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EU, 3년 만에 뭉쳤다… 공통분모는 '美관세'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19.04.10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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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다자간 무역체제 지지 공동성명 합의…
리커창 "유럽 기업들은 동등 대우 받을 것"

(왼쪽부터)장 클라우드 융커 EU 집행위원장, 리커창 중국 총리, 도널드 투스크 EU 상임의장/AFPBBNews=뉴스1(왼쪽부터)장 클라우드 융커 EU 집행위원장, 리커창 중국 총리, 도널드 투스크 EU 상임의장/AFPBBNews=뉴스1


미국이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며 관세 장벽을 높이려고 하자 중국과 유럽이 맞손을 잡았다. 일방주의 및 보호무역주의에 반대하고 다자간 무역체제에 찬성한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중국이 미국과 무역협상을 진행 중인 데다, 최근 유럽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관세 공격을 받은 시점이어서 이번 결정이 눈길을 끈다.

◇中 "유럽 기업들 동등 대우 할 것…기술이전 강요 없다 약속"=로이터,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9일(현지시간) 리커창 중국 총리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제 21차 중국·EU 정상회담'에서 장 클라우드 융커 EU 집행위원장, 도날드 투스크 EU 상임의장 등과 만나 3시간의 논의 끝에 공동성명 내용에 합의했다. 양측의 공동성명 합의는 지난 2016년 이후 3년 만이다.



이번 성명의 가장 큰 성과로 꼽히는 것은 중국이 EU 등에 대해 개방과 협력의 뜻을 재확인한 점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은 더 이상 외국 기업에 대한 기술 이전을 강요하지 않겠다고 강조하는 한편, 중국의 자국 기업에 대한 산업 보조금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리 총리는 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유럽 기업들은 동등한 대우를 받을 것"이라며 "외국 기업들의 불만 처리를 위한 분쟁 메커니즘을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리 총리의 약속은 유럽 기업들이 오랫동안 바라왔던 개방에 대한 신호를 줬다"고 해석했다.



공동성명은 이밖에 중국과 EU가 세계무역기구(WTO)를 핵심으로 하는 다자간 무역체제를 확고히 지지하는 한편, 일방주의 및 보호주의에 맞서 싸우고 WTO 규정을 함께 준수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 양 주체가 함께 WTO 개혁에 대해 협력할 것이란 내용이다.

투스크 의장은 "이것은 돌파구"라고 평가하면서 "중국이 유럽의 핵심 우선순위(WTO 개혁)에 관해 함께 하기로 동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EU "보잉도 보조금 전력 있어… 美에 보복관세 준비"=이날 공동성명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에 대해 새로운 무역전쟁의 선전포고를 한 뒤 곧바로 나온 터라 주목 받았다.


전일 미 무역대표부(USTR)는 EU가 항공기 제작사 에어버스에 보조금을 지급해 미국이 피해를 봤다며 EU 주요국가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작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부과 대상의 규모는 연간 약 112억달러(약 13조원)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USTR은 수입업자 등을 대상으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대상을 확정할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유럽과 중국간 막판 합의는 다자주의 질서에 대해 도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 직면, 통합을 제시하겠다는 양 주체의 결심을 부각한다"고 설명했다. 중국과 EU에 대해 관세 칼날을 겨눈 미국에 대항하고자 유럽과 중국이 손을 잡았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실제 공동성명 뒤 양측은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주의에 반대한다는 뜻도 시사했다.



한편 EU는 중국과 공동선언문에 합의한 것과는 별도로 미국에 보복 관세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CNBC에 따르면 유럽위원회 대변인은 "EU도 보복관세를 할 준비가 돼 있다"며 "EU는 WTO에 보복권한을 결정할 수 있는 중재자 지정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EU에 따르면 보잉 역시 수년 전 미국으로부터 불법 보조금을 받아 적발된 사례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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