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꽃피운다는 의미"…日 새 연호 '레이와(令和)'로 결정(종합)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2019.04.0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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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일 나루히토 즉위 맞춰 새 연호 발표…헤이세이 30년 4개월 만에 종료
사상 첫 日 고전서 발췌…도쿄 등서 신문 호외 발행, 사람 몰려 극심한 혼잡

【도쿄=AP/뉴시스】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1일 도쿄의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로운 연호 ‘레이와(令和)’를 발표하고 있다.   새 연호 ‘레이와’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시가집인 7~8세기의 '만요슈(萬葉集)'에서 따왔다고 스가 관방장관은 밝혔다.   나루히토(德仁) 왕세자가 왕으로 즉위하는 5월 1일 0시부터 새 연호가 적용되면서 1989년 1월 7일 아키히토 일왕 즉위부터 사용한 연호 ‘헤이세이(平成)’ 시대는 오는 30일로 막을 내린다. 2019.04.01.【도쿄=AP/뉴시스】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1일 도쿄의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로운 연호 ‘레이와(令和)’를 발표하고 있다. 새 연호 ‘레이와’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시가집인 7~8세기의 '만요슈(萬葉集)'에서 따왔다고 스가 관방장관은 밝혔다. 나루히토(德仁) 왕세자가 왕으로 즉위하는 5월 1일 0시부터 새 연호가 적용되면서 1989년 1월 7일 아키히토 일왕 즉위부터 사용한 연호 ‘헤이세이(平成)’ 시대는 오는 30일로 막을 내린다. 2019.04.01.


일본의 새로운 연호(年號)가 1일 '레이와(令和·れいわ)'로 정해졌다. 연호는 일본 전통 달력 와레키(和?)에서 연도를 세는 단위로 왕이 누구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동안 '헤이세이(平成)'라는 연호를 사용한 아키히토 일왕이 이달 30일 퇴위하고, 나루히토 왕세자가 5월 1일 즉위하면서 새로운 연호가 발표된 것이다.



새로운 연호는 나루히토 왕세자가 공식적으로 왕위에 오르는 다음 달 1일 0시부터 사용된다. 아키히토 일왕이 왕위에 오른 1989년 1월 8일부터 사용된 헤이세이는 30년 4개월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희망을 꽃피운다는 의미"=레이와는 일본 최초의 연호인 다이카(大化)에서 시작된 248번째 연호로 과거 모든 연호가 중국 고전을 출처로 하는 전례를 깨고 사상 처음으로 일본 고전에서 따왔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시가집 만요슈(万葉集)가 원전으로 제5권 '매화의 노래' 서문 중 '初春令月, 氣淑風和, 梅披鏡前之粉, 蘭薫珮後之香(초봄의 아름다운 달에 산뜻한 바람이 부네, 매화꽃은 거울 앞 분을 바르는 여자처럼 희고 연회는 고귀한 사람들의 지니는 향낭처럼 향기롭네)'라는 문구에서 따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이날 기자회견에서 "1200여년 전에 편찬된 만요슈는 우리나라(일본)의 풍부한 국민 문화와 오랜 전통을 상징하는 국서(國書)"라며 "레이와는 사람들이 아름다운 마음을 함께하는 가운데 문화가 생성되고 자라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추운 겨울을 보내고 봄에 활짝 피는 매화처럼 일본인 한 사람 한 사람의 희망을 크게 꽃피우는 그런 일본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에서 새 연호를 결정했다"면서 "희망이 넘치는 새 시대를 국민 여러분과 함께 열어가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아직 연호를 사용하는 일본에게 연호를 정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1868년부터 1912년까지 사용된 '메이지'는 일본 근대화의 상징이며 1926년 시작된 쇼와 시대는 군국주의를 상징한다. 아키히토 일왕의 헤이세이는 거품 붕괴로 시작된 '긴 불황'을 의미하기도 한다. 스탠포드대의 일본 전문가 대니얼 스나이더 교수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연호는 한 시대를 정의하는 무게를 지니고 있다"면서 "일본인의 삶은 이런 전통과 현대적인 것의 결합으로 채워져 있으며, 전통에 대한 이런 고집이 일본과 다른 사회를 구별하게 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이름과 비슷한 안큐(安久)가 유력하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결국 총리 이름과 겹치지 않는 연호가 선정됐다. 새로운 연호가 정해지면서 일본 관공서와 기업 등은 다음 달 1일 나루히토 즉위 전까지 공문과 컴퓨터 시스템에 사용되는 연호를 모두 수정해야 한다. 일본에서는 공문서부터 은행통장, 부동산계약서 등 개인 문서에까지 서력보다 연호를 더 많이 사용한다.


【서울=뉴시스】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의 새 연호로 결정된 '레이와(令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레이와가 "봄에 피는 매화처럼 개개인이 크게 꽃을 피우기를 바란다는 뜻"이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사진출처: NHK 영상 캡쳐) 2019.04.01.【서울=뉴시스】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의 새 연호로 결정된 '레이와(令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레이와가 "봄에 피는 매화처럼 개개인이 크게 꽃을 피우기를 바란다는 뜻"이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사진출처: NHK 영상 캡쳐) 2019.04.01.
◇추천→정리→압축→결정, 4단계 선정작업=연호는 1979년 시행된 연호법에 따라 일본 정부가 결정한다. 두 글자 한자로 이뤄진 단어로 국민의 이상(理想)에 어울리는 좋은 의미가 있는 것, 읽고 쓰기 쉬울 것 등이 기준이다. 이번 연호 선정을 위해 일본 정부는 지난달 14일 여러 전문가에게 2~5개의 새로운 연호 후보를 제출하도록 했다. 레이와의 영(令)자는 이번에 처음으로 연호에 사용됐으며, 화(和)자는 쇼와(昭和)나 와도(和銅) 등에 이어 이번에 20번째로 쓰이게 됐다.

30년 만의 연호 결정은 4단계를 걸쳐 진행됐다. 우선 지난해 2월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의장으로 연호 결정 회의를 열고 교수 등 전문가에게 2~5개씩의 후보를 제출하도록 했다. 이후 후보작을 정리해 아베 총리에게 보고한 후 최종 6개의 후보를 선정했다. 이에 대한 전문가 회의가 1일 오전 9시 30분쯤 열렸으며, 최종 후보를 가지고 스가 장관이 중의원과 참의원 의장과 부의장에게 의견을 물었다. 마지막까지 남은 후보 가운데 아베 총리가 주재하는 각료회의에서 최종적으로 선택됐다. 스가 장관은 이날 오전 11시 40분쯤 총리 관저에서 새 연호를 발표했으며, 공개 전 아키히토 일왕과 나루히토 왕태자에게 미리 알렸다.

레이와는 과거 연호의 영문명 앞글자인 M(메이지), T(다이쇼), S(쇼와), H(헤이세이)를 피했다. 컴퓨터 프로그램 등에서 S50(쇼와50년) 같은 알파벳 초성 표현이 혼돈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헤이세이 연호 선정 때에도 후보에 포함됐던 세이카(正化), 슈분(修文)이 쇼와와 알파벳 초성이 겹친다는 이유로 탈락했다.

【도쿄=AP/뉴시스】1일 도쿄 시민들이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의 새로운 연호 ‘레이와(令和)’ 발표 중계방송을 시청하며 사진을 찍고 있다.   새 연호 ‘레이와’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시가집인 7~8세기의 '만요슈(萬葉集)'에서 따왔다고 스가 관방장관은 밝혔다.   나루히토(德仁) 왕세자가 왕으로 즉위하는 5월 1일 0시부터 새 연호가 적용되면서 1989년 1월 7일 아키히토 일왕 즉위부터 사용한 연호 ‘헤이세이(平成)’ 시대는 오는 30일로 막을 내린다. 2019.04.01.【도쿄=AP/뉴시스】1일 도쿄 시민들이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의 새로운 연호 ‘레이와(令和)’ 발표 중계방송을 시청하며 사진을 찍고 있다. 새 연호 ‘레이와’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시가집인 7~8세기의 '만요슈(萬葉集)'에서 따왔다고 스가 관방장관은 밝혔다. 나루히토(德仁) 왕세자가 왕으로 즉위하는 5월 1일 0시부터 새 연호가 적용되면서 1989년 1월 7일 아키히토 일왕 즉위부터 사용한 연호 ‘헤이세이(平成)’ 시대는 오는 30일로 막을 내린다. 2019.04.01.
◇신문 호외까지…새 연호에 일본이 들썩=일본 정부가 레이와라는 새로운 연호를 발표하자 일본 사회가 들썩였다. 도쿄와 오사카 등 대도시에는 신문 호외가 등장하고 이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큰 혼잡이 빚어졌다. 일본 왕궁 정문 앞에서는 이날 아침 일찍부터 몰려든 사람들로 가득 찼으며, 하네다공항 등에서도 많은 사람이 TV로 연호 발표를 지켜봤다. 레이와 케이크, 레이와 기념할인권 등 발 빠른 기업들의 마케팅도 이어졌다. 사이타마의 한 컨설팅 회사는 사명을 YIC컨설팅에서 레이와컨설팅으로 바꾸기도 했다.

일본 경제계도 레이와 연호 결정을 환영했다. 나카니시 히로아키 일본 경제단체연합회 회장은 "일본이 새로운 시대를 걷는다는 연호다"며 "국민이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품다 그것을 실현하는 시대를 만들어 나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경제동우회의 코바야시 대표 간사도 "헤이세이는 세계정세 급변, 금융 위기, 천재지변 등 갖가지 고난에 휩쓸리면서도 모두가 힘을 합쳐 극복한 시대였다"면서 "새로운 원호 아래 마음도 새롭게 국민이 일체가 될 희망에 넘치는 시대를 만들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연호는 임금이 즉위한 해에 붙이던 칭호로 다년호(大年號) 또는 원호(元號)라고도 부른다. 기원전 140년 중국 한무제가 '건원((建元)'이라는 연호를 처음 쓰기 시작하면서 유래했다. 이후 중국 역대 왕조는 물론 한국과 베트남 등 한자 문화권으로 확대됐으나, 아직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일본이 세계에서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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