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회장은 16일 경기도 이천 ‘동원리더스아카데미’에서 열린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1991년 장남인 김남구 한국투자금융그룹 부회장에게 주식을 증여하며 62억38000만원의 증여세를 자진납부한 것. 당시 김 회장은 증여세 자진납부로 다른 기업인에게 핀잔을 듣기도 했고 이례적인 자진납부에 세무조사를 받기도 하는 등 웃지못할 에피소드를 남겼다.
창업세대로 이례적인 자진 퇴진 선언도 이 같은 경영 원칙이 반영된 결정이다. 김 회장의 퇴진은 창립 50주년을 앞두고 오랫동안 고민하다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창업 세대로서 소임을 다했고, 후배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도록 물러서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김 회장은 기념사를 통해 동원의 창업 정신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동원의 창업정신은 ‘성실한 기업 활동으로 사회정의의 실현’이었고, 기업 비전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사회 필요기업’”이라며 “앞으로도 이 다짐을 잊지 말고 정도(正道)로 가는 것이 승자의 길이라는 것을 늘 유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김 회장은 은퇴 이후 그룹 경영과 관련해 필요한 경우에만 그간 쌓아온 경륜을 살려 조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재계 원로로서 한국 사회를 위해 기여하는 방안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은퇴 이후 “그간 하지 못했던 일, 사회에 기여하고 봉사하는 일도 해나갈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원그룹은 지난해 기준 재계서열 45위로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동원엔터프라이즈 아래 동원산업, 동원F&B, 동원시스템즈, 동원냉장, 동원건설산업 등 국내외 43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수산, 식품, 패키징, 물류 등 4대축을 바탕으로 연매출 7조2000억원을 거두는 기업집단이다. 동원엔터프라이즈 최대주주는 김남정 부회장으로 67.98%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김재철 회장도 24.5%를 보유하고 있다.
김 회장 퇴진 이후 동원그룹 경영은 차남인 김남정 부회장 중심으로 진행되며 큰 틀에서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지주회사인 엔터프라이즈가 그룹의 전략과 방향을 잡고 각 계열사는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독립경영을 하는 기존 경영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철 회장(앞줄 세번째)을 비롯한 동원그룹 계열사 CEO(최고경영자)들이 16일 열린 동원그룹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동원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