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자닌 채권, 순항하는 코스닥 벤처펀드 '뇌관'되나

머니투데이 신아름 기자 2019.04.02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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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수익률 10%대로 반전, 전문가 "단기 전환 물량이 '뇌관', 주주가치 희석 요인될 것"

메자닌 채권, 순항하는 코스닥 벤처펀드 '뇌관'되나


코스닥 벤처펀드가 출시 1주년을 기점으로 '전환청구 리스크'라는 암초를 만났다. 연초 코스닥 반등에 힘입어 수익률이 플러스로 돌아서는 등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지만 새로운 뇌관에 다시금 발목을 잡힐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코스닥 시장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지난해 4월 5일 첫선을 보인 코스닥 벤처펀드가 출시 1주년을 맞았다. 코스닥 벤처펀드는 유망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투자자에게는 투자금의 10%(최대 300만원)에 대해 소득공제 혜택을 준다.



전체 투자금 중 50% 이상을 코스닥 상장사와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코스닥 벤처펀드의 핵심으로 구체적으로는 벤처기업 신주에 15% 이상, 벤처기업 또는 벤처기업 해제 후 7년 이내 코스닥 상장기업의 신주 및 구주에 35% 이상을 투자한다.

코스닥 벤처펀드는 지난해 하반기 증시 급락으로 줄곧 저조한 성과를 보였다. 국내에 설정된 코스닥 벤처펀드 12개의 최근 6개월 누적 수익률 평균은 -3.9%를 기록했다.



우울했던 코스닥 벤처펀드의 수익률이 플러스로 돌아선 것은 올 들어서다. 연초 외국인과 개인 매수세에 힘입어 코스닥 지수가 연초 이후 약 7.9% 상승하면서 코스닥 벤처펀드의 수익률도 10.6%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중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6.6%)보다 4%포인트 초과 수익을 기록했다.

관건은 이처럼 코스닥 벤처펀드에 깃든 훈풍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코스닥 벤처펀드 출시 이후 발행이 급증한 메자닌(Mezzanine) 채권의 전환청구 개시일이 순차적으로 도래하고 있는 점이 뇌관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전환청구 물량이 대규모로 나올 경우 단기적으로 수급 부담이 커지는 등 주주 가치 희석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벤처펀드는 신설 1년간 벤처기업이나 벤처기업 해제 후 7년 이내 코스닥 상장기업의 신주 또는 구주 투자 비중을 35%로 유지토록 하는데 이 비중을 채우기 위해 지난해 해당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메자닌 채권 발행이 크게 늘었다"며 "현재 주가 대비 CB(전환사채) 전환가격이 매력적인 기업들을 필두로 본격적인 전환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올 상반기 기준 전환 개시에 들어간 코스닥 벤처기업 CB 중 전환가격보다 현 주가가 높아(30% 이상) 물량 부담 가능성이 큰 곳은 RFHIC (14,950원 ▼10 -0.07%), 에이스테크 (2,005원 ▼15 -0.74%), 네패스신소재 (120원 ▼70 -36.84%), 에스티큐브 (5,440원 ▲170 +3.23%) 등이다.

실제 지난해 발행된 메자닌 채권의 규모는 4조8700억원으로 이중 40%에 가까운 1조8600억원이 코스닥 벤처기업이 대상이었다. 올 들어서도 1분기까지 발행된 메자닌 채권(7206억원) 중 44%가 코스닥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했다.

나 연구원은 "기업이나 메자닌 투자자(채권자)가 아닌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 순차적으로 도래하는 전환청구 물량은 부담스러운 요인"이라며 "주주 가치 희석 요소가 점점 커진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메자닌 채권? 채권과 주식의 중간적 성격을 갖는 상품으로 CB와 BW(신주인수권부사채)가 대표적이다. CB는 원래 채권이었던 것을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상품이다. 주가가 떨어지면 채권으로 유지해 만기에 원금과 이자를 받고, 반대로 주가가 오르면 이를 주식으로 전환해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다. BW는 '보증이 붙은 채권'이란 뜻으로 투자자가 채권을 발행한 회사의 주식을 일정 수량, 약속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가 덤으로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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