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스'에도 나온다? '멕시코 장벽' 현 주소는…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19.04.07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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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美 대선서 첫 등장… 트럼프 지난주 "멕시코 국경 폐쇄" 발언도

/사진= 영화 <어스> 스틸 이미지/사진= 영화 <어스> 스틸 이미지


"우리는 미국인이야.(We're Americans)"

조던 필 감독의 공포영화 '어스(Us)'의 하이라이트 장면. 산타크루즈 해변으로 휴가를 온 애들레이드(루피타 뇽 역) 가족 4명의 별장에 그들과 똑같이 생긴 가족 4명이 침입한다. 애들레이드의 남편 그레이브(윈스턴 듀크 역)가 두려움에 떨며 '당신들은 누구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은 위와 같다. 영화의 맥락으로 보면 뜬금없어 보이지만 이는 현실과 영화를 접목시키려는 감독의 의도다.

7일 기준 어스의 국내 관객 수는 127만명으로 개봉 11일 만에 100만을 넘어섰다. '겟 아웃'의 후속작으로 기대를 모은 어스는 북미 박스오피스에서는 5일(현지시간) 기준 1억4295만달러(약 1626억원)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어스의 인기에는 공포 요소와 더불어 영화 속 상징의 역할도 컸다. 제목 'Us'가 사전적 의미인 '우리'뿐만 아니라 미국(U.S.)을 가리킨다는 것부터, 복제인간인 테터드(the Tethered)가 미국 사회의 하층민을 대표한다는 것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가장 눈길을 끄는 상징은 바로 '멕시코' 관련 내용이다. 뜬금없이 "멕시코로 떠나자"는 애들레이드의 대사에 이어 미국 국경까지 손을 잡고 뻗어있는 테터드의 행렬의 모습은 트럼프 대통령의 멕시코 장벽을 연상시킨다.



단지 영화가 아니라 현실인 멕시코 장벽 정책은 어떻게 등장했고, 어디까지 진행됐을까.

◇'멕시코 장벽' 2016년 美 대선 첫 등장…지난 2월 비상사태 선포까지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미국과 멕시코 국경 사이 장벽 건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6년 대선 때부터 밀어붙인 정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에서 넘어오는 불법 이민자들을 막겠다며 약 3145km에 이르는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2015년 7월 6일 성명을 통해 "멕시코 정부는 가장 원치 않는 사람들을 미국에 강제로 보내고 있다"며 "이들은(멕시코 이민자들) 대부분 범죄자, 마약 거래상, 강간범(They are, in many cases, criminals, drug dealers, rapists)"이라고 헐뜯기도 했다. 이는 출마 선언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이다.
2017년 1월 25일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 안보와 출입국 통제 개선'이라는 제목의 행정명령 13767호를 승인했다. 이는 멕시코와 미국 사이 국경 3145km 중 1390km의 새로운 장벽과 1871km의 대체장벽을 세우는 내용이다.
그러나 행정명령이 승인된 지 2년이 넘은 지금에도 장벽 건설은 아직 지지부진하다. BBC에 따르면 올해까지 대략 15%의 대체장벽이 세워질 계획이고, 새로운 장벽은 토지 소유주의 소송 등으로 인해 시작도 못한 상태다. 장벽 건설이 늦춰진 이유는 막대한 비용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벽 건설 비용은 멕시코가 부담할 것이라고 주장해왔지만 멕시코는 낼 생각이 없다는 뜻을 일관성 있게 밝혀왔다. 엘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은 지난해 5월 30일 "멕시코는 절대 장벽의 비용을 댈 생각이 없다"며 "지금도 아니고, 앞으로도 아니다"라는 내용의 트위터를 날리기도 했다.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며 자금 조달은 더욱 어려워졌다. 이는 35일간의 셧다운(미국 연방정부 임시 폐쇄)과 국가 비상사태 선포로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15일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통해 총 80억달러(약 9조원)을 국경장벽 건설에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앞서 미 하원이 통과한 예산안에 반영된 국경장벽 예산(13억7500만달러)이 자신이 요구한 57억달러에 미치지 못하자 나온 조치다. 이에 반발해 캘리포니아 등을 포함한 16개 주가 의회 동의 없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은 위헌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고소하기도 했다.
◇ 뮬러 특검 끝나자 이번엔 멕시코 국경 폐쇄?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최근 기세등등해진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 관련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해온 뮬러 특검이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는 결론을 내놓으면서다. 지난달 27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멕시코는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해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며 "(멕시코와 마주한) 남쪽 국경을 폐쇄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역시 31일 "멕시코와의 입출항 폐쇄가 필요하다면 대통령이 이번 주 안에 조처를 할 수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제적 피해 우려가 일자 한발 물러섰다. 대신 멕시코가 1년 안에 불법 이민과 마약 유입을 차단하지 않으면 멕시코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을 폐쇄할 용의가 있지만 지난 나흘 동안 멕시코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일을 했다"며 "수천 명을 체포해 본국으로 되돌려보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캘리포니아주 칼렉시코의 멕시코 국경을 방문해 "미국은 이미 꽉 찼다"며 "더는 당신들(불법이민자)을 받을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관세는 100%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효과가 없다면 국경을 폐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행정부는 지난 2월 불법으로 국경을 넘은 6만6450명을 체포했다. 커스텐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은 지난달 불법 월경자가 10만명에 육박했다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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