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사 명의 소송 가능…당사자능력 부정한 2심 재판 다시"

뉴스1 제공 2019.04.1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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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사, 전 총무스님 보관 사찰 돈 유족에 반환 청구
대법, 실체 인정 어렵다며 청구 각하한 2심 파기

서울 서초 동 대법원. © News1 유승관 기자서울 서초 동 대법원.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 = 서울 종로구 무악동에 있는 사찰 '인왕사'는 소송법상 당사자가 될 수 있는 능력이 인정돼 인왕사 명의 소송 제기는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인왕사가 전 총무스님 변모씨 유족 4명을 상대로 낸 보관금 반환청구 소송에서 인왕사의 당사자능력을 부정해 청구를 각하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각하는 소송이나 청구가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재판부가 더는 심리하지 않고 재판절차를 끝내는 결정이다.

재판부는 "전통사찰등록 당시 인왕사는 독자적 규약을 갖고 물적·조직적 요소를 이미 갖췄다고 볼 여지가 많다"며 "사규의 일부 규정만으로 각 전각만이 독립적 실체를 가진다거나, 인왕사 앞으로 등기된 부동산에 관한 실질적 권리가 창건주에게 귀속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인왕사는 그 명의로 법률관계를 맺고 관련 소송 당사자로 활동해왔다. 인왕사가 제기한 소송들에서 당사자능력이 부정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원심이 인왕사의 당사자능력을 부정한 조치엔 법리 오해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인왕사는 총무스님으로 재직하다가 2009년 8월 사망한 변씨가 사찰 돈으로 개인 빚을 갚고, 사찰 부근 재건축정비사업으로 받은 보상금을 그의 유족이 상속받았다며 변씨가 보관하던 총 1억7600만원을 상속지분에 따라 반환하라는 소송을 냈다.

재판에선 원고인 인왕사의 민사소송법상 당사자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하급심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인왕사가 1988년 7월 전통사찰보존법에 의해 등록된 전통사찰인 점을 들어 "독자적 권리능력과 당사자능력을 가진다"고 인정했다. 다만 변씨의 대출채무금 상환 유용 등은 뚜렷한 증거가 없고, 보상금은 반환을 거부하거나 횡령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반면 2심은 "인왕사가 법에 따른 전통사찰로 등록돼있다거나 그 명의 재산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독립된 사찰로 비법인 사단 또는 재단으로 실체를 갖고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청구를 각하했다.

그러면서 창건 시기, 창건주, 사찰 재산목록에 관한 별다른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고, 인왕사 사규에 의하면 인왕사 재산의 실질적 권리는 사찰이 아닌 창건주에 유보돼 있으며, 사찰은 전각별로 독자적 운영한다고 규정된 점을 들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인왕사가 무학대사가 고려시대인 1376년 창건한 전통사찰로 법인 아닌 재단이라고 주장하며 조선왕조실록 발췌본을 제출하는 등 관련 증명을 소홀히 하지 않았고, 인왕사 사규에 사찰 운영 및 재산에 관한 사항이 상세히 정해진 점을 들어 인왕사의 소송 제기가 가능하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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