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없이 부풀려졌던 中스타트업 '몰락의 시작'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2019.04.02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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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아이디어에 투자 몰려, 부동산중개·공유자전거 등 실패 속출
자국 시장에만 의존이 문제 …美, 지식재산권 도용 문제제기 치명타

중국 베이징의 거리에 방치된 공유자전거. 중국의 대표 공유자전거 업체로 엄청난 투자를 끌어모았던 오포와 모바이크는 최근 심각한 경영 위기를 겪거나 다른 업체에 인수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AFPBBNews=뉴스1중국 베이징의 거리에 방치된 공유자전거. 중국의 대표 공유자전거 업체로 엄청난 투자를 끌어모았던 오포와 모바이크는 최근 심각한 경영 위기를 겪거나 다른 업체에 인수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AFPBBNews=뉴스1


지난 1월 중국의 온라인 부동산중개 회사 아이우지우(愛屋及烏)가 사업을 중단하고 청산절차를 시작했다. 2014년 설립된 아이우지우는 초반 큰 주목을 받았다. 불과 1년 반의 짧은 시간 다섯 번이나 투자유치에 성공하며 모두 3억500만달러(약 3470억원)를 끌어모았다. 기업가치도 한때 10억달러로 평가받으며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 반열에 올랐다. 14억 인구의 부동산 거래를 생각하면 성장성은 무한대로 보였다.

하지만 영광은 짧았다. 규모가 큰 부동산 거래 특성상 사람들은 온라인 플랫폼을 외면했고, 설상가상 부동산 시장 침체로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 금융 대기업 핑안보험이 투자한 다른 부동산 중개 플랫폼 핑안팡(平安房)도 아이우지우가 문을 닫은 달 서비스를 종료했다. IT(정보기술)시장조사 업체 CB인사이트는 이에 대해 "이들은 부동산에 금융과 인터넷 서비스를 접목했지만, 중국에서는 통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중국 부동산 스타트업의 몰락과 비슷한 사례는 다른 분야에서도 쉽게 목격된다. 명문 칭화대 출신 5명이 설립해 중국을 대표하는 스타트업으로 자리를 잡았던 공유자전거 업체 오포(Ofo)가 몰락하면서 1조원 가까이 투자했던 알리바바그룹은 물론 호니캐피탈, 시틱그룹 등이 큰 손실을 보았다. 오포의 경쟁자였던 모바이크는 음식배달 서비스 기업 메이퇀-뎬핑에 인수되면서 망하지는 않았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사업을 포기하는 등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 핀테크(금융기술) 분야에서도 우후죽순 생겨나던 P2P(개인 간 거래) 업체의 파산이 이어지면서 사회문제가 될 정도다.

중국 내에서는 중국 스타트업 업계가 진정한 기술혁신보다는 단순한 아이디어와 커다란 자국 시장에 지나치게 의존했던 것이 문제였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초상은행에서 온라인 간편 결제 사업을 담당한 류자룽 부장은 "중국 스타트업 기술이 세계를 선도한다는 것은 허풍"이라며 "일부 성공한 회사들도 (기술력이 뛰어나다기보다) 중국 시장이 컸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단순한 아이디어에 너무 많은 자본이 투입됐으며, 결국 순식간에 증발해버렸다"고 지적했다. 중국 스타트업에게 거품이 많았다는 의미다.



미국과의 갈등은 중국 스타트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중국의 지식재산권 도용과 강제적인 기술 이전을 정면으로 조준하면서 남의 기술을 그대로 가져와 자신의 것처럼 포장하는 일이 불가능해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중국 경제가 침체했고, 자국 시장에만 의존해온 스타트업들이 희생자가 됐다"면서 "그동안 중국의 기적이자 자존심의 원천으로 여겨지던 중국 스타트업 업계가 '진실의 순간'을 마주하게 됐다"고 했다.

중국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당분간 옥석 가리기가 계속될 전망이다. 300억달러(약 34조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홍콩계 투자회사 PAG의 산웨젠 회장은 "결국 진정한 기술력을 갖추고 경영 위험을 제대로 관리하는 스타트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SCMP는 "각종 실패 사례에도 벤처캐피탈 업계에서 중국은 여전히 가장 주목받는 시장"이라며 "아직 많은 자본이 투자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중국 스타트업의 90%는 앞으로 5~10년 내 사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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