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때문에 지분매각한 기업들…한진 선택에 쏠리는 눈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19.04.08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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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더스, 농우바이오, 락앤락 등 상속세로 경영권 넘긴 기업들 다수

증권가가 한진 (20,800원 ▼500 -2.35%)그룹 오너 일가의 상속세 처리방안에 주목하고 있다. 다수의 상장기업들이 상속세를 마련하지 못해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을 매각한 사례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한진그룹은 행동주의 펀드 KCGI의 공격을 받는 상태라 작은 지분변동에도 판세가 크게 변할 수 있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상속재산이 30억원을 넘으면 50%의 세율이 붙는다. 여기에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주식 상속의 경우에는 할증률까지 더해져 상속지분이 50%를 넘으면 30%, 지분 50% 이하면 20%가 따라 붙는다.

특히 상장주식의 상속세는 고인의 사망 후 2개월 이후 세금이 확정된다. 고인의 사망 시점을 기준으로 전후 각각 2개월(총 4개월)의 최종시세의 평균값으로 상속재산의 가치가 매겨진다.



조 회장 타계 소식이 알려진 이 날 증시에선 한진칼, 한진, 한국항공 등 계열사 주가가 일제히 강세를 보이는 중인데 유족에게 달가운 소식이 아니다.

상속세 부담 때문에 기업을 매각한 기업들은 상당하다. 콘돔생산 세계 1위였던 유니더스 (967원 ▲40 +4.31%)는 2017년 최대주주인 김성훈 대표가 보유했던 주식 300만주(지분율 34.9%)를 매도했다.

2015년 말 창업주인 고(故) 김덕성 회장이 별세하면서 아들인 김 대표가 주식을 상속받았는데 100억원이 넘는 지분에 50억원 넘는 상속세가 부과됐다. 이후 세무당국에 10년 연부연납 신청을 하면서 주식을 담보로 공탁하기도 했으나 월급과 배당으로는 이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회사를 팔았다.


손톱깎이로 유명한 쓰리세븐도 150억원 상속세를 해결하지 못해 지분을 중외홀딩스에 일시적으로 매각했던 사례가 있다. 농우바이오 (7,940원 ▲10 +0.13%)는 2014년 창업주인 고(故) 고희선 명예회장 타계 후 1000억원 넘는 상속세를 마련하지 못한 유족들이 지분을 매각하면서 농협 자회사(52.82%)로 편입됐다.

이 밖에도 2017년에는 밀폐용기제조 국내 1위 락앤락 (8,680원 0.00%), 에이블씨엔씨 (6,510원 ▼160 -2.40%)가 대주주 지분을 사모펀드에 매각했고 지난해에는 중견 가구업체 까사미아가 가업승계를 포기하고 신세계에 회사를 매각했다.

한진그룹 역시 비슷한 상황에 처할 수 있을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는데, 여건이 녹록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오너 일가의 현금이 충분치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조 회장 생전에는 그가 보유한 ㈜한진주식을 한진칼 주식과 맞바꿔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이 가능하다는 관측이 증권가에 확산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한진그룹은 상속세 재원마련을 위해 우호지분을 매입해줄 백기사를 찾거나 1~2곳 계열사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계열사를 포기하더라도 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배력만 유지한다면 재기방안이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조 회장 유족들의 판단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현금납부가 아니면 공식적으로 상속세를 해결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며 "현재로는 유족들이 지분을 다수 보유한 기업들의 지분매각도 하나의 가능성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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