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최초 일반학교 역사교사 류창동씨./사진=이영민 기자
흰 지팡이로 계단을 짚으며 내려가던 선생님에게 학생이 다가 와 말했다. 학생은 자연스럽게 선생님의 손에 자신의 팔꿈치를 쥐어 주고는 한발 앞서 걷기 시작했다. 첫 수업 때 가르친 '시각장애인 안내법'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활용한 학생 덕분에 선생님은 하루 종일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올해 초 임용고시에 합격한 류 교사의 일과는 긴장과 설렘의 연속이다. 류 교사는 "학교에서 지속적으로 아이들과 수업하는 건 처음이니 긴장되고 잘할 수 있을까 걱정된다"면서도 "아이들과 소통은 항상 좋아하고 꿈꿔온 일"이라고 말했다.
류씨가 올 2월14일 중등 신규임용예정교사 직무연수를 받으러 온 모습. /사진=류창동씨 제공
대체도서 제작 기관에 직접 교재를 맡기고 몇 달을 기다려야 했다. 한자가 많은 한국사·중국사 '필독교재'는 대체도서 제작마저 불가능했다. 결국 첫 시험은 책도 못 펴보고 치렀다. 다음 해 늦여름이 돼서야 필요한 교재가 모두 완성됐다.
류 교사는 "대체도서가 없으면 직접 제작기관에 맡기고 기다리는 일이 익숙하다"며 "앞으로는 일반 학교 역사교사를 준비하는 시각장애인이 대체도서를 제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 교사는 중학교 3학년 학급 7개반에서 역사를 가르친다. 불편한 판서 대신 매시간 학습 내용을 정리한 학습지를 나눠준다. 학습 내용과 연관된 영상 시청도 필수다. 영상자료를 고를 땐 업무 지원인의 도움을 받는다.
시교육청에서 제공하는 업무지원인은 수업 자료 편집, 영상 상태 점검 등을 돕는다. 수업 시간에는 류 교사를 대신해 수업태도를 살피기도 한다.
여러 도움에도 교사생활은 만만치 않다. 가장 큰 어려움은 업무포털의 낮은 접근성이다. 시각장애인은 컴퓨터를 사용할 때 화면 내용을 읽어주는 '스크린리더' 프로그램을 사용하는데, 업무포털에 스크린리더가 접근할 수 없는 작업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류 교사는 "시각장애인이라서 할 수 없는 업무가 생기면 동료와 그 짐을 나눠야 한다"며 "하루 빨리 기술 개선이 이뤄져 업무를 하지 못할 때 느끼는 안타까움이 줄었으면 한다"고 했다.
장애를 걱정거리로 보는 인식도 아쉬운 점이다. 류 교사는 "새내기 교사라 하는 실수도 장애인이라 하는 실수로 비쳐질까 걱정이 크다"며 "장애 여부를 떠나 있는 그대로를 보고 인정해주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류 교사는 학생들이 자신을 통해 장애인과 익숙해지기를 희망한다. 그는 "익숙한 공간에서 매일 시각장애인 교사를 만나면 시각장애인과 익숙해질 것"이라며 "저를 거쳐 간 아이가 사회에 나가서 시각장애인을 만나면 훨씬 자연스럽게 일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장애인이 익숙한, 나아가 장애를 '꼬리표'로 여기지 않는 사회. 류씨가 꿈꾸는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