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등의결권, 코리아 디스카운트 심화시킨다"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반준환 기자 2019.04.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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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답]제이미 앨런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 사무총장 인터뷰

제이미 앨런 ACGA 대표 인터뷰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제이미 앨런 ACGA 대표 인터뷰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제이미 앨런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 Asian Corporate Governance Association) 사무총장은 11일 국내에서 논의되는 차등의결권 제도에 대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강하게 우려했다. 또 의무공개매수 제도 도입 등을 통해 소수 주주들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ACGA는 매년 한국을 방문해 법무부, 금융위원회 등 유관기관으로부터 의견을 청취하고 제안서를 건네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올해에는 법무부가 지난 10일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개최한 '기업지배구조 개선 간담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앨런 사무총장은 이 간담회에서 "한국은 최근 정부 차원에서 지속적인 기업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하고 있고, 이에 기업들도 주주와 소통 노력 등 자발적인 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나, 소수주주권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앨런 사무총장과의 인터뷰.



-ACGA에 대해 한국 투자자들은 잘 모를 수 있다. 전반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설명해달라.
▶ACGA는 20년 전 투자자들이 자금을 대서 만든 조직이다. 한국에서 ‘협회’라고 하면 로비단체 성격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ACGA는 투자가들이 모여 활동하는 단체로 성격이 좀 다르다. 독립적인 기관으로 정부의 펀딩을 받지 않고 오로지 회원들의 회비 만으로 운영된다. 현재 아시아 12개국에 대해 리서치를 하고 있다.

-차등의결권(DCS, Dual Class Shares)제도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인가.
▶차등의결권 제도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악화시킬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은 기업 지배구조가 미진한 부분이 있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생겼는데 DCS가 도입되면 이 문제가 더 심해질 것이다. 현재 해외 투자자들은 차등의결권 주식을 가진 기업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 아시아의 다른 시장을 보더라도 DCS 가진 기업들은 실제로 디스카운트가 있다.

한국은 현재 지배구조 문제에 있어 스튜어드십 코드 등으로 많은 부분 진전을 이뤘다. 그런데 DCS가 도입되면 소수 주주들이 불리한 상황에 처하게 되고 주주권에 제약을 받는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DCS 제도가 도입돼 있다. 페이스북 등 유명한 기업들도 차등의결권을 가지고 있다. 이런 기업들에 대해서는 시각이 어떤가.
▶구글, 페이스북, 알리바바 등이 DCS를 가지고 있긴 하다. 그러나 그들이 성공한 것이 DCS 때문은 아니다. 미국은 DCS를 허용하고 있지만 DCS를 사용하겠다고 하면 다른 측면에서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주겠다고 한 케이스가 많다.

이런 성공한 기업들 때문에 DCS가 마치 유행처럼 여겨지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DCS는 회사의 이사회를 약화시키는 영향이 있다. 페이스북, 구글 등도 지배구조가 탄탄했고 이사회가 제대로 운영됐다면 지금 여러 문제에 직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미국의 상장회사 중 소수만이 DCS를 도입했고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DCS를 도입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DCS를 도입한다는 것은 비상장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이것이 심각한 문제가 될까.
▶우린 DCS가 결국 대기업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정부는 벤처기업으로 한정시킬 수 있을지 몰라도 차기 정부는 어떨지 모른다. 특히 재벌은 DCS를 다 원하고 있는데 이를 벤처기업으로 국한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재벌기업이 DCS를 도입하려면 정관상 특별결의를 거쳐야 한다. 특별결의를 하기 위해선 국내 재벌가가 보유한 지분이 충분하지 않다. 삼성전자는 외국인 지분율이 50%까지 되는 상황인데, 충분히 외국인 투자자들이 방어할 수 있는 상황 아닌가.
▶물론 그렇다. 그러나 핵심적인 것은 굳이 왜 그런 길을 가야 하는가 이다. DCS가 도입되면 많은 문제와 갈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 과정에서 서로 불신과 분노가 생기며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실제로 미국에서 투자자들이 페이스북 주식을 DCS 때문에 팔았나.
▶투자자들은 실적 기반으로 평가받는다. 구글, 페이스북의 이사회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거대 테크기업 주식이 없으면 부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다. DCS 반대하고 있지만 지분을 아예 가지지 않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다만 회원사들 중 소규모인 경우는 DCS 도입한 기업 주식은 사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의무공개매수 제도는 과거 한국에 있었던 제도지만 외환위기 당시 IMF 권고로 폐지됐다. 이 제도를 다시 도입해야 한다고 한 배경이 무엇인가.
▶대부분의 선진국은 어떤 형태로든 이와같은 의무공개매수 제도가 있다. 공정성 때문이다. 특정한 인수자가 와서 프리미엄을 주고 지분을 가져가겠다고 했을 때 이 가격이 주주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이는 DCS 도입을 반대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DCS가 소수주주에게 특혜를 주는 것인데 의무공개매수제도가 없으면 이 역시 소수주주들에게 특혜를 주게 된다. 실제 회원사들 중 일부는 한국에서 특정상황 발생 시 불공평한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과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앨리엇이 반대했지만 주총 표결에서 외국인투자자 지분 27%가 찬성해줬다. 한국투자자들이 보기에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합리적인 제도를 내놓으면서도 본 게임에 들어가서는 정 반대로 움직인다는 인상을 갖고 있다. DCS나 의무공개매수 제도 등에 대해 주장하는 부분을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려운 이유다.
▶투자자 집단도 굉장히 다양하다. 거래에 있어서 의사결정은 여러 요소가 개입될 수 있다. 우리가 원하는 방식과 투자자들의 투표 방식은 다를 수 있다. 이익관계 상충 문제도 분명히 있다.

-배당 확대도 필요하다고 했는데 어떤 기업들이 문제가 있다고 보는가.
▶재벌들 대부분 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삼성은 그래도 배당성향을 늘려가며 잘 하고 있는데 일부 기업은 말이 안되는 수준도 있다. 한국 기업들은 합리적인 자본관리 계획이 없다. 회사에 현금이 쌓이는데 이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명확한 계획이 없다는 것이다.

배당은 한국사회의 미래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국민연금이 한국에서는 큰 플레이어다. 기업이 배당성향을 높이고 주가를 올리는 것이 주주에게만 이득 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연금 가입자인 국민 전체에 이득이 돌아가는 구조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기업지배구조 정책이 미흡하다고 한 이유가 무엇인가.
▶한국은 기초적인 기업지배구조 준칙 부분에서 점수가 굉장히 낮다. 예를 들어 주주총회 공지가 2주 전에 나가는데 이 제도는 다른 시장의 경우 매우 옛날 이야기다. 이런 부분에서 개선할 필요성이 있는 제도들이 많다.

-최근 한진그룹에 대한 국내 행동주의 펀드가 생겼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KCGI 등이 생겨난 것은 환영할 일이다. 이들은 특정기업의 구체적 사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주주 권리를 챙긴다. 우리는 좀 더 광범위한 이슈를 제기하고 있다.

-한국 정책에 외국인 글로벌 투자자들의 요구사항을 전달할 수 있는 창구가 없다고 했는데 실제로 그런가.
▶다른 시장의 경우 정책에 변화가 있을 때 2~3개월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도록 정해져 있고, 외국인 투자자들도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그렇지 않다. 공청회를 개최하는데 외국인투자자들은 실제로 참석이 매우 어렵다. 서면으로 의견 제시하는 것도 힘든 점이 있다. 보완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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