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북러회담前 모스크바行… '北비핵화·제재이행' 안간힘

머니투데이 최태범 기자 2019.04.17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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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북러밀착 견제, 美 '최대 압박' 유지 재확인…지난달엔 중국 방문

【인천공항=뉴시스】이윤청 수습기자 =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비건 특별대표는 평양에서 2박3일간 실무협상을 마치고 9일 오후 청와대를 방문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협상 결과를 공유했다. 2019.02.10.    radiohead@newsis.com  【인천공항=뉴시스】이윤청 수습기자 =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비건 특별대표는 평양에서 2박3일간 실무협상을 마치고 9일 오후 청와대를 방문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협상 결과를 공유했다. 2019.02.10. [email protected]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7~18일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한다. 지난달 말 중국 방문에 이어 북한 우방국인 러시아도 찾는 셈이다. 비핵화 견인을 위한 대북제재 공조 이행을 강조하는 한편, 북·중·러 밀착 구도를 견제하고 ‘제재이탈’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비건 대표의 방러는 임박한 것으로 보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과 북러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 이뤄진다. 북한은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장기전을 감수하고 ‘버티기’에 들어갔다. 미국도 대북제재를 통한 ‘최대한의 압박 기조’를 재확인하고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위해 양보없는 기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미 국무부는 16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비건 대표가 17~18일 모스크바를 방문해 러시아 관리들과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진전을 위한 노력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건 대표의 러시아 방문은 6개월 만이다. 지난해 8월 대북정책 특별대표로 임명된 그는 같은 해 10월 모스크바를 방문해 이고르 모르굴로프 러시아 아태지역담당 외무차관, 세르게이 랴브코프 외무차관을 만났다.



비건 대표는 이번 방문에서도 이들과 만나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상황을 공유하고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러시아가 대북제재를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긴밀한 대북공조를 당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AP/뉴시스】스티븐 비건 미 국 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4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주재 미국 대표부에 도착해 기자들을 만나 얘기하고 있다.   비건 대표는 미국대표부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해 15개 안보리 이사국을 대상으로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북한이 다른 길을 가지 않도록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협조해달라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9.03.15.【뉴욕=AP/뉴시스】스티븐 비건 미 국 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4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주재 미국 대표부에 도착해 기자들을 만나 얘기하고 있다. 비건 대표는 미국대표부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해 15개 안보리 이사국을 대상으로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북한이 다른 길을 가지 않도록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협조해달라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9.03.15.
◇대북 석유거래 문제, 北노동자 본국 송환 논의 주목


비건 대표가 북러 석유거래 문제와 북한 노동자 송환 등 제재이행이 필요한 구체적인 사항을 언급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미국은 그동안 러시아가 북한과의 석유거래에 관여하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해 8월 러시아 선박 6척과 해운기업 2곳이 북한으로 석유·정유 제품을 옮기는 것을 돕고 있다고 판단해 이들을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외화벌이 노동자들에 대한 본국 송환도 논의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러시아는 중국 다음으로 북한이 가장 많은 노동자를 보낸 나라다. 유엔 결의로 러시아 체류 북한 노동자 수는 줄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노동자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자금을 차단하기 위해 2017년 12월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제2397호에서 ‘회원국들이 자국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들을 24개월 내 본국에 송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결의 이행 시한이 바로 올해 말이다.

반면 해외에 나가 있는 노동자들은 북한엔 ‘핵심 자금줄’이다. 북한은 지난 12~16일 평양을 방문한 러시아 하원 대표단에도 자국 노동자들의 잔류를 요청했다고 한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하원 대표단으로 방북했던 페도트 투무소프 정의러시아당 의원은 언론인터뷰에서 "북한 지도부가 '근로자들이 계속 러시아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줬으면 한다'고 전해왔다"며 북측이 노동자들의 본국 송환 연기를 요청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서울=뉴시스】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6일 조선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제1017군부대 전투비행사들의 비행훈련을 지도했다고 17일 보도했다. 2019.04.17. (출처=노동신문)    photo@newsis.com【서울=뉴시스】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6일 조선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제1017군부대 전투비행사들의 비행훈련을 지도했다고 17일 보도했다. 2019.04.17. (출처=노동신문) [email protected]
◇김정은 방러 ‘기정사실화’…24일 북러정상회담 관측도

북러정상회담도 곧 열릴 전망이다. 북한 고려항공이 오는 23일 평양→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로 운항하는 임시 항공기를 편성한 것으로 확인되면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는 26~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상포럼에 참석할 계획으로 알려진 가운데, 포럼 참석 길인 24일경 블라디보스토크에 들러 김 위원장과 첫 북러정상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김 위원장의 의전·경호를 총괄하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은 지난달 19~25일 비밀리에 모스크바와 크렘린궁을 방문한 뒤 블라디보스토크를 경유해 귀국했다. 블라디미르 콜로콜체프 러시아 내무부 장관도 지난 1일 평양을 방문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5일(현지시간) "회담이 준비되고 있다는 것은 확인해 줄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에 관해 얘기해 왔다. 회담 시기·장소 등이 명확해지는 대로 알려주겠다"며 북러정상회담이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을 직접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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