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까지 재 날렸던 백두산이 들썩인다···폭발시 아이슬란드 화산의 1천배"

머니투데이 김세관 기자 2019.04.15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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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2005년 사이 3000회 이상 지진 감지…"피해 미리 대비하기 위해선 南北 협력 절실"

백두산 천지/평양사진공동취재단 /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백두산 천지/평양사진공동취재단 /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백두산 화산은 우리와 우리 후손의 미래가 달린 문제다. 천지 아래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선제적 연구가 필요하다. 남북이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1000년전인 946년. '세기의 분화(Millenium eruption)'라고까지 명명된 백두산 화산 폭발은 화산재가 그린란드 빙하 속에서 발견될 만큼 엄청난 흔적을 남겼다. 한반도는 물론이고 동북아와 전세계에 영향을 미쳤다. 그런 백두산이 2000년대들어 다시 들썩이고 있다. 재분화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이에 따라 분출 가능성을 지속 모니터링 하고 남북이 공동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 폭발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질연)과 더불어민주당 심재권·이상민 의원실은 15일 오전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깨어나는 백두산 화산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방안을 논의했다.

'깨어나는 백두산화산, 어떻게 할것인가?' 토론회에서 노웅래 국회 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김복철 한국지질연구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깨어나는 백두산화산, 어떻게 할것인가?' 토론회에서 노웅래 국회 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김복철 한국지질연구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세기의 분출' 한번더 일어난다면?···"아이슬란드 화산폭발 1천배 이상"=
이날 토론회서 전문가들은 우선 1000년 전 백두산 분화가 세기의 분화였다는 점을 고려했을때, 또 한 번의 폭발이 일어나면 그 피해가 엄청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윤수 포항공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946년 백두산의 화산방출에너지는 약 840경 주울로, 2011년 동일본대지진의 4배가 넘는 에너지가 방출됐었다"며 "2002년부터 백두산 천지에서 다시 분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1000년전 화산 폭발 당시 백두산에서는 남한 전체를 1m나 덮을 수 있는 양의 화산재가 분출됐다. 뿐만 아니라 일본 후카이도와 혼슈 북부지역을 지나 쿠릴열도와 그린란드 빙하 속에서도 백두산 화산재가 발견될 만큼의 위력을 나타냈다. 이후 백두산은 1668년과 1702년, 1903년에도 분화 기록을 남겼다. 특히, 2002~2005년 사이 천지 근방에서 3000여 이상의 화산지진이 발생해 심각한 화산분화 징후를 보이기도 해 우려를 자아냈다.

1000년 전과 같은 분화가 다시 발생할 경우 2010년 유럽을 화산재로 뒤덮었던 아이슬란드 화산 분화의 1000배 이상 규모가 될 것이란 예측까지 나온다. 윤성효 부산대학교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백두산에서 1000전과 같은 세기의 분화가 발생하면 1차 피해는 북한 지역이 되겠지만 일본과 우리나라까지 엄청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지난 2015년 국민안전처(현 행정안전부) 주관으로 진행한 '화산재재 피해예측 기술개발' 연구결과를 통해 한반도에 북동풍이 불 때 백두산이 세기의 분화와 같은 폭발이 일면 남한에만 가해지는 직·간접 피해만 11조1895억원에 이른다는 추산을 하기도 했었다. 경상북도와 강원도는 최고 10.3㎝까지 화산재가 쌓이고, 화산폭발로 인한 지진이 부산의 건물까지 파손할 수 있다고 밝혔다.

◇"폭발 대비, 인도적 차원의 남북 공동연구 절실"= 이에 따라 백두산의 화산 활동 예측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폭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남북이 함께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국내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주장했다. 2013년부터 영국과 미국 전문가들이 '백두산 북-영-미-중 연구그룹(MPGG)'이 이 활동을 하고 있지만, 국내 연구진은 정치적인 문제로 참여할 수 없었다.

지강현 한국지질자원 지진연구센터 연구원은 "백두산으로부터 발생할 화산 재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백두산에 상시 화산 감시시스템을 만들고, 화산 활동이 시작하기 전에 감시 장비를 설치해야 한다"며 "전조현상을 탐지하고 장비를 설치하면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남북공동연구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오창환 전북대학교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도 "중국측은 화산 폭발 피해를 대비하기 위해 백두산에 화산 감시 장비 시스템을 구축하고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 관련 정보를 절대 우리나라에 제공하지 않고 있다"며 "이에 반해 북한은 연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백두산 폭발시 일어날 피해를 대처하기 위한 인도적 차원에서의 백두산 남북 공동연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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