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제약, 공개 M&A 재시동...'안팎서 소송전'

이대호 MTN기자 2019.04.10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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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제약이 다시 '공개 M&A'를 시작한다. 감사의견 적정을 받기 위해 전 경영지배인을 상대로 한 법적대응에도 나선다. 반면, 김주선 대표마저 신뢰할 수 없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김 대표는 라이브플렉스 측으로부터 배임 혐의로 피소됐다.

■ "18일 매각 주관사 선정해 공정한 M&A 추진"



경남제약은 10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매각 자문사 선정 방안을 논의했다. 당초 이날 이사회를 통해 법무법인 광장을 선정할 계획이었으나 결정을 보류했다. 외부에서 '김주선 대표가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특정 법무법인을 선정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김주선 대표는 "매각 주관사 선정하는 것까지 말들이 많아서 하나라도 투명히 하자는 생각에서 결정을 보류했다"며, "17일까지 대형 법무법인과 회계법인을 대상으로 제안서를 받은 뒤 17일 경영혁신위원회, 18일 이사회를 통해 한 곳을 선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매각 주관사가 선정되면 경남제약 새 최대주주가 되기를 희망하는 후보들의 인수제안서를 처음부터 다시 받을 계획이다. 향후 절차를 감안하면 경남제약 새 최대주주에 오를 우선협상대상자를 5월 17일 전후까지는 선정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당초 5월 14일로 계획했던 임시주주총회도 연기가 불가피해졌다. 임시주총일 역시 오는 18일 이사회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다. 빠른 거래재개를 희망하는 소액주주들이 일부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지만, 이번에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M&A를 제대로 이뤄내야 한다는데 공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관사를 당초 '매각 주관사'가 아닌 '지배구조개선 자문사'로 칭하려던 계획도 접었다. 이 역시 일각에서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경남제약 측은 기존 최대주주가 회사를 매각하는 것이 아닌, 현 경영진이 새로운 최대주주를 유치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지배구조개선 자문사'라는 표현을 쓰려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 '김 대표가 결국 주관사 결정을 따르지 않고 자문만 받은 뒤 마음대로 결정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결국 김 대표는 '주관사', '자문사' 두 표현을 모두 쓰기로 했다.

김 대표는 "표현 하나까지 의혹이 될 줄 몰랐다"며, "다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최종적으로 우량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곳은 경영혁신위원회와 이사회가 돼야 한다는 것이고, 이는 한국거래소와 약속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번에는 반드시 한국거래소와 약속한대로 공정하고 투명한 M&A를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재감사 추진...전 경영지배인에 법적조치

이날 이사회에서는 퇴임한 경영지배인을 고소하는 방안도 의결됐다. 최근 외부감사인으로부터 감사의견 '한정'을 받은 데 따른 후속조치다. 경영지배인이 자금을 관리하던 시절 회계 문제가 불거진만큼 이를 해소해야만 재감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삼정회계법인은 경남제약 2018회계연도 감사보고서를 통해 "선급금 20억원에 대한 실재성 및 손상평가, 자금의 흐름과 관련된 거래의 적정성에 대해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는 경영지배인이 지난해 11월 A사와 특정 신약에 관한 국내 독점판매권과 생산권 등을 확보하기 위해 맺은 25억원 규모 투자에 관한 내용이다. 경남제약은 올해 초 원상복귀를 추진했으나 결국 계약금 5억원은 돌려받을 수 없다고 판단해 대손충당 처리했다. 20억원은 회사가 돌려받았다. 그러나 외부감사인은 이와 관련된 사업 실재성과 자금이 오간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경영지배인은 해당 업체 공장실사와 내부 임직원 사업설명회 등을 거쳐 정당한 투자를 집행한 것이라 밝히고 있다. 다만 20억원이 나가고 들어온 루트가 다른 것으로 밝혀진 만큼 회계법인과 회사 측도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남제약은 재감사를 통해 감사의견 '적정'을 받기 위해 필요한 자료를 추가 제출하는 것은 물론 회계법인 요청에 따라 디지털 포렌식도 실시하기로 했다.

■ 김주선 대표 배임 혐의로 피소..."M&A 공정성 결여"

김주선 대표가 추진하는 이번 M&A에 대해 공정성이 결여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대표 역시 배임 혐의가 포착됐다는 것.

경남제약 경영권 확보를 추진 중인 라이브플렉스·바이오제네틱스 측은 최근 김주선 대표를 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라이브플렉스 관계자는 "김 대표가 30억원을 투자하는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가 발생한 것을 파악했다"며, "거래재개가 되기 위해서는 이 문제가 해결돼야만 한다고 판단했기에 김 대표를 고발했다"고 밝혔다.

30억원 투자건은 경남제약이 지난 1월 29일 가입한 단기투자 금융상품 관련 사안이다. 골든브릿지투자증권(현 상상인증권)이 판매한 '키웨스트 메자닌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3호'에 김 대표가 30억원 투자 결정을 한 것.

이를 두고 라이브플렉스 측은 김 대표가 배임에 해당하는 정황을 파악했다고 강조했다. 내부 반대를 무시하고 급하게 투자한 이유에 대한 의혹도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감사의견 '한정'이 나온 배경에 김 대표의 30억 투자 건도 한몫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라이브플렉스 측은 "김 대표가 이미 신뢰를 잃었다"며 "김 대표가 추진하는 M&A는 정당성을 확신할 수 없고, 지금의 경영진이 상황을 정리하는 것은 어려울 듯 하다"고 지적했다.

라이브플렉스 관계자는 "우선협상대상자 결정까지 독립된 주관사를 통해 독립적으로 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는 사실상 경남제약 최대주주이며, 하루 빨리 경남제약 경영권을 확보해 회사를 정상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이브플렉스·바이오제네틱스는 지난 2월 약 105억원 규모 CB를 인수한 뒤 이를 주식으로 전환하면서 현재 경남제약 지분 11.29%를 보유하고 있다.

■ 김주선 대표 "나를 흔들려는 의도"..."마무리하고 떠난다"

김 대표는 억측이라고 반박했다. 김 대표는 "30억원 투자는 삼정회계법인에서도 회수만 되면 문제 없을 것이라고 본 것"이라며, "감사보고서에 '보고기간 후 사건'으로 표기된 것은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사실관계 확인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혹이 제기되면서) 만기 전 조기 회수를 요청했고, 4월 30일까지는 돈이 들어올 것"이라며, "사실이 아닌 주장에 대해 무고를 비롯해 철저히 맞대응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투자 결정 과정에 대해서는 "회사에서 지출되는 비용이 많아 수익 개선이 필요했고, 여유자금을 활용해 투자를 하기로 한 것"이라며, "내부품의와 재무팀 설명회 등을 모두 거쳐서 정당하게 투자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공정하게 하겠다는데 왜 자꾸 분쟁을 일으키는지 모르겠다"며, "나를 압박하려는 의도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거래소에서 또 한번 공정성을 갖추지 않고 밖에서 자기네끼리 사고팔고 한다면 이번에는 진짜 상장폐지를 면치 못할 거라는 경고를 받았았는데 어떻게 내가 공정성과 절차를 무시할 수 있겠느냐"며, "이번에는 투명한 절차, 공정한 결과 그것만 보고 가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최근 소액주주모임연대 요청에 따라 경영혁신위원회 회의에 소액주주 대표 참관을 허용하기도 했다. 일각에서 "경영혁신위원회 위원들 상당수가 김 대표가 영입한 인물"이라며 "독립성이 결여돼 있다"는 의혹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김 대표는 "임직원들이 우려하는 고용보장, 경남제약 사명 유지만 보장된다면 나는 최대주주 선정 이후 미련없이 회사를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 계속되는 혼란...한국거래소 "예의주시"

장외에서도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비방전이 심화되자 회사와 소액주주들은 물론, 한국거래소도 예의주시하기 시작했다.

지난 9일 밤 네이버 종목토론실에 '경남제약 현 상황에 대한 듀크 공식입장'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작년 말 기준 경남제약 최대 주주(마일스톤KN펀드, 12.48%)의 최대출자자(65%)인 '듀크코리아'의 공식입장이라는 것.

글쓴이는 김주선 대표의 배임 혐의와 불공정한 M&A 절차 등을 지적했다. 특히 "김주선이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개인의 친분적 관계를 통한 어떤 우선협상자를 선정하던 듀크코리아는 이에 응할 생각이 없다"며, "김주선의 위법행위에 대하여 듀크코리아는 주주로서 가능한 모든 법적조치를 다할 것이며 다시한번 사임할 것을 강력히 요청하는 바, 다른 주주분들의 동의를 구한다"고 적시했다. 이 글은 10일 오후 6시 현재 1,300회 이상 조회됐다.

해당 글은 듀크코리아를 사칭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듀크코리아 측이 당사 공식입장이 아니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듀크코리아 관계자는 "듀크 관계자가 쓴 것이 아니고 우리의 공식입장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남제약 소액주주모임연대 관계자도 "듀크코리아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듀크 공식입장이 아니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한국거래소는 해당 글을 파악하고 모니터링 중이다. 한국거래소는 경남제약 감사의견 '한정'과 M&A 절차, 그리고 이를 둘러싼 각종 논란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논란과 동향 하나 하나에 대해 반응할 것은 없겠지만, 향후 결과를 통해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이대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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