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코치는 “학창시절을 돌아보면, 어려움에 부딪히면 극복하기보다 늘 포기하는 학생이었다”며 “학업과 진로 때문에 마음을 잡지 못했던 한 학생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했던 약속이 2017년 사하라 마라톤이었다”고 했다. 몸무게 100㎏이 넘던 그에게 마라톤은 미지를 넘어 사지(死地)의 영역이었다. 의욕만 앞섰지 과정은 매끄럽지 않았다. 시간이 다가올수록 조바심이 커졌다. 퇴근 후 늦은 밤마다 20㎏이 넘는 배낭을 메고 동네 뒷산을 뛰어다녔다. 몸무게는 70㎏대로 줄었다. 대회 참가를 불과 1개월 앞두고 발목과 무릎 인대가 파열됐다. 대회 참가는 물거품이 됐다.
이후 ‘두 번 다시 달리지 않겠다’고 결심했지만 올해 초 그 결심이 깨졌다. 어려운 가정사와 생활고를 겪던 학생을 도울 방법을 찾다가 캄보디아 정글 마라톤을 떠올린 것. 오 코치는 “가르치던 한 고등학생이 갑자기 심각한 가정문제를 겪으면서 학업을 포기하기로 결심했다는 걸 알게 됐다”며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그 학생을 돕기 위해 정글 마라톤을 택했다”고 말했다. 취지를 들은 회사 측에서 마라톤 완주를 조건으로 장학금 지원을 약속했다. 정글은 사막과 또 달랐다. 수풀 우거진 코스와 높은 습도, 벌레떼 등 경험해보지 못했던 어려움이 있었다. 제한 시간 12시간을 불과 4분 남겨두고 ‘꼴찌’로 완주했다.
지난달에는 서울오픈마라톤에 참가해 가르치던 학생들 3명과 함께 뛰었다. 오 코치와 학생들은 1㎞마다 각각 1만원씩 기부금을 내기로 했다. 돈을 모아 ‘베이비박스’ 등 사회단체에 전달할 계획이다. 오는 8월 결혼을 앞둔 오 코치는 “학생들을 격려하고 지원하기 위해 애썼는데 결과적으로 내 스스로가 더 큰 힘을 얻게 됐다”며 “앞으로도 도전을 포기하지 않고 실천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