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표 고바이오랩 대표(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18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미생물학회 60주년 국제학술대회에서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 장내 살아있는 유익균)과 같은 유용한 미생물과 새로운 유전자를 건강관리나 신약 개발 등 실생활에 이용하려는 시도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최근 들어 마이크로바이옴이 인간의 건강과 질병 문제에 대한 적용 가능성이 확대되면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은 미생물 군집(microbiota)과 유전체(genome)의 합성어로 인간의 몸속에 함께 공존하고 있는 '미생물 연합군'의 유전정보 전체를 가르킨다. 마이크로바이옴은 피부나 구강, 기도 등에도 존재하지만 주로 식도·위·소장·대장을 이루는 소화기계에 분포한다.
이런 마이크로바이옴이 사람과 공생 관계를 이뤄 건강과 수명 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잇따라 나오면서 마이크로바이옴이 미래 바이오산업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고 교수는 “국가별로 마이크로바이옴 주도권을 잡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가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2016년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은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위한 ‘국가 마이크로바이옴 이니셔티브’(National Microbiome Initiative, NMI)를 발표했다. NMI에는 다양한 마이크로바이옴간의 협업을 위한 다학제적 연구 지원, 다양한 생태계 내 마이크로바이옴 기초연구 추진, 물리적·생화학적 차원에서 조작·분석이 가능한 기술 플랫폼 구축 등이 포함됐다. NMI에는 미국의 핵심 연구기관뿐만 아니라, 마이크로바이옴 전도사로 알려진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도 참여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2014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21세기 차세대 핵심부가가치 산업으로 선정됐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및 건강식품 등을 중심으로 한 국내외 바이오벤처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고 대표는 “세계적인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마이크로바이옴을 연계한 아토피·천식 치료제 등 신약 개발에 한창이며, 세레스, 이벨로, 베단타, 천랩, 지놈앤컴퍼니, 제노포커스 등 관련한 국내외 바이오벤처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학계에 따르면 현재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의 83%는 ‘기능성식품’, 10%는 ‘치료제’ 7%는 ‘진단’이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는 "한 나라에서 연구를 수행하기에는 너무 방대한 유전체 데이터”라며 “이제 미생물 연구는 지구적 규모의 협도연구가 대세"라고 강조했다. 또 “미생물의 다양성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진핵생물(세균·바이러스를 제외한 모든 생물)의 기원이 밝혀지고 있다”며 “때로는 무용하거나 쓸모없어 보이는 지식이 인류가 진보하는 밑걸음이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