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 / 사진=홍봉진 기자
12일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에서 열린 이 전 대통령 항소심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김성우 전 다스 사장은 다스가 이 전 대통령의 소유라는 점, 이 전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다시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점, 이 전 대통령 지시로 BBK에 송금했다는 점 등을 밝혔다.
그는 이날 법정에서 현대건설에서 근무하던 중 △이 전 대통령으로부터 '자동차 부품회사를 만들 예정이니 일을 맡아달라'고 제안을 받은 점 △다스 설립에 필요한 비용을 이 전 대통령에게서 전달받아 사용한 점 △이 전 대통령의 서울 논현동 자택을 출입하면서 다스 경영현안을 직접 대면보고한 점 △경북 경주 다스 사무실에 타자기 구매비용까지 이 전 대통령에게 상세하게 보고했다는 점 등을 밝혔다.
김 전 사장은 분식회계로 마련한 자금은 이 전 대통령에게 비자금 형태로 전달됐다고 했다. 그는 이 전 대통령 수사가 진행되던 지난해 검찰에 제출한 자수서에 '1990년쯤부터 2001년까지 매년 20억원씩 이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는 등 내용을 담은 바 있다. 이날 재판에서도 김 전 사장은 "비자금 액수가 20억원보다 많을 때도, 적을 때도 있지만 선거가 있다거나 특별한 행사가 있다거나 서울(이 전 대통령을 지칭)에서 더 많은 돈을 요구하면 조정했다"며 "금액은 다스 이익률과 상관없었다. 무리해서 (돈을 마련하기 위해) 이익률을 조정한 경우가 있다"고 했다.
이어 BBK 투자와 관련해서도 검찰로부터 "2000년 BBK에 190억원을 투자한 것은 무슨 지시를 받은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피고인이라고 표현해 불경스러운데 이 전 대통령으로부터 지시를 받고 송금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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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사장이 이날 증인으로 나온 것은 이 전 대통령이 2심에서 재판 전략을 바꾼 탓이었다. 1심까지만 해도 이 전 대통령은 "과거의 측근들을 법정에 세우지 않겠다"며 검찰이 핵심 증인들로부터 확보한 자수서 등을 증거로 채택하는 데 일괄 동의하는 등 '통 큰' 모습을 보인 바 있다. 그러나 40년간 이 전 대통령과 인연을 이어가며 'MB집사'로 불리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비롯해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그리고 이날 재판에 출석한 김 전 사장 등이 검찰에 진술한 내용은 이 전 대통령에 지워진 주요 혐의에 유죄라는 멍에를 씌우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올해 초부터 본격화된 2심에서 이 전 대통령은 전략을 바꿔 1심에서 법정에 소환하지 않던 과거 측근들을 한꺼번에 증인으로 소환시켜달라고 요청했다.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겠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김 전 사장을 비롯해 김 전 기획관, 이 전 부회장, 이 전 회장 등이 줄줄이 재판에 응하지 않았다. 재판부가 강제구인 방침을 밝히고서야 핵심 증인들이 재판에 나왔다. 이 전 대통령이 어렵사리 법정에서 과거 측근들을 만났지만 이들이 내놓은 전략은 결코 이 전 대통령에게 유리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27일 증인으로 나온 이학수 전 부회장은 이 전 대통령이 미국에서 진행한 다스 관련 소송비를 삼성이 대납해줬다는 혐의와 관련해 '이 전 대통령 측 요청을 받고 이건희 회장의 승인을 받아 금전을 지원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이팔성 전 회장도 이달 초 증인으로 나와 이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전달한 이유에 대해 "대선에서 돕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이후 도움을 받을 것을 기대했기 때문"이라고 증언하기도 했다.
한편 김 전 총무기획관이나 이 전 대통령과 삼성을 연결해 준 미국 로펌 에이킨검프의 김석한 변호사 등은 여전히 재판에 불출석했다. 이 중 재판부는 김 전 기획관에 대한 강제구인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