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판사·낙태' 테마주까지…투자의 기본 명심할 때

머니투데이 박보희 기자 2019.04.15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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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주식 시장에서는 이테크건설 (16,220원 ▲80 +0.50%) 주가가 장 초반부터 9% 가까이 올라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평소 1만주 내외 수준이던 거래량은 크게 늘어 이날만 6만3000여주가 거래됐다. 9만원 안팎에서 제자리걸음 중이던 주가는 이틀 연속 올라 지난 13일 9만9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동안 시장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이테크건설이 실시간 검색어까지 오른 이유는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부부가 이테크건설 주식을 1만9040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테크건설 뿐 아니라 이 후보자 부부가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삼광글라스 (25,800원 ▼100 -0.39%), 성광벤드 (11,550원 ▲60 +0.52%), 대양전기공업 (14,000원 ▲30 +0.21%), 메지온 (38,550원 ▲300 +0.78%) 등을 다른 종목들 역시 관심을 받았다.



'판사 테마주'의 등장이다. 투자자들은 이 후보자 부부가 보유했다는 종목에 '판사 테마주' '이미선 테마주'라는 이름을 붙이고 덩달아 투자에 나섰다. 투자자들은 고위 공직자가 대량 보유한만큼 '무언가' 호재가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 과감히 베팅했다.

'테마'는 시장을 움직인다. 특히나 요즘처럼 박스권 안에서 방향성을 잡기 힘들 때일수록 더 그렇다. 투자자들은 새로운 이슈를 찾아 혹시나 모를 기회를 엿보기 마련이고, 이슈에 따라 주가가 빠르게 움직이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이슈에 따라 사람들의 관심이 몰리고, 관심이 몰리는 곳에 돈이 몰리는 만큼, 관련 주가가 상승세를 타는 것은 일견 당연하다.



문제는 실체없는 테마에 막연한 기대감으로 결정하는 투자다. 주식 투자에 답은 없겠지만, 펀터멘털 개선 없이 기대감만으로 오른 주가는 결국 제자리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당장은 수익을 내는 것 같지만 결국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당장 지난 11일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사후(응급) 피임약과 임신테스트기 등을 만드는 현대약품, 명문제약, 휴마시스 등이 '낙태 테마주'로 꼽혀 장 초반 급등세를 보였지만, 결국 하락 마감했다. 반나절짜리 테마였던 셈이다. 선거철이면 각종 정치인들의 이름을 달고 나온 테마주들 역시 결과는 비슷했다. 마지막 순간 누가 주식을 들고 있는지에 따라 희비가 갈리는 '폭탄 돌리기'에 다름 아닌 셈이다.

워렌 버핏은 "가치 투자란 100원짜리 물건을 40원에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의 가치보다 싼 가격의 주식을 샀다가, 가격이 기업 가치를 반영했을 때 팔라는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단기 이슈만 좇다보면 따르기 어려운 조언이기도 하다. 앞을 내다보기 힘든 시장일수록, '혹시나'하는 기대감이 아닌 기업의 가치에 근거를 둔, 기본에 충실한 투자가 가장 좋은 방법 아닐까.


[기자수첩] '판사·낙태' 테마주까지…투자의 기본 명심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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