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탐탐] 잘 부러져서 일본 간다...'케이피에프' 성장과 변화

이대호 MTN기자 2019.04.1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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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MTN 기자들이 직접 기업탐방을 다녀와서 그 현장을 생생하게 전해드리는 기업탐탐 시간입니다. 오늘은 이대호 기자가 다녀온 케이피에프(KPF)를 이야기해보겠습니다.



[키워드]
1. 잘 부러지는 볼트
2. 정밀 감속기
3. Deep Change


앵커1) 케이피에프는 업력이 오래된 기업이라고 들었어요. 한 분야에서 오랜 기간 기술력을 쌓아온 기업이라면서요?




기자) 케이피에프는 지난 1963년 10월 ‘한국볼트’로 출발했습니다. 어느덧 56년 업력을 가진 기업이 됐죠. 코스닥에 상장된 것은 지난 1994년 12월이니 그것만 해도 25년이 됐습니다.


앵커2) 한국볼트라는 이름에서 어떤 제조업인지 좀 감이 오는데요. 키워드를 통해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죠. 첫 번째 키워드는 '잘 부러지는 볼트'라고요? 이게 무슨 말이죠? 볼트가 부러지면 위험하잖아요?


기자)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케이피에프는 볼트가 잘 부러져서 성장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일단, 케이피에프의 주된 제품이 '파스너(Fastener)'인데요. 파스너란 뭔가를 조여주는, 고정시켜주는 철물을 총칭하는 말입니다. 쉽게 말해 '볼트와 너트'를 떠올리시면 됩니다. 건축물부터 다리, 플랜트 등 철골 구조물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죠.

김형노 케이피에프 대표이사에게 직접 파스너 설명을 들어보시죠.

[ 김형노 / 케이피에프 대표 : 파스너라고 하면 쉽게 말해 볼트, 너트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뭔가를 조이는 데 들어가는 것을 통칭해서 파스너라고 하고요. 그 중에 많은 부분을 볼트, 너트가 차지하니까... 저희 파스너가 들어가는 곳을 주로 네 가지로 요약하면 건설, 석유화학 플랜트, 중장비, 풍력 등에 들어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

그중에서도 케이피에프가 자랑하는 파스너는 'TC볼트'입니다. 이른바 '잘 부러져야 좋은 볼트'.

[ 김형노 / 케이피에프 대표 : 이 볼트는 원래 부러지도록 만들어졌다는 게 특이한 점인데요. 보통 볼트가 부러진다고 하면 불안해하시는데, 이것은 적절하게 체결했을 때 딱 부러지게 해서 적절하게 체결됐는지 한눈에 알 수 있게 만든 것이고요. 오히려 적절히 체결됐기 때문에 볼트의 다른 부분이 부러질 가능성이 훨씬 적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

볼트의 어디가 어떻게 부러지는 게 좋다는 건지, 한번 볼까요?

[ 김형노 / 케이피에프 대표 : 와셔와 너트를 꼽은 채로, 토크렌치에 꼽아서 스위치를 누르기만 하면 됩니다. 적당하게 체결이 됐을 때 알아서 팁이 끊어지게 되고요. 끊어진 팁은 누르면 탁 나와서 작업이 완료되는 거죠. ]

케이피에프 TC볼트는 안전은 물론, 작업 효율성까지 높여준다는 평가입니다.

[ 김형노 / 케이피에프 대표 : 만약에 가운데 부피가 제법 되는 곳이라면 양쪽에서 두명이 필요한 작업이 되는 거죠. 이것 같은 경우는 한쪽에서 꼽아만 놓고, 토크렌치로 한쪽에서 조이기만 하면 되는 겁니다. 인부가 두 명 필요할 게 한 명만 필요하게 되고, 조이는 속도와 잘 체결됐는지 체크하는 속도가 줄어들게 되기 때문에 공기도 드라마틱하게 줄어들 수 있는 것이고요. ]

TC볼트가 처음 개발된 곳은 일본. 케이피에프는 이를 가장 먼저 국산화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이 제품을 통해 일본시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은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SOC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고, 도심 재개발 붐이 일면서 고장력 볼트 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 김형노 / 케이피에프 대표 : 아까 말씀드린 TC볼트 또는 고장력 볼트들이 지금 일본에서 굉장히 부족한 상황인데, 그 품질을 맞춰서 들어갈 수 있는 업체가 국내에 별로 없습니다. 한두 개밖에 없는 수준이고, 저희는 이번에 일본에 들어갈 수 있는 JIS 인증을 땄고요. 추가로 일본 관급공사에 들어가려면 일본 국토교통성에서 대신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올해 안에는 인증을 딸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요. 일본의 공급 부족 현상은 앞으로 몇 년간은 지속된다고 보기 때문에 여전히 그 타이밍에 들어가서도 높은 수익성을 볼 것으로 생각합니다. ]

지난달 일본 공업규격(JIS)을 충족했고, 연내 일본정부 공식인증(대신인증)까지 추진하는 데는 제품 품질에 관한 자신감이 깔려 있습니다.

[ 김형노 / 케이피에프 대표 : 국내,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 다른 나라들을 봐도 TC볼트를 만드는 저희 기술력은 정교함이나 커버할 수 있는 스팩면에서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파스너는 케이피에프 매출 비중 절반 가량을 차지합니다. 나머지 반은 자동차부품용 단조제품입니다.

[ 김형노 / 케이피에프 대표 :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의 부품을 만든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게 자동차 휠 베어링이거든요. 바퀴마다 들어가는 베어링이에요. 이 부분에 들어가는 바깥쪽 링이나 안쪽 링을 만든다고 할 수 있고요. 제품으로 보시면 바깥쪽 링 안쪽 링이 이렇게 되는 거죠. 이 사이에 나중에 조립이 되면 (베어링) 이런 모습이 되는 거죠. ]

국내 자동차 산업은 우호적이지 않지만, 케이피에프는 독일(Schaeffler)과 스웨덴(SKF), 일본( NSK) 등 베어링 업체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어 글로벌화 돼있다는 것이 강점입니다.

전통 제조업이지만, 그 안에서도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 김형노 / 케이피에프 대표 : 저희가 하는 단조는 수평단조라고 옆으로 치는 겁니다. 옆으로 여러 단수를 통해 조금씩 모양을 만들어가면서 치는 방식인데요. 수직으로 찍는 프레스 단조에 비해 힘은 좀 덜 나오지만 찍는 속도가 훨씬 빨라요. 좀 더 복잡한 형상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것들도 예전에는 프레스로 찍던 것을 저희가 수평단조 방식으로 가져오면서 시장을 조금씩 먹어가는 것이고요. ]


앵커3) 파스너에 이어서 베어링 부품까지 살펴봤고요. 두 번째 키워드를 보죠. '감속기'군요? 이건 로봇에 들어가는 부품 아닌가요?


기자) 케이피에프는 전통 제조업에 머물러 있지 않고, 계속 변화하고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지난해 10월 120억원에 인수(지분율 45.78%)한 SBB테크(에스비비테크)입니다. SBB테크는 특수 베어링, 정밀 감속기를 제조하는 기업입니다.

감속기가 무엇인지 류재완 SBB테크 대표에게 직접 들어보시죠.

[ 류재완 / SBB테크 대표이사 : 어떤 물체를 조정할 때 정확하게, 어느 정도의 각도만큼 돌아가야 하는데 그 입력과 대비해 출력이 오차 없이 제어할 수 있게끔 감속비를 내는 것이 정밀 감속기이고요. 로봇이나 자동화 장비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아이템입니다. ]

SBB테크는 17년 동안 관련 기술을 개발해 온 국내 선두기업으로 꼽힙니다. 이미 방산, 조선, 태양광셀 생산라인 등에 쓰이면서 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나아가 더욱 정밀한 분야로 기술력을 고도화 하고 있습니다.

[ 류재완 / SBB테크 대표이사 : 정밀제어에 사용할 수 있게끔 최소한의 부품으로 감속기가 가져야 하는 백래시, 제로 백래시까지 맞출 수 있는, 그리고 다양한 범위의 토크를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

케이프에프 서울본사에 가면 협동로봇이 대접하는 커피를 맛볼 수 있습니다. SBB테크 감속기가 적용된 모델입니다.

[ 김형노 / 케이피에프 대표 : 정확하게 어떤 각도까지 어떤 속도로 움직일 수 있느냐, 얼마나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느냐 이런 문제거든요. 저희 이 부품으로 가능하다는 얘기고요. 제가 알기로는 아마 국산으로 지금 이 제품을 만들어서 판매할 수 있는 업체는 SBB테크밖에 없다고 알고 있어요. ]

케이피에프가 SBB테크를 인수한 것은 4차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서로 시너지를 내기 위함입니다.

[ 김형노 / 케이피에프 대표 : 4차산업혁명 이야기가 많잖아요. 로봇이 우리 삶을 많이 바꿔놓을 텐데, 앞으로 로봇시대에... 이 정도는 이제 사람이 안 해도 되는 거죠. 케이피에프가 기본적으로 하고 있는 단조 사업 역량을 가지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저희는 그 기회를 더 보고 있고요. ]


앵커4) 이제 세 번째 키워드를 보죠. 'Deep Change' 어떤 변화라고 해석하면 될까요?


기자) 'Deep Change'는 김형노 대표가 내건 올해의 경영 모토입니다. 김 대표는 ‘근본적인 변화’라고 표현하더라고요. 많은 것이 변했고, 김 대표 경영체제에서 더 많은 것을 바꿔갈 계획입니다.

사실 김형노 대표는 단조기업과는 좀 많이 다른, 넥슨코리아 게임 개발자 출신입니다. 김 대표는 송무현 송현그룹(송현홀딩스) 회장의 사위이고요. 몇 년간 경영 수업을 받다가 지난해부터 주력 계열사인 케이피에프 대표이사를 맡게 됐습니다.

[ 김형노 / 케이피에프 대표 : 작년에 조직에 큰 변화가 있었어요. 대표이사로 제가 새로 들어왔고, 공장장, 파스너사업본부장, 기획실장 등 여러 임원이 한꺼번에 들어오는 변화가 있었거든요. 올해는 개선 포인트를 좀 더 구체화 할 수 있을 것이고 시너지가 좀 더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시작이 올해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

그가 말하는 딥 체인지(Deep Change)는 관습을 고치는 일부터 시작됩니다.

[ 김형노 / 케이피에프 대표 : 50년 이상 업력을 가진 회사라면 대부분 고치기 어려운 관습을 많이 가지고 있을 텐데요. 계속 그 관습들에 도전하고 올바른 것은 받아들이면서 더욱 더 좋은 더 회사로 만들어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50년도 한국파스너산업의 큰 선두주자를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고요. 나아가 세계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파스너 제조회사가 되려는 것이 저희의 비전입니다. ]


앵커5) 마지막으로 케이피에프 실적 전망을 살펴볼까요?


기자) 지난해에는 매출 3,750억원, 영업이익 159억원으로 각각 전년대비 2.6%, 4.2% 증가했습니다.

케이피에프는 올해 매출 3,840억원, 영업이익 195억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예상대로라면 매출은 2.4%, 영업이익은 22.6% 증가하는 것입니다.

이는 지난 2일 공정공시를 통해 밝힌 내용인데요. 참고로 케이피에프는 지난달 한국거래소에서 장기성실공시 우수법인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국내 SOC 사업 확대로 인한 매출 성장, 일본 건설시장 진출, 그리고 미국·유럽 등 해외공급 확대 등을 통해 이를 달성한다는 계획입니다.

(촬영·편집:유덕재)

[머니투데이방송 MTN = 이대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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