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뿐이다. 나부터가 그렇다. 직장인이다. ‘회사 그만 두면 뭐해 먹고 살지?’라는 고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왜 퇴직금이 퇴직‘연’금이 됐을까. 이런 근본적인 고민을 하지 않고 있다. 며칠 전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은행 직원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리밸런싱(rebalancing·자산 재조정)상품을 소개하겠다는 전화였다. 퇴직연금 가입 후 8년 만에 처음 받아 본 전화였다. 해마다 높은 수수료만 또박또박 떼가 더니 웬일인가 싶었다. 듣다 보니 복잡하고 귀찮아졌다. ‘실적에 안달 난 직원’쯤으로 간주하고 못들은 척 했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적립금의 90.3%는 원리금 보장상품으로, 9.7%는 실적 배당형 상품으로 운용됐다. 은행 이자 정도의 안전을 추구하는 원리금 보장형의 수익률은 1.56%였다. 반면 위험을 감수한 실적배당형(주식형 펀드 등)은 -3.82%를 기록했다. 주식시장 불황에 따른 펀드 수익률 급락 등의 영향이 컸다.
수치로도 확인된다. 수익률을 10년 단위로 보면 퇴직연금 전체 수익률은 연 3.22%다. 그런데 원리금 보장형의 경우 3.07%, 실적 배당형은 4.8%다. 실적 배당형의 투자 비율을 높였다면 수익률은 더욱 높았을 거란 추론이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수익률은 단기적인 아닌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봐야 한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국민·개인연금과 함께 노후 자금의 한 축인 퇴직연금 문제 해결을 위해선 스스로 뛰는 수밖에 없다. 은행·증권·보험사 등 사업자의 각성도 필요하다. 이럴 시간도 없고 귀찮게 느껴진다면 정부에 나 대신 돈을 굴려주는 제도를 만들라고 요구해야 한다. 논의되고 있는 ‘디폴트 옵션’(Default Option) 도입이 답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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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사업자를 갈아타기 쉽게, 수익률 좋은 사업자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가입자 유치를 위한 사업자 간 치열한 경쟁을 유발할 수 있다. 국민들의 노후가 불안해질수록 재정 수요는 커질 수밖에 없다. 퇴직연금 제도 손질이 시급하다.
환갑잔치하려면 눈치를 봐야 하는 ‘100세 시대’다. 신체·정신적 건강도 중요하지만, 재정도 뒷받침돼야 한다.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다. 삶의 질이 중요하다. 세상이 척박하다 보니 ‘재수 없으면 오래 산다’는 말까지 나온다. 바쁘다고 방치 하지 말아야 한다. 보다 나은 노후 삶의 질을 위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