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캐나다 총리,여성단체 연설에 40여명 등돌린 사연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19.04.04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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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비 균형 내각' 구성한 트뤼도 총리, 여성 장관 2명 출당해 … 여성단체 대상 연설서 40명 자리서 일어나 등 돌려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캐나다 최초 성비 균형 내각을 구성해 주목받던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페미니스트' 이미지가 흠집이 났다. 건설사 비리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전 법무장관을 압박했다는 의혹이 커지자 전임 여성 장관 2명을 출당시키면서다.



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뤼도 총리는 전날 자유당 의원총회를 소집해 조디 윌슨-레이볼드 전 법무장관과 제인 필포트 전 재무장관을 출당 조치했다고 발표했다.

두 여성 장관의 출당 조치는 지난 2월 윌슨-레이볼드 전 법무장관이 트뤼도 내각이 캐나다 최대 종합건설사 SNC-라발린의 비리 혐의를 기소하지 않도록 압박했다고 폭로하며 촉발됐다. 몬트리올에 위치한 건설사 SNC-라발린은 2001년과 2011년 사이 리비아에서 공사를 따내려 리비아 관료에게 4800만 캐나다달러(약 408억원)을 제공한 사기 및 뇌물 혐의를 받고 있다. 로비 대상엔 독재자였던 무아마르 가다피 전 대통령의 아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윌슨-레이볼드 전 법무장관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트뤼도 총리를 포함한 정부 고위인사로부터 SNC-라발린 기소를 연기하도록 압력을 받았다며, 이를 거부하자 좌천됐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1월 트뤼도 총리는 윌슨-레이볼드 전 법무장관의 보직을 국가보훈처장으로 변경했고, 2월 그는 사임했다. 필포트 재무장관 또한 같은 달 윌슨-레이볼드 전 장관의 지지 의사를 밝히며 사퇴했다.

지난해 통과된 기소연기합의(DPA)에 따르면 검찰이 기소를 연기할 경우, 뇌물·사기·비리 혐의로 기소된 기업이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형사 처벌을 받지 않고 벌금만 부과한다. 반면, SNC-라발린이 기소 연기 없이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10년간 캐나다의 모든 연방 계약 입찰을 금지당한다.

/사진= 캐나다 하원의원 피터 줄리안 트위터 캡쳐/사진= 캐나다 하원의원 피터 줄리안 트위터 캡쳐
주요 여성 인사 2명이 등을 돌리면서 '페미니스트'를 자임한 트뤼도 총리의 이미지도 무너지고 있다. 특히, 최초 성비 균형 내각 등으로 기대감이 컸던 10~20대 여성 사이 실망감이 크다. 이날 트뤼도 총리가 오타와 하원에서 여성단체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설 도중 여성 청중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등을 돌리고 앉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이날 연설 대상은 젊은 여성 유권자를 대표하는 18세~23세 여성 338명이었다. 캐나다 매체 내셔널포스트에 따르면 "이날 40명이 넘는 여성들이 트뤼도 총리에게 등을 돌렸다"고 전했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맥매스터 대학 1학년생인 디에나 알레인은 "그의 행동은 페미니스트 같지 않다"며 "여성들을 정치에 내세우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오는 10월 대선을 앞둔 트뤼도 총리에게 이는 상당한 약점이다. 캐나다 설문조사업체 나노스 리서치 대표 닉 나노스는 "한때 트뤼도 총리는 여성들로부터 유권자 평균보다 10~20% 넘는 지지를 받았다"며 "지금은 그 비율은 5%로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9일 발표된 나노스 리서치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4.6%가 트뤼도 총리의 자유당을 지지한다고 답해, 야당인 보수당(35.1%)보다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총리가 취임한 2015년 대선 때만 해도 자유당의 지지율은 39.1%로, 보수당(30.5%)을 훨씬 앞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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