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빨라진 '3세 경영' 시계…조원태 사장 경영 전면에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기성훈 기자, 이태성 기자 2019.04.08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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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삼남매 중 유일하게 경영 참여-한진칼, 2대주주 KCGI 지분확대 가능

한진그룹의 ‘3세 경영' 시계가 빨라졌다. 2003년 2대 회장직에 올라 한진그룹을 이끌어 온 조양호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아들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설 전망이다. 조 사장은 저비용항공사 성장 등 갈수록 치열해지는 항공시장에서 성과를 올려야 하고,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에도 대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전면 나선 조원태 사장, 경영능력 증명해야=1975년생인 조 사장은 조 회장의 외아들이다. 그는 인하대를 졸업한 후 그룹 계열사인 한진정보통신에서 근무하다가 2004년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 부팀장(차장)으로 입사했다.

조 사장은 2009년 대한항공 핵심부서라고 할 수 있는 여객사업본부 부본부장을 맡아 본격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이후 경영전략본부장, 화물사업본부장, 경영전략 및 영업총괄부사장 등을 거쳐 2016년 총괄부사장에 올랐다. 다음 해 대한항공 사장 자리에 올라 본격적으로 경영을 진두지휘했다.



조 사장은 대한항공 경영진 중 유일한 오너 일가다.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지난달 열린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이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해 대한항공 대표 자리에서 내려오면서 대한항공은 조 사장과 우기홍 부사장 2인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한진, 빨라진 '3세 경영' 시계…조원태 사장 경영 전면에


당장 조 사장은 조 회장을 대신해 오는 6월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에 참석한다. IATA는 '항공업계 유엔(UN)'으로 불리며 국제 항공정책을 결정하는 기구다. 대한항공이 총회 주관사이기 때문에 조 사장이 국내외 항공업계에 경영 전면에 나선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경영 능력은 이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조 사장은 대한항공 사장직에 취임한 지 불과 3년밖에 되지 않았다. 그간 조 회장의 경영 전략을 보좌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조 회장이 사망한 만큼 본인의 리더십과 경영 능력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그룹 경영도 마찬가지다. 한진칼 사내이사인 조 사장은 석태수 한진칼 대표, 우 부사장, 서용원 한진 대표 등 전문경영인과 함께 그룹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 한진그룹은 "사장단 회의에서 주요 현안에 대한 의사 결정을 진행해 안전과 회사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진칼 지분 상속…2000억 상속세, 지배구조에 변수=조 회장이 별세하면서 한진그룹 지배구조 변동이 불가피해졌다. 조 회장이 보유한 주식은 대한항공(0.01%), 정석기업(20.64%), 한진(6.87%), 한진칼(17.84%), 한진정보통신(0.65%), 토파스여행정보(0.65%) 등이다.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이 관건이다. 한진그룹은 한진칼을 중심으로 '한진칼→대한항공·한진→손자회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다. 조 회장의 주식이 어떻게 상속되느냐에 따라 그룹 전체의 경영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조 회장 일가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28.95%다. 조 회장이 17.84%를, 조원태·현아·현민씨는 2.34%, 2.31%, 2.30%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상속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지배구조 자체에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두 딸도 사업을 물려받을 수 있지만, 경영권 유지를 위해 조 사장에게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크다.
한진, 빨라진 '3세 경영' 시계…조원태 사장 경영 전면에
하지만 상속세가 관건이다. 조 회장이 보유한 한진그룹 9개 계열사 지분 가치는 약 3728억원으로 추정된다. 비상장 주식, 부동산 등을 감안하면 상속세만 2000억 원을 훌쩍 넘을 것이란 전망이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조 회장의 상속분을 받기 위해서는 삼남매가 막대한 상속세를 납부할 만한 재원이 있어야 한다"면서 "상속세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을 경우 조 회장 일가의 한진칼 지분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2대 주주(13.47%)인 행동주의 펀드 KCGI(일명 강성부 펀드)다. KCGI는 한진칼 주식을 13.47% 보유하고 있다. KCGI는 정관변경이나 감사선임 등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했다가 실패했다. KCGI는 지배구조 개편 요구 작업을 추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족들이 보유한 현금이 충분하다면 그대로 물려받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지분을 일부 팔아야 할 수 있다"며 "조 회장 별세로 한진칼 최대주주가 바뀌지 않겠지만, 지분율 감소로 최대주주 위치를 위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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