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 타계직전 지분늘린 KCGI, 전방위 압박 나서나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신아름 기자 2019.04.08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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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한진 (20,900원 ▼150 -0.71%)그룹 회장타계 이후 그룹 지분구조 변화가 예고된 상황에 KCGI가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을 늘리고 있어 주목된다. 상속으로 인해 조 회장 일가의 지분이 희석될 가능성이 있어 증권가도 KCGI의 움직임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KCGI는 지난 4일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한진칼 (57,700원 ▲300 +0.52%) 지분 46만9014주를 추가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KCGI의 지분율은 기존 12.68%에서 0.79%포인트 늘었다. 이 주식은 장내에서 취득한 것으로 매수단가는 주당 2만4000원~2만5000원대다.



KCGI는 한진칼의 2대 주주로, 3대 주주인 국민연금(7.34%)과 합계 지분율이 20.81%에 이른다. KCGI는 주주 행동주의를 내세우며 한진칼에 지배구조 개선 등 5개년 장기적인 계획을 제안했고, 국민연금 역시 지난 2월 1일 기금운용위원회 결의를 통해 한진칼에 대한 경영 참여를 선언한 바 있다.

KCGI가 조 회장의 급작스런 건강악화를 예상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으나, 오너의 타계로 인해 취약해진 지분구도를 파고 들어갈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것이 증권가의 시각이다.



상장기업 상속세는 주식으로 물납할 수 없고 현금으로만 가능하다. 현금이 충분치 않다면 지분을 팔아야 해 지배권이 약해진다는 얘기다.

송치호 이베트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속세율을 50%로 단순 가정하면 한진칼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0.03%. KCGI 과 국민연금공단의 합계 지분율은 20.81%"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제 세금납부를 위한 현금 조달 여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책과 관계없이 단순 지분 기준으로도 한진칼 오너 일가가 최대주주 지위를 위협받을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KCGI 입장에선 조 회장의 부재로 흔들리는 한진그룹 의사결정 체계를 파고 들어갈 허점을 찾으려 할 것"이라며 "단순한 지분확보 외에도 그룹 지배권을 유족 중 누가 갖느냐에 따라 다른 공략법을 택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력한 후계자 후보로 꼽히는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에게는 당장 다음 주주총회가 큰 숙제다. 조 사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임기는 2021년 3월까지라 시간이 다소 있지만 지주회사인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는 내년 3월이다.

조 사장 입장에선 국민연금과 한진칼 2대 주주인 KCGI의 견제를 뚫어야 하는데 선친에 등을 돌렸던 국민연금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숙제다. 반면 KCGI 측에서는 조 사장의 한진칼 이사 연임저지를 위해 총력전에 곧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편에선 한진칼 지분을 확대해 나가고 다른 한편에선 조 사장의 경영문제와 각종 주주 제안을 잇따라 던지는 투 트랙 전략으로 압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경영 컨설팅 업계의 시각이다.

외국계 경영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그룹사의 경우 총수 부재가 발생하면 조직 전반이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며 "경영승계가 이뤄지는 어수선한 과정에서 이탈하는 기존 임원들의 반발이 생기고 기업 기밀도 다수 유출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공격진 입장에선 큰 기회가 될 수 있으며 KCGI와 같은 행동주의 펀드에는 새로운 공략법을 만드는 계기가 된다"며 "KCGI에서도 지분 확보와 함께 조 사장 흔들기에 나서 회장 타계로 어수선한 상황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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