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기다린 호재, 이미 알고 있는 호재

머니투데이 뉴욕(미국)=이상배 특파원 2019.04.04 07:43
글자크기

[월가시각] 美 서비스업 지표 실망…"제조업 부진의 충격 시작됐다는 신호일 수도"

모두가 기다린 호재, 이미 알고 있는 호재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되면 글로벌 경제에 드리운 먹구름이 걷힐 것이다. 이는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 경제에 호재다. 문제는 이런 기대가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다는 점이다." (스파르탄캐피탈증권 피터 카르딜로 수석이코노미스트)

미중 무역협상 타결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모두가 기다린 호재지만, 모두가 이미 알고 있던 호재이기도 하다. 이르면 이달말 무역협상이 타결될 때 어떤 포지션을 취할지 고민할 시점이다.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라'는 증시 격언을 떠올릴만 하다.



3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39.00포인트(0.15%) 오른 2만6218.13으로 장을 마쳤다. 인텔과 홈디포 등이 선전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6.16포인트(0.21%) 상승한 2873.40을 기록했다. 기술주와 소재주들이 강세였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도 46.86포인트(0.60%) 오른 7895.55에 장을 마감했다. 대형 기술주 그룹인 'FAANG'(페이스북·아마존 · 애플 · 넷플릭스 · 알파벳)도 페이스북을 제외하고 모두 올랐다.

이날도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를 밀어올렸다.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대표단은 이날 워싱턴D.C.에서 막바지 무역협상에 들어갔다. 중국이 최근 지식재산권 도용과 기술이전 강요 등의 문제를 처음으로 인정하면서 협상이 급물살을 탄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무역대표부) 대표와 류허 중국 부총리 등 미중 양국 대표단은 이날 오전 워싱턴 USTR 청사에서 만나 이틀간의 협상에 돌입했다.


앞서 양국 대표단은 지난달말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장관급 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보고할 합의문 문안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중 양국은 이달말까지 협상을 마무리짓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래리 커들로 미 백악관 NEC(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협상이 좋은 진전을 이루고 있다"며 "이번주 (합의에) 더 근접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커들로 위원장은 최근 중국 측이 지식재산권 도용, 기술이전 강요, 해킹 등의 문제에 대해 처음으로 인정했다고 전했다.



마이런 브릴리언트 미 상공회의소 수석부회장은 전날 기자들에게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며 "협정의 90%가 성사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은 10%가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며 "이는 굉장히 까다로운 부분이고, 양측 모두에게 균형을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양국은 새로운 무역협정 체결 이후 중국의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장치와 미국의 대중국 추가 관세 철회 시점 등을 놓고 여전히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중국이 합의를 불이행할 경우 '관세폭탄'을 되살리는 이른바 '스냅백'(snapback) 조항을 협정에 삽입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중국에 이에 대해 불공정한 조항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미국은 무역협정이 체결되더라도 지난해 무역전쟁 과정에서 중국산 상품에 부과한 추가 관세 가운데 일부는 남겨두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중국 측과 마찰을 빚고 있다. 커들로 위원장은 최근 "대중국 관세 가운데 일부는 철회하고, 나머지는 남겨둘 수 있다"고 밝혔다.

FTSE 러셀의 알렉 영 상무는 "그동안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관세가 기업들에 비용 부담으로 작용했다"며 "미중 무역협상 타결로 관세가 사라진다면 기업이익 기대치가 높아진다는 점에서 주식시장엔 호재"라고 했다.

한편 이날 발표된 경기지표는 대체로 실망스러웠다. ADP(자동데이터처리) 전미고용 보고서에 따르면 3월 민간부문 고용 증가폭은 12만9000명으로, 시장 전망치 17만3000명을 크게 밑돌았다. 2017년 9월(11만2000명) 이후 가장 적은 증가폭이다. 오는 5일 노동부의 비농업 신규고용 통계 발표를 앞두고 고용부진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그동안 선방해온 서비스업 경기도 걱정거리로 떠올랐다. 미국 ISM(공급관리협회)가 이날 발표한 3월 서비스업 PMI(구매관리자지수)는 전월 59.7에서 56.1로 악화됐다. 전문가 예상치 58.0에 못 미치는 것으로, 2017년 8월 이후 1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였다.

브리클리 자문그룹의 피터 부크바르 수석투자책임자는 "그동안엔 미국 등 전세계의 제조업이 부진한 대신 서비스업이 경제를 떠받쳐왔다"며 "그러나 하나가 좋지 않을 때 다른 하나가 계속 좋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나타난 지표가 제조업 부진이 서비스업에도 충격을 주기 시작했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