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 떠나는 아시아나항공…채권단 '매각방해' 원천차단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기성훈 기자 2019.04.15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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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금호그룹 매각 선언, 수정 자구안 제출…산은, 오후 채권단 회의 개최 "이견없을 듯"

금호 떠나는 아시아나항공…채권단 '매각방해' 원천차단


금호아시아나그룹(금호그룹)이 31년 만에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한다. 그룹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자회사로 박삼구 전 회장의 애착이 컸지만, 극심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면서 채권단 압박에 '백기'를 들었다. 채권단이 매각의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한 여러 장치를 마련한 탓에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 찾기는 속도를 낼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산은)은 15일 금호그룹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포함된 수정 자구계획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자구안 제출에 앞서 박삼구 전 회장과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은 이날 오전 이동걸 산은 회장과 만나 아시아나항공 매각 의사를 전달했다. 아시아나항공 대주주(지분 33.5%) 금호산업도 이날 오전 이사회를 개최해 매각을 의결했다.



◇'통매각·드래그얼롱' 조기매각 성사 장치=수정 자구계획에서 금호그룹은 "구주매각과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한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즉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매각 조건으로는 △자회사 별도 매각은 금지하되 인수자 요청 시 별도 협의하고 △구주에 대한 '드래그얼롱(Drag-along:동반매도요청권)' 권리와 아시아나항공 상표권 확보 등을 포함했다. 이는 아시아나 매각의 조기 성사를 보장하기 위한 장치로 풀이된다.

우선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의 '통매각'을 원칙으로 정한 것은 금호그룹이 일부 자회사를 팔지 않겠다고 버티거나 지배구조를 바꾸는 등 방법으로 매각 작업을 방해할 가능성을 막으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은 아시아나세이버·아시아나IDT·아시아나에어포트·아시아나개발·에어서울·에어부산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데, 모두 항공사 운영의 필수 자회사여서 인수자는 함께 사들이는 게 낫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본체 매각의 확정 이전에는 금호그룹이 손대지 못하도록 한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다만 인수자 협의를 전제로 별도 매각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아시아나IDT 지배를 받는 금호리조트, 금호고속 관련 회사 등 항공사 운영과 관련 없는 회사들이 매각 대상에서 빠질 가능성은 존재한다.


구주 드래그얼롱 조항은 매각의 주도권을 채권단이 쥐기 위한 목적이다. 드래그얼롱은 소수 지분 투자자가 보유 지분을 매각할 때 1대 주주의 지분을 함께 매각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만일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진통이 생긴다 해도 채권단은 자구계획을 바탕으로 지원된 자금을 활용해 지분을 취득할 수 있고, 이후 금호그룹 의사와 상관없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독자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셈이다.

◇"금호타이어 매각 발목" 전력 의식한 채권단=금호그룹은 채권단의 5000억원의 자금 지원을 요청하면서 기존 자구계획에서 언급했던 박 전 회장 일가의 금호고속 지분 전량(금호타이어 관련 기존 담보 지분 42.7%, 미담보 지분 4.8%)에 더해 금호산업의 아시아나항공 지분(33.5%)도 새롭게 담보로 제공하기로 했다. 금호그룹이 매각 차질을 이유로 '버티기'에 돌입할 가능성을 대비한 장치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은 과거 금호타이어 매각 과정에서 박 전 회장이 제기한 우선매수청구권, 상표권 문제 등으로 발목 잡힌 경험이 있다"며 "아시아나항공 매각 과정에선 금호그룹의 영향력을 완전히 제거하고, 조기 매각이 가능하도록 2중 3중의 장치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금호그룹은 'M&A 종결까지 현 한창수 대표이사가 아시아나항공을 경영한다'는 조건을 달았지만, 매각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평가다. 아울러 이전 자구계획에 담겼던 '박 전 회장은 경영에 복귀하지 않는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기재(비수익성 자산)를 축소하고 비수익 노선 정리와 인력 생산성 제고도 추진한다'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금호그룹 "매각이 시장 신뢰회복 방법…채권단 이견 없을듯=금호그룹은 이날 이사회 직후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는 것이 그룹과 아시아나항공 모두에게 시장의 신뢰를 확실하게 회복하는 것이라 결정했다"며 매각 결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금호그룹은 매각 주간사 선정,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 적법한 매각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산은도 이날 오후 채권단 회의를 개최해 금호그룹의 수정 자구계획을 검토·의결할 계획이다. 수정된 자구계획이 산은과 금호그룹 간 협의를 거쳐 마련된 만큼 채권단 내 별다른 이견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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