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대 극우' 인도네시아 대선 투표 시작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19.04.17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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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코 위도도 대통령 vs 프라보워 전직 장군… BBC "이슬람 우경화를 향한 대결"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하루 투표자 규모로 세계 최대인 인도네시아 대선 및 총선 투표가 17일 시작됐다.

이날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인도네시아 최동단인 파푸아주에서 대선 투표가 시작됐다고 전했다. 투표는 동부 파푸아주서 오전 7시(현지시간)에 시작해 오후 1시 서부 수마트라주에서 끝난다. 동부와 서부의 시차는 2시간이다.

이번 선거의 유권자 수는 1억9300만명에 달해 하루 투표자 수로는 세계 최대다. 차기 대통령과 함께 20만5000명 의원을 선출하는 이 선거는 인도네시아 전역에 80만9500개 투표소가 설치된다. 총선 출마자만 해도 24만5000명에 이른다. 인도네시아에서 대선과 총선을 함께 치르는 일은 처음이다.



가장 큰 관심사는 조코 위도도 대통령(일명 조코위)의 재임 여부다. 2014년 대선 때 6%포인트 차로 승리한 위도도 대통령은 전직 장군 출신 수비안토 프라보워와 6년 만에 다시 맞붙게 된다.

14년 전 가구 사업가에서 자바섬 중부 소도시 시장으로 정치에 입문한 위도도 대통령은 2012년 자카르타 주지사를 역임하며 영향력을 키웠다. 그는 일본과 중국의 투자를 받아 도심고속철도(MRT) 등 인프라 사업을 시행하고, 친서민·진보 개혁가 이미지를 구축하며 인기를 얻었다.



여론조사에 띠르면 위도도 대통령의 승리가 예상된다. 지난 3월 조사에서 위도도 대통령은 54%, 프라보워는 35%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프라보워 측은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전날 프라보워는 기자회견에서 "63% 지지율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투표 시작 전부터 '부정 투표 의혹'이 일기도 했다. 지난주 말레이시아 창고에서 위도도 대통령에 표시한 투표용지로 가득 찬 수천개 가방이 담긴 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됐기 때문이다. 약 100만명가량의 인도네시아인이 이웃나라인 말레이시아에 거주한다. 이에 인도네시아 선거관리위원회는 말레이시아, 호주 등에 거주하는 재외국민에게 재투표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BBC는 두 후보 모두 이슬람 극단주의에 호소하고 있다며, 중국 투자 관련 견해를 제외하고 큰 정책적인 차이가 없다고 전했다. 인구 2억6900만명의 인도네시아는 87%가 이슬람을 믿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슬람 교도가 사는 나라다. 싱가포르 동남아시아연구소(ISEAS) 객원연구원 마데 수프리앗마는 "이번 선거는 우경화를 향한 대결"이라며 "누가 더 이슬람 보수주의를 표방하는지를 겨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인도네시아에서는 이슬람 보수주의 세력이 힘을 키우고 있다. 2016년에는 중국인 태생 기독교인 자카르타 주지사가 이슬람 신성모독을 했다는 이유로 2년 동안 징역을 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종교적 변화를 이용해 대선 후보들이 홍보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한다. 원래 종교 온건파였던 위도도 대통령은 이슬람 지도자 출신인 마루프 아민을 부통령 후보로 꼽았다. 아민은 종교적 자유와 동성애자를 억압하는 데 앞장서온 인물이다. 프라보워는 이슬람 교육기관 지원금을 늘리고 이슬람 지도자들을 보호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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