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토막 실적 이후는…"인텔·TSMC가 1차 가늠좌"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9.04.05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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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관심은 이미 하반기 회복 여부로…반도체·디스플레이 상저하저 전망 고개

삼성 반토막 실적 이후는…"인텔·TSMC가 1차 가늠좌"


"인텔과 TSMC(반도체 파운드리 1위 업체)의 실적발표일을 주목하라."

5일 삼성전자가 2년 반만의 최저실적을 발표한 직후 하나금융투자가 하반기 반도체 업황을 가늠할 키워드로 내놓은 분석이다. 지난달 26일 삼성전자의 이례적인 고백대로 예고된 실적부진이 공개되면서 시장의 관심이 이미 하반기로 옮겨갔다는 얘기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달 말 삼성전자의 콘퍼런스콜에 앞서 진행되는 인텔과 TSMC의 실적발표에서 이들 업체가 하반기 실적 방향을 어떻게 제시하느냐가 향후 시장 방향을 엿볼 1차 가늠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이날 잠정실적 발표에서 부문별 실적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시장에선 전체 매출 52조원, 영업이익 6조2000억원 중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3조7000억~4조2000억원 수준에 그친 것으로 본다.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지난해 1분기(11조5500억원)보다 60% 이상 줄면서 전체 실적까지 3분의 1토막 수준으로 끌어내렸다는 계산이다.

삼성전자의 주력사업인 반도체가 수요 부진과 가격 하락 문제에 부딪힌 것은 지난해 4분기부터다. 지난해 4분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이미 7조7700억원으로 전분기(13조6500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올 들어 반도체 가격하락세는 더 가파르게 진행 중이다. 최근 1~2년 동안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의 20%를 차지하며 수익성의 효자 노릇을 했던 서버용 D램(DDR4 2400Mbps RDIMM 32GB 기준) 평균 가격이 지난달 167.7달러로 올 들어서만 40% 이상 떨어졌다. PC용 DDR4 8Gb(기가비트) D램 가격도 지난달 4.56달러로 1분기에만 37.1% 하락했다.

지난해 하반기까지 대대적인 데이터센터 서버 구축 경쟁에 나섰던 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 등 이른바 'FAANG'이 투자를 줄이며 반도체 수요가 급감한 영향이 크다. 지난해 하반기 터진 인텔의 서버용 CPU 보안문제도 시장 수요를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두뇌 역할을 하는 인텔의 CPU 없인 서버를 구축할 수 없기 때문에 CPU 문제가 메모리 수요 감소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삼성 반토막 실적 이후는…"인텔·TSMC가 1차 가늠좌"
향후 시장 전망은 엇갈린다. 연초까지만 해도 올 하반기부터 시장 수요가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최근 가격하락세가 예상보다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분위기가 다소 바뀌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지난달 2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메모리반도체 가격하락과 수요약세가 올 3분기까지 이어지면서 올 한 해 전세계 D램 시장 규모가 지난해보다 22% 줄어든 770억달러(약 88조원)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반적인 반도체 시장 수요 부진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반도체업계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 한 해 반도체 부문 합계 영업이익이 23조40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64조4100억원)보다 65%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년 전보다 60% 가까이 줄어든 1조6000억원 수준으로 거론된다.

업계에선 지난 2일 인텔이 보안문제를 해결해 출시한 신규 서버용 CPU(중앙처리장치)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텔의 신규 서버용 CPU 출시로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신규 투자가 재개될 것"이라며 "최근 이들 업체가 보유한 메모리 등 부품 재고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1분기 적자전환이 확실해 보이는 삼성전자 디스플레이 부문은 회복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부문은 지난해 3, 4분기 10조원 안팎의 매출과 1조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올 1분기 매출 자체가 반토막난 것으로 추정된다.

주력인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의 경우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둔화로 주거래선인 애플, 삼성전자 등의 수요가 눈에 띄게 줄었다. TV용 대형 패널 역시 중국업체의 공세에 밀리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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