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 무관한 자료사진
홍콩 공중화장실 청소노동자의 70% 이상이 근무 시간에 식사할 마땅한 장소가 없으며 상당수는 화장실 칸막이 옆 비좁은 숙직실에서 밥을 먹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최근 보도했다.
조사 응답자 중 33명은 휴식 때 먹을 음식을 직접 싸 온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그중 17명은 화장실 안에 위치한 협소한 숙직실에서, 14명은 야외와 공원 등에서 밥을 먹는다고 밝혔다. 창고나 전기실 등에서 음식을 해결한다는 응답도 있었으며, 나머지 41명은 주변 식당이나 카페를 이용한다고 대답했다. 냉장고나 전자레인지를 구비한 곳은 단 하나도 없었다.
홍콩 가톨릭 노동위원회 연구장인 라우 푸이 샨은 "휴식 공간은 박테리아로 가득찬 공간 바로 옆에 있으며 (노동자들은) 밥도 환기가 안되는 곳에서 먹어야 한다. 아플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라고 설명했다.
맘캄토(Mam Kam To)의 공중화장실을 5년간 청소해온 총 양핑(71)은 "휴게실"이라 불리는 공간을 업체가 제공하긴 했으나 배설물과 하수 처리 장치가 옆에 있었으며 결국 악취가 심해 이용할 수 없었다고 스탠더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하소연했다. 벽과 장비가 배설물로 얼룩진 화장실을 뒤로하고 수풀 주변에서 휴식을 취하려 노력하지만 모기 때문에 제대로 쉬지도 못한다는 사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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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홍콩 정부는 5년 동안 전체의 삼 분의 일에 해당하는 낙후된 공중화장실 240곳 개조에 800억이 넘는 예산을 투자하겠다고 지난 2월 발표했다. 화장실 개조에는 거액이 들어가지만 해당 시설에서 근무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언급이 없다.
라우 푸이 샨은 "정부는 공중화장실 시설과 서비스 개선에만 관심을 가질뿐, 일하는 사람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정부는 청소노동자가 매일 일하는 공간을 다시 세우거나 새롭게 개조하는 일을 최우선순위에 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