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 힘내라" 사막·정글 뛰는 '코칭쌤'

머니투데이 이민하 기자 2019.05.0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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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오충용 동화세상에듀코 수석 코치…마라톤 뛰어 장학·기부금 마련

"제자들 힘내라" 사막·정글 뛰는 '코칭쌤'


“학생들에게 돈을 받고 수업을 하는 거지만 단순히 성적만 높이는 게 목적이었으면 수백킬로 마라톤을 달리지 않았을 겁니다. 저같이 제대로 달려본 적이 없던 사람도 의지만 있으면 사막이든 정글이든 완주할 수 있다는 걸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마라톤 뛰는 코칭 선생님’으로 학생들 사이에서 잘 알려져 있는 오충용 동화세상에듀코 수석 코치(사진)는 “어린 학생들은 누군가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하루아침에 변하기도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 코치가 마라톤에 도전한 것도 이런 생각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취지로 무턱대고 평생 가장 하기 싫은 일로 꼽았던 마라톤을 선택했다. 동화세상에듀코는 코칭 전문기업이다. 전문 코치들이 교과목 학습지도와 더불어 목표 설정을 위한 적성·진로 코칭, 동기부여와 습관 개선을 위한 인성 코칭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오 코치는 “학창시절을 돌아보면, 어려움에 부딪히면 극복하기보다 늘 포기하는 학생이었다”며 “학업과 진로 때문에 마음을 잡지 못했던 한 학생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했던 약속이 2017년 사하라 마라톤이었다”고 했다. 몸무게 100㎏이 넘던 그에게 마라톤은 미지를 넘어 사지(死地)의 영역이었다. 의욕만 앞섰지 과정은 매끄럽지 않았다. 시간이 다가올수록 조바심이 커졌다. 퇴근 후 늦은 밤마다 20㎏이 넘는 배낭을 메고 동네 뒷산을 뛰어다녔다. 몸무게는 70㎏대로 줄었다. 대회 참가를 불과 1개월 앞두고 발목과 무릎 인대가 파열됐다. 대회 참가는 물거품이 됐다.



재활은 10개월이 걸렸다. 오 코치는 “재활을 거치면서 다시 걷고 뛸 수 있게 됐지만, 지키지 못한 약속 때문에 마음은 늘 무거웠다”며 “다른 한편으로는 실패자라고 ‘낙인’이 찍힌 거 같아 견딜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다시 채비를 갖췄다. 하루 5㎞, 10㎞, 20㎞씩 뛰었다. 지난해 초 국내 하프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실전 감각을 점검한 뒤 같은 해 4월 사하라 사막으로 떠났다. 1200여명이 엿새간 250㎞ 사막을 달리는 극한의 마라톤이었다. 오 코치는 마지막 날 부러진 티타늄 스틱에 의지한 채 결승선을 통과, 완주 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두 번 다시 달리지 않겠다’고 결심했지만 올해 초 그 결심이 깨졌다. 어려운 가정사와 생활고를 겪던 학생을 도울 방법을 찾다가 캄보디아 정글 마라톤을 떠올린 것. 오 코치는 “가르치던 한 고등학생이 갑자기 심각한 가정문제를 겪으면서 학업을 포기하기로 결심했다는 걸 알게 됐다”며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그 학생을 돕기 위해 정글 마라톤을 택했다”고 말했다. 취지를 들은 회사 측에서 마라톤 완주를 조건으로 장학금 지원을 약속했다. 정글은 사막과 또 달랐다. 수풀 우거진 코스와 높은 습도, 벌레떼 등 경험해보지 못했던 어려움이 있었다. 제한 시간 12시간을 불과 4분 남겨두고 ‘꼴찌’로 완주했다.

지난달에는 서울오픈마라톤에 참가해 가르치던 학생들 3명과 함께 뛰었다. 오 코치와 학생들은 1㎞마다 각각 1만원씩 기부금을 내기로 했다. 돈을 모아 ‘베이비박스’ 등 사회단체에 전달할 계획이다. 오는 8월 결혼을 앞둔 오 코치는 “학생들을 격려하고 지원하기 위해 애썼는데 결과적으로 내 스스로가 더 큰 힘을 얻게 됐다”며 “앞으로도 도전을 포기하지 않고 실천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밝혔다.


"제자들 힘내라" 사막·정글 뛰는 '코칭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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