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멘트]
MTN 기자들이 직접 기업탐방을 다녀와서 그 현장을 생생하게 전해드리는 기업탐탐 시간입니다. 오늘은 이대호 기자가 다녀온 케이피에프(KPF)를 이야기해보겠습니다.
1. 잘 부러지는 볼트
2. 정밀 감속기
3. Deep Change
앵커1) 케이피에프는 업력이 오래된 기업이라고 들었어요. 한 분야에서 오랜 기간 기술력을 쌓아온 기업이라면서요?
앵커2) 한국볼트라는 이름에서 어떤 제조업인지 좀 감이 오는데요. 키워드를 통해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죠. 첫 번째 키워드는 '잘 부러지는 볼트'라고요? 이게 무슨 말이죠? 볼트가 부러지면 위험하잖아요?
기자)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케이피에프는 볼트가 잘 부러져서 성장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일단, 케이피에프의 주된 제품이 '파스너(Fastener)'인데요. 파스너란 뭔가를 조여주는, 고정시켜주는 철물을 총칭하는 말입니다. 쉽게 말해 '볼트와 너트'를 떠올리시면 됩니다. 건축물부터 다리, 플랜트 등 철골 구조물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죠.
김형노 케이피에프 대표이사에게 직접 파스너 설명을 들어보시죠.
[ 김형노 / 케이피에프 대표 : 파스너라고 하면 쉽게 말해 볼트, 너트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뭔가를 조이는 데 들어가는 것을 통칭해서 파스너라고 하고요. 그 중에 많은 부분을 볼트, 너트가 차지하니까... 저희 파스너가 들어가는 곳을 주로 네 가지로 요약하면 건설, 석유화학 플랜트, 중장비, 풍력 등에 들어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
그중에서도 케이피에프가 자랑하는 파스너는 'TC볼트'입니다. 이른바 '잘 부러져야 좋은 볼트'.
[ 김형노 / 케이피에프 대표 : 이 볼트는 원래 부러지도록 만들어졌다는 게 특이한 점인데요. 보통 볼트가 부러진다고 하면 불안해하시는데, 이것은 적절하게 체결했을 때 딱 부러지게 해서 적절하게 체결됐는지 한눈에 알 수 있게 만든 것이고요. 오히려 적절히 체결됐기 때문에 볼트의 다른 부분이 부러질 가능성이 훨씬 적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
볼트의 어디가 어떻게 부러지는 게 좋다는 건지, 한번 볼까요?
[ 김형노 / 케이피에프 대표 : 와셔와 너트를 꼽은 채로, 토크렌치에 꼽아서 스위치를 누르기만 하면 됩니다. 적당하게 체결이 됐을 때 알아서 팁이 끊어지게 되고요. 끊어진 팁은 누르면 탁 나와서 작업이 완료되는 거죠. ]
케이피에프 TC볼트는 안전은 물론, 작업 효율성까지 높여준다는 평가입니다.
[ 김형노 / 케이피에프 대표 : 만약에 가운데 부피가 제법 되는 곳이라면 양쪽에서 두명이 필요한 작업이 되는 거죠. 이것 같은 경우는 한쪽에서 꼽아만 놓고, 토크렌치로 한쪽에서 조이기만 하면 되는 겁니다. 인부가 두 명 필요할 게 한 명만 필요하게 되고, 조이는 속도와 잘 체결됐는지 체크하는 속도가 줄어들게 되기 때문에 공기도 드라마틱하게 줄어들 수 있는 것이고요. ]
TC볼트가 처음 개발된 곳은 일본. 케이피에프는 이를 가장 먼저 국산화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이 제품을 통해 일본시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은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SOC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고, 도심 재개발 붐이 일면서 고장력 볼트 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 김형노 / 케이피에프 대표 : 아까 말씀드린 TC볼트 또는 고장력 볼트들이 지금 일본에서 굉장히 부족한 상황인데, 그 품질을 맞춰서 들어갈 수 있는 업체가 국내에 별로 없습니다. 한두 개밖에 없는 수준이고, 저희는 이번에 일본에 들어갈 수 있는 JIS 인증을 땄고요. 추가로 일본 관급공사에 들어가려면 일본 국토교통성에서 대신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올해 안에는 인증을 딸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요. 일본의 공급 부족 현상은 앞으로 몇 년간은 지속된다고 보기 때문에 여전히 그 타이밍에 들어가서도 높은 수익성을 볼 것으로 생각합니다. ]
지난달 일본 공업규격(JIS)을 충족했고, 연내 일본정부 공식인증(대신인증)까지 추진하는 데는 제품 품질에 관한 자신감이 깔려 있습니다.
[ 김형노 / 케이피에프 대표 : 국내,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 다른 나라들을 봐도 TC볼트를 만드는 저희 기술력은 정교함이나 커버할 수 있는 스팩면에서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파스너는 케이피에프 매출 비중 절반 가량을 차지합니다. 나머지 반은 자동차부품용 단조제품입니다.
[ 김형노 / 케이피에프 대표 :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의 부품을 만든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게 자동차 휠 베어링이거든요. 바퀴마다 들어가는 베어링이에요. 이 부분에 들어가는 바깥쪽 링이나 안쪽 링을 만든다고 할 수 있고요. 제품으로 보시면 바깥쪽 링 안쪽 링이 이렇게 되는 거죠. 이 사이에 나중에 조립이 되면 (베어링) 이런 모습이 되는 거죠. ]
국내 자동차 산업은 우호적이지 않지만, 케이피에프는 독일(Schaeffler)과 스웨덴(SKF), 일본( NSK) 등 베어링 업체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어 글로벌화 돼있다는 것이 강점입니다.
전통 제조업이지만, 그 안에서도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 김형노 / 케이피에프 대표 : 저희가 하는 단조는 수평단조라고 옆으로 치는 겁니다. 옆으로 여러 단수를 통해 조금씩 모양을 만들어가면서 치는 방식인데요. 수직으로 찍는 프레스 단조에 비해 힘은 좀 덜 나오지만 찍는 속도가 훨씬 빨라요. 좀 더 복잡한 형상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것들도 예전에는 프레스로 찍던 것을 저희가 수평단조 방식으로 가져오면서 시장을 조금씩 먹어가는 것이고요. ]
앵커3) 파스너에 이어서 베어링 부품까지 살펴봤고요. 두 번째 키워드를 보죠. '감속기'군요? 이건 로봇에 들어가는 부품 아닌가요?
기자) 케이피에프는 전통 제조업에 머물러 있지 않고, 계속 변화하고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지난해 10월 120억원에 인수(지분율 45.78%)한 SBB테크(에스비비테크)입니다. SBB테크는 특수 베어링, 정밀 감속기를 제조하는 기업입니다.
감속기가 무엇인지 류재완 SBB테크 대표에게 직접 들어보시죠.
[ 류재완 / SBB테크 대표이사 : 어떤 물체를 조정할 때 정확하게, 어느 정도의 각도만큼 돌아가야 하는데 그 입력과 대비해 출력이 오차 없이 제어할 수 있게끔 감속비를 내는 것이 정밀 감속기이고요. 로봇이나 자동화 장비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아이템입니다. ]
SBB테크는 17년 동안 관련 기술을 개발해 온 국내 선두기업으로 꼽힙니다. 이미 방산, 조선, 태양광셀 생산라인 등에 쓰이면서 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나아가 더욱 정밀한 분야로 기술력을 고도화 하고 있습니다.
[ 류재완 / SBB테크 대표이사 : 정밀제어에 사용할 수 있게끔 최소한의 부품으로 감속기가 가져야 하는 백래시, 제로 백래시까지 맞출 수 있는, 그리고 다양한 범위의 토크를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
케이프에프 서울본사에 가면 협동로봇이 대접하는 커피를 맛볼 수 있습니다. SBB테크 감속기가 적용된 모델입니다.
[ 김형노 / 케이피에프 대표 : 정확하게 어떤 각도까지 어떤 속도로 움직일 수 있느냐, 얼마나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느냐 이런 문제거든요. 저희 이 부품으로 가능하다는 얘기고요. 제가 알기로는 아마 국산으로 지금 이 제품을 만들어서 판매할 수 있는 업체는 SBB테크밖에 없다고 알고 있어요. ]
케이피에프가 SBB테크를 인수한 것은 4차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서로 시너지를 내기 위함입니다.
[ 김형노 / 케이피에프 대표 : 4차산업혁명 이야기가 많잖아요. 로봇이 우리 삶을 많이 바꿔놓을 텐데, 앞으로 로봇시대에... 이 정도는 이제 사람이 안 해도 되는 거죠. 케이피에프가 기본적으로 하고 있는 단조 사업 역량을 가지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저희는 그 기회를 더 보고 있고요. ]
앵커4) 이제 세 번째 키워드를 보죠. 'Deep Change' 어떤 변화라고 해석하면 될까요?
기자) 'Deep Change'는 김형노 대표가 내건 올해의 경영 모토입니다. 김 대표는 ‘근본적인 변화’라고 표현하더라고요. 많은 것이 변했고, 김 대표 경영체제에서 더 많은 것을 바꿔갈 계획입니다.
사실 김형노 대표는 단조기업과는 좀 많이 다른, 넥슨코리아 게임 개발자 출신입니다. 김 대표는 송무현 송현그룹(송현홀딩스) 회장의 사위이고요. 몇 년간 경영 수업을 받다가 지난해부터 주력 계열사인 케이피에프 대표이사를 맡게 됐습니다.
[ 김형노 / 케이피에프 대표 : 작년에 조직에 큰 변화가 있었어요. 대표이사로 제가 새로 들어왔고, 공장장, 파스너사업본부장, 기획실장 등 여러 임원이 한꺼번에 들어오는 변화가 있었거든요. 올해는 개선 포인트를 좀 더 구체화 할 수 있을 것이고 시너지가 좀 더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시작이 올해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
그가 말하는 딥 체인지(Deep Change)는 관습을 고치는 일부터 시작됩니다.
[ 김형노 / 케이피에프 대표 : 50년 이상 업력을 가진 회사라면 대부분 고치기 어려운 관습을 많이 가지고 있을 텐데요. 계속 그 관습들에 도전하고 올바른 것은 받아들이면서 더욱 더 좋은 더 회사로 만들어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50년도 한국파스너산업의 큰 선두주자를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고요. 나아가 세계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파스너 제조회사가 되려는 것이 저희의 비전입니다. ]
앵커5) 마지막으로 케이피에프 실적 전망을 살펴볼까요?
기자) 지난해에는 매출 3,750억원, 영업이익 159억원으로 각각 전년대비 2.6%, 4.2% 증가했습니다.
케이피에프는 올해 매출 3,840억원, 영업이익 195억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예상대로라면 매출은 2.4%, 영업이익은 22.6% 증가하는 것입니다.
이는 지난 2일 공정공시를 통해 밝힌 내용인데요. 참고로 케이피에프는 지난달 한국거래소에서 장기성실공시 우수법인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국내 SOC 사업 확대로 인한 매출 성장, 일본 건설시장 진출, 그리고 미국·유럽 등 해외공급 확대 등을 통해 이를 달성한다는 계획입니다.
(촬영·편집:유덕재)
[머니투데이방송 MTN = 이대호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