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지난해 일본의 경제성장률(실질)은 0.8%로 전년 1.9%에서 1.1%p나 하락했다. 일년 내내 롤러코스터였다. 전기 대비 성장률이 1분기 –0.1%로 시작해 2분기 0.5%로 증가했다가 3분기 다시 –0.6%로 급락했다가 4분기 0.5%로 마감했다. 1분기엔 한파, 3분기엔 지진· 태풍 등 자연 재해 및 미·중 무역 분쟁에 따른 수출 기여도 하락 등의 영향으로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하지만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최근 25년간 크게 높았던 적이 없다. 부동산과 주식시장 거품이 붕괴되면서 1992년 경제성장률이 0.8%로 전년(3.4%)보다 2.6%p 크게 떨어진 이후 2012년까지 평균 0.8%에 불과했다. 경제성장률이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오고가면서 전체 평균을 낮췄다.
하지만 실제 성적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13~2018년 평균 명목 경제성장률 1.8%, 실질 경제성장률 1.2%, 소비자물가상승률 0.9%를 기록했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져도 그나마 플러스를 유지한 걸로 위안을 삼는 형편이다. 2013~2017년까지 OECD국 평균 경제성장률 2.5%에 비해서 낮다. 개별 국가로 따져 봐도 마찬가지다. 이 기간 한국은 3.0% 성장했고, 미국은 2.2%, 독일 1.6%, 영국 2.2% 등이다.
이마저도 2016년 12월 국민 계정 통계 변경을 하면서 ‘기타’ 항목을 조정해 2013년부터 명목 GDP 상승폭이 더 부풀려졌다는 의혹이 일본 내에서 나오고 있다. 또한 지난해 후생노동성이 조사하는 ‘매월 근로 통계’가 도쿄도 내 500인 이상 대기업의 3분의 1만 조사해 통계치를 왜곡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올해 1월 해외 금융 미디어 ‘제로헷지’(ZeroHedge)는 “일본 경제 통계의 40%가 가짜다”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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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일본 경제는 미·중 무역전쟁 양상과 중국 경기 회복 여부에 따라 대외여건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 또한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소비, 투자, 관광 등 내수가 늘어날 거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전망이 그리 밝은 편은 아니다. 올 3월 OECD중간 보고서에서는 일본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0.8%로 지난해 11월 예측에서 0.2%p 하향 조정했다.
아베노믹스 하에서 늘어난 재정적자로 지난해 GDP 대비 정부 부채는 238%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아졌다.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서는 증세를 하거나 세출을 줄여야 하기에 올 10월 소비세를 8%에서 10%로 인상할 예정이다. 일본 내각부에 의하면 소비세 1%p 인상 시 첫해 실질 소비 –0.44%, 실질 GDP –0.27% 감소 효과가 나온다. 다양한 재정지출로 보상한다고 하나 저소득층 어려움이 더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지난해 본원통화는 502조엔으로 2013년보다 250% 증가하면서 물가는 소폭 상승했다. 그런데 명목임금은 그보다 늘지 않아 실질임금은 같거나 줄었다. 지난해 실질임금은 0.2% 상승에 그쳤고 올해 1~2월은 평균 –0.9% 감소했다.
여기에 2009년부터 지속된 인구감소가 소비지출을 늘리는데 제약이 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일본 경제 보고서’는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향후 40년 안에 일본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25%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리고 일본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5% 정도인 민간 소비지출은 지난 6년간 평균 0.45% 증가에 머무르면서 경제성장을 견인하는데 한계에 부딪혔다.
2013~2018년 동안 고용률은 56.9%에서 60.0%로 늘고 실업률은 4.0%에서 2.4%로 줄었지만 청장년 인구 감소로 인한 구인난이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지난 6년간 노령층 노동인구는 381만명 증가했으나 청·장년층은 387만명 감소했다. 15~29세 청년들도 71만명 감소했다. 결국 지난해 10월말 기준 외국인 노동자는 146만463명으로 전년에 비해 18만1793명(14.2%)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해는 출입국관리법 개정(특정기능 1호, 2호를 신설)으로 4월부터 외국인 노동자를 더 늘리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의 거주요건에 인색한데다 임금도 낮은 편이라 성과는 불투명하다.
이처럼 아베노믹스의 통화확장 정책과 인구 감소 현상은 소비여력을 크게 제한하고 있다. 내수가 미진하면 해외교역이라도 늘어야 하는데 전 세계적인 경기 둔화로 수출을 통한 성장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일본의 3월 수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2.4% 감소한 상황에서 4월 들어 한국의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가 타당하다는 판정까지 나오니 결국 아베 총리는 후쿠시마 원전 앞에서 주먹밥을 먹는 퍼포먼스를 연출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