만이냐"고 성토했다.

앞서 아파트 주민 등은 지난해 9월부터 층간소음 문제로 시비를 걸고 오물 투척, 폭행 등의 문제를 일으킨 안씨를 8차례 경찰에 신고한 바 있다. 지난달에만 안씨의 난동으로 다섯 차례 경찰이 출동했다. 하지만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원인은 끝으로 "참사 이전에 있었던 신고에서 관련 경찰들이 '정확한 매뉴얼대로 대처하고 조치를 취했는지' 엄중히 수사하라"면서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한 경찰들의 사과와 이들에게 처벌을 내릴 것을 요청했다.


또 "피해자가 위협을 느낄 경우 격리조치를 할 수 있는 '스토킹 방지법' 법안에 구체적으로 답하라"며 "이번 사건은 강력 범죄이므로 신상공개위원회의 신속한 의결을 거쳐 용의자의 신상을 공개하라"고도 밝혔다. 청원인은 다시 한 번 "충분히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던 사건"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해당 청원에는 10일 오전 10시30분 기준 8만5432명이 동의했다.
지난 17일 오전 4시30분쯤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에서 방화 및 묻지마 살인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피의자 안인득씨(42·무직)가 고개를 숙인 채 진주경찰서 유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시스지난 17일 오전 4시30분쯤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에서 방화 및 묻지마 살인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피의자 안인득씨(42·무직)가 고개를 숙인 채 진주경찰서 유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 18일 경남지방경찰청은 이번 사건으로 구속된 피의자 안인득(42·무직)의 신상을 공개했다. 공개 대상은 실명, 나이, 얼굴 등이다.

다만 안씨의 얼굴은 별도로 사진을 배포하는 것이 아닌, 언론 노출 시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리는 조치를 하지 않음으로써 공개된다.



또 다른 청원인도 "진주 방화 및 살인 범죄자에 대해서 무관용 원칙이 필요합니다"라는 글에서 "이번 사건은 명백한 계획범죄"라며 "불이 나 대피하던 사람들에게 흉기를 휘두른 용의자에게 더 이상 자비는 없어야 한다"고 분노했다.

해당 청원도 게시된 지 이틀째인 이날 오전 10시30분 기준 8만7291명이 동의했다.

자신을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입주민이라고 소개한 A씨도 국민청원에서 "계속된 민원에도 공동주택관리법에 의한 퇴거조치가 왜 안 이뤄졌고 경찰은 왜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라며 "과거 이 아파트에서 이러한 문제로 사망사건이 있었는데 가해자는 퇴거조치가 되지 않고 피해자가 이사를 갔다"고 말했다.



이어 "심신미약, 심신상실이란 말로 또 다른 범죄를 야기할 잠재적인 범죄자를 우리사회에 무방비하게 풀어놓지 말라. 남은 가족의 고통을 생각하는 판결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한편 용의자 안씨는 이전에도 이상행동을 보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윗집에서 벌레를 던진다며 사람이 없는데도 찾아가거나 창문을 열고 고함을 지르거나 오물을 남의 집에 뿌리는 등 올해에만 7차례 경찰에 신고 된 사실도 드러났다. 이에 경찰의 미흡한 대처가 이번 비극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거세다.

지난달 안씨는 아파트에 사는 여학생을 따라가 집 초인종을 계속해서 누르기도 했다. 영상 속 안 씨는 문을 열어주지 않자 복도 끝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영상 속 이 여학생은 이번에 안 씨에 의해 숨진 최모양(18)이다.



안 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범행에 사과를 하면서도 알 수 없는 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 사실은 안다. 잘못한 부분은 사과하고 싶다"고 진술했다. 이어 "누군가 주거지에 벌레와 쓰레기를 투척하고, 모두가 한통속으로 시비를 걸어왔다"며 "관리사무소에 불만을 제기해도 조치해주지 않는 등 평소 불이익을 당한다는 생각이 들어 홧김에 불을 질렀다"고 범행동기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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