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4시32분께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에서 방화 및 묻지마 살인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피의자 안모(42)씨가 고개를 숙인 채 진주경찰서 유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아무 이유도 없이 폭행을 하거나 흉기를 휘두르는 등 피해자를 가리지 않는 이른바 '묻지마 범죄'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묻지마 범죄는 최근 몇년새 급증하며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전체 살인 사건 대비 '묻지마 범죄' 비중은 2015년 2015년 37.7%(401건), 2016년 38.8%(403건), 2017년 41.9%(428건) 등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10월 경남 거제에서는 박모씨(21)가 한 선착장 인근 주차장 길가에서 폐지를 줍던 중년 여성을 무차별 폭행해 숨지게 했다. 당시 박씨는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A씨를 잔인하게 폭행하고, 시신의 하의를 모두 벗겨 유기하는 등 잔인한 행각을 보였다. 박씨는 1심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언제 당할지 모르니 불안"…'예측 불가능성'에 시민들 두려움 더욱 커
/삽화=이지혜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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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직장인 B씨도 "묻지마 범죄를 단순히 뉴스에서만 접할때는 '뭐 저런일이 있나' 싶다가도 그게 내 일이라고 생각하면 섬뜩해진다"며 "내가 조심한다고 피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일반 범죄보다 더 무섭게 다가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윤성 순천향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묻지마 범죄는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더욱 위험하다"며 "할 수 있는 대응은 범죄가 터지고 난 뒤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뿐인데 그때 초기 피해자 입장에서는 이미 늦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계속되는 묻지마 범죄, 이유는?
17일 오전 4시30분쯤 경남 진주시 가좌동의 한 아파트에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이날 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40대 남성 안 모씨가 본인 집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이웃 주민들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러 5명이 숨지고 10여명이 다쳤다./사진=뉴스1
묻지마 범죄의 피해자들이 주로 여성 노약자인 점에 대해서는 "가해자들이 '힘을 보여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다 보니 그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경찰 등 강자에게는 범행을 하지 않는다"며 "목적을 달성하기 쉬운 약자들에게 범행을 저지르곤 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범죄"라고 말했다.
공정식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묻지마 범죄 가해자의 유형은 환상이나 망상을 보는 정신질환자, 반사회적·반규범적 가치관을 가진 사람, 사회에 불만을 갖고 감정통제가 잘 되지 않는 사람, 사회와 단절된 외톨이형 등으로 나뉜다"며 "사회적 차원에서 이들에 대한 적절한 치료 프로그램이나 올바른 소통 등을 지원하면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