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생선이라도 두 장은 안 됩니다"…비닐봉투 규제 혼란

머니투데이 김태현 기자, 유승목 기자 2019.04.01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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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식품 포장하는 속 비닐 두고 실랑이…'어리둥절' 외국인 관광객, 불편 호소

1일 서울시 종구 한 대형마트에 신선코너에 붙어 있는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 관련 문구 /사진=김태현 기자1일 서울시 종구 한 대형마트에 신선코너에 붙어 있는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 관련 문구 /사진=김태현 기자


“저희도 어쩔 수 없어요. 고기나 생선이라도 이미 포장된 건 비닐봉투 못 드립니다.”

비닐봉투 사용이 전면 금지된 첫날인 1일 오후 서울시 중구 한 대형마트 축산 코너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스티로폼으로 포장된 고기를 비닐봉투로 한 번 더 포장하려는 고객을 대형마트 직원이 제지하고 나선 것. 비닐봉투를 이용하지 못한 고객은 불만을 토로했다.

이모씨는 “자원을 아끼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아무리 잘 싸도 핏물이 흘러나오는 고기나 생선를 한 번 더 포장 못하는 게 하다니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부터 대형 점포 2000여 곳과 165㎡ 이상의 슈퍼마켓 1만1000여 곳에서 일회용 비닐봉투와 쇼핑백을 사용하다 적발되면 최고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앞서 대형마트는 2010년 환경부와 비닐봉지 판매 금지 협약을 맺고 일회용 비닐봉투 대신 종량제봉투와 종이박스 등을 제공해왔다. 일회용 비닐봉투 퇴출 초기 잡음도 많았지만, 현재는 대부분 고객들이 이해하고 종이박스나 장바구니를 이용하는 추세다.

그러나 문제는 신선식품을 담는 이른바 ‘속 비닐’이다. 지금까지 대형마트에서는 신선식품 포장 시 속 비닐을 자유롭게 사용했지만, 앞으로는 고기, 어패류, 두부 같이 수분이 있거나 흙 묻는 채소에만 이용할 수 있다. 사용 장수도 제한돼 한 장만 사용할 수 있다. 스티로폼과 랩으로 별도 포장된 고기와 어패류의 경우에는 사용할 수 없다.



축산 코너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지난달부터 귀에 박히도록 교육 받고, 계속해서 고객들에게 전달을 하고 있지만, ‘비닐봉투 한 장을 아낀다’며 핀잔을 듣기 일쑤”라고 말했다.
1일 오전 명동 시내 한 대형 수퍼마켓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사진=이승목 기자1일 오전 명동 시내 한 대형 수퍼마켓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사진=이승목 기자
대형 수퍼마켓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려 있는 명동 일대 수퍼마켓의 경우 문제가 더 심했다. 일부 외국인 관광객들은 비닐봉투로 바꿔 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하고, 유료로 판매하는 종량제 봉투를 구매하기도 한다.
명동의 한 수퍼마켓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아무래도 대량 구매하다 보니 찢어질 수 있는 종이봉투보다 비닐봉투를 선호한다”며 “바꿔 달라고 하지만, 해법이 없다”고 말했다.

일부 대형 수퍼마켓에서는 주문한 종이봉투가 도착하지 않아 남은 비닐봉투를 소진하는 곳도 있었다. 수퍼마켓 관계자는 “구매 품목이 작은 고객은 종이봉투에 포장해주고 있지만, 짐이 많은 손님은 어쩔 수 없이 재고로 남은 비닐봉투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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