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확대 세제혜택"…구글·애플·페북, 자사주 밥그릇 챙겼다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19.04.16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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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017년 12월 법인세 35%→21% 낮춰…
1년새 美 10대 IT 기업 자사주 매입 55% 늘어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구글과 페이스북 등을 포함한 미국 10대 기술 업체의 자사주 매입 규모가 1년 새 절반 넘게 늘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를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법인세 인하를 통해 일자리 고용 등 경제 부양 효과를 꾀했으나 기업들의 '밥그릇 챙기기'만 도운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인다.

14일(현지시간) 미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10대 기술 기업이 지난해 자사주 매입에 사용한 돈은 1690억달러(약 191조5600억원)에 달해, 전년(1089억달러)보다 5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IT(정보기술) 업계로 보면 자사주 매입 규모는 3870억달러(439조4000억원)로 사상 최대치를 달성해, 전년보다 세 배 넘게 늘었다.



이 10대 기업에는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이 포함됐다.

같은 기간 고용률 증가 속도는 더뎌졌다. 회계연도가 다른 5곳을 제외한 나머지 5곳 기업(알파벳, 아마존, 페이스북, IBM, 인텔)은 지난해 전년보다 8.7% 늘어난 120만명을 고용했다. 이는 전년 증가율(24%)에 비하면 3분의 1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다만, 이는 전 세계 고용자를 대상으로 한 수치이므로, 미국에서만 만들어진 일자리 수는 알 수 없다. 연구·개발(R&D)에 쓰이는 비용은 지난해 17% 올라, 전년 증가율(15%)에 비하면 소폭 상승했다.



이를 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도입한 법인세 인하 정책이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비판이 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7년 12월 법인세율을 최고 35%에서 21%로 낮추는 등 향후 10년간 1조5000억달러 세금을 줄이는 세제개혁안에 서명했다. 이러한 세제개혁안에는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현금 등 유동자산은 세율을 15.5%, 부동자산은 8%만 부과하는 특별세도 포함됐다. 이는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인 '리쇼어링'을 겨냥한 정책이다. 해외 자국 기업이 본국으로 돌아오면 고용 등을 늘려 경기를 부양시킨다는 것이다.

덕분에 미국 대기업은 상당한 수혜를 봤다. 미국 진보성향 싱크탱크인 조세경제정책연구소(ITEP)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기업이 지불한 세금은 전체적으로 30%가량 줄었다. 특히 이들 정책의 수혜자는 기술 기업이었다. 법 시행 전까지만 해도 가장 많은 해외 현금을 보유한 미국 기업으로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오라클, 알파벳 등이 꼽혔다.

그러나 낮춰진 세금의 대부분이 자사주 매입에 쓰였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자사주 매입은 주당순이익(EPS)을 올리고, 회사 관계자들을 포함한 주주들이 지닌 주식 가치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며 "그러나 고용 증가 등 자금의 다른 사용처와 비교해봤을 때 경제 부양에는 큰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매트 가드너 ITEP 선임연구원은 "고용을 약속한 기업 중 정부와 어떤 종류던 협약을 맺은 곳이 없다"며 "이는 강제로 적용할 수 없는 헐거운 약속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데이비드 산치 시장조사업체 트림탭스(TrimTabs)의 유동성 연구팀장은 보고서에서 "자사주 매입은 회사 최고 간부들이 불균등하게 혜택을 보도록 한다"며 "이는 미국의 경제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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