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관념 깨면 보인다"…실적시즌 '화수분' 종목은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2019.04.08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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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전략]'저성장' 어닝 시즌을 맞는 우리의 자세…'가치주 vs 성장주' 틀에서 벗어나야

"고정관념 깨면 보인다"…실적시즌 '화수분' 종목은


"은덩이는 한번 돈으로 바꾸면 그만이지만 땅은 해마다 돈을 낳을 테니까. 그야말로 화수분이지." (박완서의 ‘미망’ 중)



화수분은 재물이 계속 나오는 보물단지로 통한다. 그 안에 물건을 담아두면 끝없이 새끼를 쳐 그 내용물이 줄지 않는다는 설화 속 단지이름에서 유래한 용어다.

이 같은 보물단지가 집집 마다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만으로 즐거운 화수분을 1분기 실적시즌이 막 오른 증시에서 찾아보자. 잘 고른 투자종목은 화수분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든든한 수익률을 보장할 것이다.



2000년 이후 최저치로 낮아진 국내 기업의 이익수정비율은 시장에서 크게 두 가지를 의미한다. 기업들의 이익추정치가 추가로 낮아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과 ‘어닝 서프라이즈’ 행진을 기대하기 어려운 저성장 국면이라는 것.

이는 '가치주냐, 성장주냐'를 따져 돈을 묻는 전통적인 이분법 투자전략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치주는 성장은 더디지만 현재 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주식으로 불황일 때 주목받는다. 반면 성장주는 현재 가치보다 미래 성장 기대감으로 주가가 형성되는 주식으로 경기 회복·상승기 투자법으로 꼽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고착화 되면서 시장의 패턴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시장에선 기업간 차별화는 심화되고 낙수효과는 축소되고 있다"며 "특정 기업들의 독점화가 확대되면서 이익사이클 패턴이 과거와는 다르게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 들어 미국 증시에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기준 가치주와 성장주가 반등했지만 지난해 고점은 넘지 못했다"며 "이에 비해 영업이익률과 자산회전율이 높고 부채비율은 낮은 iShares MSCI Quality ETF가 사상 최고치 경신한 것은 투자 방향성을 잘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가치주도, 성장주도 아니지만 업종 평균보다 훨씬 높은 주가 수익률을 자랑하는 기업의 공통점이 ‘수익성과 효율성’이라는 점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미국 결제시스템 기업인 비자와 마스트카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각각 34배, 36배로 전통적인 가치주는 아니다. 대신 2013년 이후 평균 영업이익률 50%대를 유지하는 고수익 기업이라는 특징이 있다. S&P500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13%라는 점을 감안할 때 수익성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이는 주가 수익으로 이어졌다. 두 기업의 합산 시가총액은 올 4월 현재 5600억달러(한화 약 640조8000억원)다. 시총 비중은 2013년 1.2%에서 2019년 현재 2.2%로 늘었다.

IT기업인 램리서치의 경우 올해 주당순이익(EPS) 전망치가 -22%로 전통적인 성장주는 아니다. 하지만 올 들어 주가가 40%나 올랐다. 같은 기간 S&P500 IT섹터 평균 상승률은 22%다. 이 기업 주가가 업종 평균보다 많이 오른 원동력은 효율성에 있다. 램리서치의 자산회전율은 0.92%로 업종 평균(0.66%)보다 높고, 레버리지 비율은 1.84%로 평균(2.87%)보다 낮다.

이 연구원은 "매출과 이익성장이 쉽지 않은 시기인 만큼 성장성을 추종하는 것도 쉽지 않다"며 "오히려 수익성과 효율성을 추종하는 방식으로 투자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증시 업종 내에서 영업이익률·자산회전율은 상대적으로 높고 레버리지비율은 낮은 기업에 관심을 갖는 것이 실적 시즌 화수분 투자 전략으로 유효하다는 풀이다.

이 조건을 충족하는 주요 종목으로는 삼성전자 (80,800원 ▲1,000 +1.25%)현대중공업 (120,200원 0.00%) 고려아연 (454,500원 ▼5,500 -1.20%) 에스원 (61,100원 ▲400 +0.66%) 진에어 (12,850원 ▲830 +6.91%) LG생활건강 (386,500원 ▼5,500 -1.40%) JYP엔터 애경산업 (18,250원 ▲1,840 +11.21%) 유한양행 (77,400원 ▲1,100 +1.44%) 더존비즈온 (41,950원 ▼350 -0.83%) 삼화콘덴서 (33,300원 ▲150 +0.45%) 메리츠종금증권 (6,100원 ▼200 -3.17%) 삼성화재 (309,000원 ▲2,000 +0.65%)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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