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고위공무원 재산공개, 씁쓸한 '네 탓'

머니투데이 박미주 기자 2019.04.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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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공개된 고위공무원 2394명의 재산내역 중 보유 부동산가격에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한 공무원의 아파트는 1년 새 공시가격이 1억원가량 올랐지만 재산내역에는 3500만원 정도 줄었다. 지난해 주택을 취득한 공무원은 재산가액에 취득가격이 표시돼야 했지만 수억 원 낮은 공시가격이 적혔다.
 
재산내역 오류를 본인 실수라고 얘기한 경우도 있었지만 정부 시스템 오류를 주장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주소를 정확히 입력했지만 공시가격이 잘못 게재됐다거나 실거래가를 입력했는데 공시가격이 재산가액으로 표기됐다는 것이다.
 
재산내역 공개를 담당하는 인사혁신처 공무원은 시스템이 잘못될 가능성은 없다고 못 박았다. 또 모든 재산공개 책임은 본인에게 있으며 일일이 수작업으로 수치를 수정할 수도 있다고 했다. 재산공개 원칙이 안내되며 본인 최종 확인도 거친다고 했다. 인사혁신처 얘기대로라면 신고자 개인 탓에 재산내역에 오류가 생긴 셈이다.
 
고위공무원 재산공개를 두고 ‘네 탓’ 공방이 벌어지는 모양새다. 사람이 하는 일에 실수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재산공개 결과가 실제와 다른데도 같은 공무원들이 서로 ‘네 탓’만 하는 것은 유감이다.
 
신고 공무원 본인에게 책임이 있다지만 여러 명이 시스템 오류를 주장하는 만큼 재산공개 시스템을 다시 한 번 확인해야 한다. 재산공개 내역이 잘못된 원인을 명확히 밝혀야 다음 고위 공무원 재산공개 때 같은 오류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
 
고위공무원 재산공개는 ‘공직자윤리법’에 따른 것이다. 1993년부터 공무원의 부정한 재산증식을 방지하고 공익과 사익의 이해충돌을 방지해 국민들의 봉사자로서 가져야 할 윤리를 확립하기 위해 마련됐다.
 
공무원을 흔히 국가와 사회의 심부름꾼이란 의미로 공복이라 부른다. 이 단어에는 ‘네 탓’ 대신 책임감이 포함돼 있다.

박미주 기자 / 사진제공=박미주 기자 박미주 기자 / 사진제공=박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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