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률 통계 분석의 원칙도 안 지킨 엉터리 보도

머니투데이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2019.04.23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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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생각 다른느낌]고용지표는 계절성이 커서 전년 동월(동기) 대비로 비교하는 원칙을 무시한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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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률 통계 분석의 원칙도 안 지킨 엉터리 보도


최근 모 언론에서 “2018년 11월~2018년 3월 동안 청년실업자와 청년실업률이 고공행진해 청년체감실업률과 청년 취업난이 사상 최악이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이는 정상적인 고용지표 분석 방법을 벗어난 통계 왜곡으로 언론의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냈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9.5%로 0.3%p 줄어들어 개선됐고 청년고용률은 42.7%로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도 청년 고용수준 개선추세가 이어져 3월 청년고용률은 42.9%로 전년 동월보다 0.9%p 높아졌고 청년실업률은 10.8%로 0.8%p 낮아졌다.

◇지난해 11월~올해 3월 청년실업률을 비교해 청년 취업난 최악이라고 보도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청년실업자수와 실업률 추이를 보고 사상 최악의 청년 취업난이라고 주장한 것은 심각한 통계 왜곡이다. 통계 분석의 기본 원칙조차 지키지 않고 보도한 것이다.



매년 연말과 연초에는 기업 채용이 줄고 졸업과 시험 시즌으로 구직활동자가 늘면서 실업자수가 늘어난다. 해마다 한 달 정도 차이는 있지만 국내 실업률은 12월부터 올라가기 시작해 2~3월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그 이후 감소한다. 고용률도 비슷한 추세다. 청년실업률을 월별로 보면 해마다 11~3월까지 나빠지고 3~11월은 개선된 것처럼 보인다.

고용률과 실업률의 연간 월별 그래프는 매년 ‘종’ 모양의 패턴으로 비슷하게 나타난다. 이런 현상을 계절변동성이라 한다. 따라서 고용지표처럼 계절변동성이 큰 지표는 매년 같은 월이나 같은 분기끼리 비교해야 올바른 방법이다. 예컨대 올해 3월 고용지표는 올해 2월이 아니라 과거 연도의 3월과 비교해야 한다.

그런데 모 언론은 청년실업에 대한 통계분석 보도를 하면서 2018년 11월~2019 3월의 청년실업률을 나란히 보여주며 단순 비교하는 오류를 범했다.


◇‘청년체감실업률’을 근거로 청년 취업난이 최악이라고 보도
그리고 고용보조지표3를 근거로 사상 최악의 청년 취업난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고용보조지표3는 실업률이 아니며 체감실업률도 공식용어나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통계청은 “고용보조지표는 일하고 싶은 욕구가 충족되지 못한 노동력을 의미하며 취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를 포함한 것으로 실업률과 다른 개념으로 고용시장 분석을 위한 참고자료다”고 설명하고 있다.

전 세계는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의해 고용률과 실업률을 기본 고용지표로 사용한다. 고용률과 실업률 외의 추가 지표는 ‘고용보조지표’이며 ‘노동 저활용 지표’(Labor Underutilization Indicator)로 직역된다. 고용보조지표는 1,2,3의 3가지 종류가 있으며 국내는 2015년부터 집계되고 있다.

가장 넓은 범위인 고용보조지표3에는 주 근로시간 36시간 미만 취업자 중 추가 취업을 희망하는 자, 비경제활동인구 중 4주간 구직활동은 했으나 개인 사정으로 취업이 불가능했던 자, 4주간 구직활동을 하진 않았지만 취업을 희망한 자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이들을 실업자라 단정할 수 없으며 고용보조지표3는 주관적인 사유가 포함된 수치로 실업률을 대체하진 못한다.

더군다나 청년실업률 분석과 마찬가지로 이 지표마저도 2018년 11월~2019년 3월의 통계를 취사선택해 고용수준이 크게 악화된 것처럼 눈속임했다. 고용보조지표를 분석하더라도 전년 동월로 비교하거나 전년 동기로 비교해야 함에도 이같은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

올해 3월 청년층 고용보조지표3는 25.1%로 전년 동월(24.0%)보다 1.1%p 올랐다. 청년 실업자가 전년보다 3만4000명 줄었지만 시간관련 추가취업가능자와 잠재경제활동인구가 10만3000명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년실업률이 줄면서 고용보조지표3가 늘어난 것은 현재 고용수준이 개선됐고 미래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긍정적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무엇보다 고용률과 실업률과 같은 기본 지표가 개선됐는데도 이를 무시한 채 고용보조지표3만 가지고 사상 최악의 청년 취업난이라고 왜곡 보도한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이처럼 통계 분석의 원칙조차 지키지 않은 채 일부 기간을 임의로 선택하거나 기본 지표가 아닌 고용보조지표만으로 통계를 왜곡 분석한 엉터리 보도는 사회 불안감을 조성하고 청년들의 심리위축과 무기력감을 높여 구직포기자를 늘리면서 잘못된 방향으로 고용정책을 몰고 갈 위험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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