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버섯 버거는 버거가 아냐…유럽의회 "이름 바꿔라"

뉴스1 제공 2019.04.05 16:20
글자크기

유럽의회 비건 식품에 명명 규제 추진
환경단체 반발…법안 주도 의원 "채식시장 성장 기회"

콩과 두부 등을 사용한 채식 버거. © AFP=뉴스1콩과 두부 등을 사용한 채식 버거. © AFP=뉴스1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앞으로 유럽에서는 두부와 버섯 등을 고기 패티 대신 쓴 버거에 '버거'라는 명칭을 쓰지 못하게 됐다.



유럽 채식 식품업계는 비건 소시지와 두부 스테이크, 콩 에스칼로페(돈까스) 등도 비건 튜브, 채식 디스크, 콩 슬라이스 등으로 대체해야 한다.

가디언에 따르면 유럽의회 농업위원회는 4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규정 17조 1169/2011에 근거해, 버거와 소시지 등 육류와 관련된 용어와 명칭은 재료에 동물의 식용 가능한 부위를 포함한 제품에만 사용해야 한다는 법안을 채택했다.



소속 의원 80%의 찬성으로 통과된 이 법안은 5월 총선 이후, 유럽의회 본의회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돼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채식 버거'(Veggie burger)는 '채식 디스크'(veggie discs)로 대체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명명법 발효까지 시간이 수년 가량 소요될 수 있는 만큼 식품 생산업체들이 당장 명칭을 바꿔야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의원들은 EU 기관에 명명법 발효를 촉구하기로 했다.


이날 결정에 그린피스와 버드라이프 등 환경단체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지속가능한 식품에 타격을 가한다는 이유에서다. 녹색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육류업계의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법안을 주도한 프랑스 사회당 소속 에릭 안드리우 의원은 "상식이 작용한 결과일 뿐"이라며 "전적으로 소비자의 이익을 위해 투표했다. 오히려 채식주의 브랜드들이 명성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안에 찬성표를 던진 영국 의원들도 "채식 식품업계가 더 이상 육식 세계를 모방하지 않고, 채소로 시작하는 요리를 먹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럽의회의 결정은 독일과 프랑스에서 유사한 판결들이 잇따르는 가운데 나왔다.

지난 2017년 유럽사법재판소(ECJ)는 콩과 두부 등 식물성 제품을 우유나 버터로 판매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독일 규제 당국이 자국 두부마을에서 두부 버터와 야채 치즈, 쌀 스프레이 크림 등 유제품 용어를 사용한다고 제소한 데 따른 것이다.

프랑스에서도 지난해 콩이나 두부 등 비동물성 재료를 사용한 식품에 동물성 식품에 붙이는 용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농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