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이익이 줄어든다"…시험대 오른 주식

머니투데이 뉴욕(미국)=이상배 특파원 2019.04.03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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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시각] 1분기 기업 이익 4% 감소 전망…"5일 고용지표, 주가 상승 촉매될 수도"

"기업 이익이 줄어든다"…시험대 오른 주식


"지난 5분기 연속으로 기업 이익이 두자리 성장을 이어왔다. 그런데 지금은 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다. 강한 성장세에 익숙해진 투자자들이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관건이다." (크레이그 버크 퍼스널캐피탈 최고투자책임자)

금융시장정보업체 '팩트세트'(FactSet)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스탠다드앤푸어스(S&P) 500 소속 기업들의 올 1분기 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평균 4%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다섯 분기만에 첫 기업 이익 감소다.



기업 이익 회복은 올 하반기는 돼야 시작될 것이라는 게 월가의 전망이다. 주식시장이 시험대에 올랐다.

◇월그린스, '어닝쇼크'에 13% 폭락



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79.29포인트(0.30%) 내린 2만6179.13으로 장을 마쳤다. 미국의 대형 약국 편의점 체인 월그린스가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약 13% 폭락했다. 엑슨모빌 등 에너지주들도 부진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19.78포인트(0.25%) 오른 7848.69에 장을 마감했다. 대형 기술주 그룹인 'FAANG'(페이스북·아마존 · 애플 · 넷플릭스 · 알파벳)도 아마존을 제외하고 모두 올랐다. S&P 500지수는 0.05포인트(0.00%) 오른 2867.24로, 사실상 전날과 다름 없었다.

곧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쏟아진다. 월그린스처럼 이익 감소가 확인된다면 증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이익 감소 우려에 기업들은 벌써 주머니를 닫고 설비 투자를 줄였다. 이날 미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2월 비국방 자본재 수주 실적은 전월 대비 0.1% 감소하며 하락 반전했다. 당초 시장에선 변동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2월 내구재 수주 실적은 전월 대비 1.6% 감소했다.

미국계 대형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이날 "아직까진 경기가 확장세에 있지만, 앞으로 12개월 내 둔화세로 돌아설 확률이 약 70%"라고 분석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국제통화기금) 총재도 이날 미국 워싱턴D.C.에서 미 상공회의소 연설을 통해 "세계 경제의 70%가 성장 둔화를 경험할 것이며 미국도 예외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월 IMF는 올해 전세계 경제성장률을 3.5%로 예상했는데, 이는 여전히 합리적"이라고 전제한 뒤 "세계는 그 이후 더 많은 모멘텀을 잃었다"며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그러나 "단기간 내 경기침체를 예상하진 않는다"며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금리인상에 있어 인내심을 갖는 것이 올 하반기와 내년 경제에 추동력을 부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그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양국이 상대방의 모든 상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과 중국의 GDP(국내총생산)는 최대 각각 0.6%, 1.5%의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미중 양국이 합의를 이룰 것으로 여전히 낙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5일 고용지표, 주가 상승 촉매될 수도"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 재개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증시를 끌어올릴 정도의 기대감은 없었다. 미국측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미 무역대표부) 대표와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 중국측 류허 부총리 등 양국 고위급 협상단은 오는 3일부터 워싱턴에서 무역협상을 이어간다.

이날 WTO(세계무역기구)는 '세계 무역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전세계 무역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9월 당시 3.7%에서 2.6%로 낮춰잡았다. 지난해보다 0.4%포인트 낮은 수치다.

호베르투 아제베두 WTO 사무총장은 세계 무역 성장률 전망치 하향조정에 대해 "지난 1년간 뉴스를 봤다면 놀랄 일이 아닐 것"이라며 미중 무역협상 등 통상 갈등과 경제적 불확실성 증가를 이유로 들었다.

로버트 쿠프만 WTO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 자동차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계획을 계속 추진할 경우 무역에 더 큰 충격이 있을 것"이라며 "미중간 교역은 전세계 교역의 3%에 불과하지만, 자동차는 전세계 교역의 8%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또 WTO는 영국이 아무런 합의없이 EU(유럽연합)을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또는 '하드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올해 세계 교역 성장률은 최저 1.3%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낙관론도 없지 않다. 오퍼튜니스틱 트레이더스의 래리 베네딕트 창립자는 "오늘 주가 하락은 단순 조정일 뿐"이라며 "S&P 500 지수가 이미 저항선인 2800선을 돌파한 만큼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5일 발표될 3월 고용지표가 나쁘지 않다면 주가 상승의 촉매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런던캐피탈그룹의 재스퍼 롤러 리서치본부장은 "미국과 중국 모두 경제가 안정되기 시작하면서 투자자들이 점점 더 낙관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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