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로 일군 신화' 창업부터 은퇴까지 김재철 회장의 50년

머니투데이 김은령 기자 2019.04.1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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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주년 기념식서 퇴진 선언 "찬란한 새 역사 써달라"

'참치로 일군 신화' 창업부터 은퇴까지 김재철 회장의 50년


재계서열 45위 동원그룹 김재철 회장(84)이 퇴진한다. 원양어선 1척으로 동원산업을 설립한 1969년 4월 16일 이후 50년 만이다. 직원 3명으로 시작한 동원그룹은 국내 대표 종합식품그룹과 한국 증권시장을 대표하는 증권그룹으로 성장했다.

김 회장은 16일 경기도 이천 ‘동원리더스아카데미’에서 열린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 최초 원양어선인 ‘지남호’ 실습항해사로 수산업에 첫 발을 내딛은 후 최연소 선장을 거쳐 동원산업을 설립했다. 창업 당시 ‘성실한 기업활동으로 사회정의의 실현’ 이라는 사시를 직접 만들고 50년간 정도(正道) 경영을 추구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1991년 장남인 김남구 한국투자금융그룹 부회장에게 주식을 증여하며 62억38000만원의 증여세를 자진납부한 것. 당시 김 회장은 증여세 자진납부로 다른 기업인에게 핀잔을 듣기도 했고 이례적인 자진납부에 세무조사를 받기도 하는 등 웃지못할 에피소드를 남겼다.



2세들의 경영 수업에 대해서도 엄격함이 남달랐다. 김남구 부회장이 대학을 마치자 북태평양 명태잡이 어선을 6개월간 태웠던 것은 잘 알려진 일화다. 차남인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은 입사 후 창원의 참치캔 제조공장에서 생산직과 청량리지역 영업사원 등 가장 바쁜 현장부터 경험시켰다. 두 아들 모두 현장을 두루 경험한 후 입사 11년을 넘어서야 임원을 맡게 했다.

창업세대로 이례적인 자진 퇴진 선언도 이 같은 경영 원칙이 반영된 결정이다. 김 회장의 퇴진은 창립 50주년을 앞두고 오랫동안 고민하다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창업 세대로서 소임을 다했고, 후배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도록 물러서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김 회장은 기념사를 통해 동원의 창업 정신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동원의 창업정신은 ‘성실한 기업 활동으로 사회정의의 실현’이었고, 기업 비전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사회 필요기업’”이라며 “앞으로도 이 다짐을 잊지 말고 정도(正道)로 가는 것이 승자의 길이라는 것을 늘 유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회장은 은퇴 이후 그룹 경영과 관련해 필요한 경우에만 그간 쌓아온 경륜을 살려 조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재계 원로로서 한국 사회를 위해 기여하는 방안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은퇴 이후 “그간 하지 못했던 일, 사회에 기여하고 봉사하는 일도 해나갈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원그룹은 지난해 기준 재계서열 45위로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동원엔터프라이즈 아래 동원산업, 동원F&B, 동원시스템즈, 동원냉장, 동원건설산업 등 국내외 43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수산, 식품, 패키징, 물류 등 4대축을 바탕으로 연매출 7조2000억원을 거두는 기업집단이다. 동원엔터프라이즈 최대주주는 김남정 부회장으로 67.98%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김재철 회장도 24.5%를 보유하고 있다.

김 회장 퇴진 이후 동원그룹 경영은 차남인 김남정 부회장 중심으로 진행되며 큰 틀에서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지주회사인 엔터프라이즈가 그룹의 전략과 방향을 잡고 각 계열사는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독립경영을 하는 기존 경영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철 회장(앞줄 세번째)을 비롯한 동원그룹 계열사 CEO(최고경영자)들이 16일 열린 동원그룹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동원그룹김재철 회장(앞줄 세번째)을 비롯한 동원그룹 계열사 CEO(최고경영자)들이 16일 열린 동원그룹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동원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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