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잃은 터키 에르도안… 16년 철권 통치의 '균열'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19.04.01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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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지방선거서 전체 득표 여당이 앞섰지만
수도 앙카라 등 패배… 이스탄불선 서로 "승리"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21세기 술탄'으로 불리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16년 철권통치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이날 열린 지방선거에서 전체 득표에서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앞섰지만 수도 앙카라에서 패배하는 등 대도시에서는 열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에르도안 대통령과 야당은 서로 승리를 외치는 등 혼란한 상황이다.

3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한국시간 오후 1시) 터키 81개 주에서 광역시장 등 1316명을 뽑는 지방선거가 시작됐다. 현재까지 개표율이 92%를 넘은 가운데, 전체 투표에는 정의개발당(AKP)이 45%가량을 득표해 30%를 얻은 공화인민당(CHP)을 앞섰다. 하지만 수도 앙카라 등 대도시에서는 민심 변화가 감지됐다. 경제난이 가중되자 에르도안 대통령을 향해 대도시들이 먼저 등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수도 앙카라 광역시장 자리는 25년 만에 제1 야당인 공화인민당(CHP)가 가져갔다. CHP는 50.6%를 득표, 에르도안의 정의개발당(AKP)을 3.4%포인트 차이로 따돌리고 승리를 사실상 확정지었다.

경제 중심지인 이스탄불에서는 개표가 98.8%까지 완료된 가운데, AKP가 4400여표의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어 끝까지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여당과 야당 모두 동시에 승리를 선언했다. AKP의 비날리 일디림 후보가 승리를 선언하자 현지 뉴스방송이 더이상 개표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울판고 피콜로 테네오 정치리스크 전략가는 "이스탄불을 제외하더라도 여당이 12개 주요 도시 중 7개 지역에서 패배했다"고 전했다.

CHP 대표 케말 킬리키다로글루는 앙카라, 이스탄불, 이즈미르 등 터키 주요 3개 대도시에서의 승리를 선언하며 "국민은 민주주의적으로 투표했고, 민주주의를 택했다"고 말했다. 에드로안 대통령은 이스탄불에서 "우리가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몇몇 도시에서 패배했다는 사실도 받아들여야 한다. 이것은 민주주의에 필요한 것"이라면서 2023년 차기 선거까지 경제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자유시장 경제와의 타협없이 경제 개혁을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이터통신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수도 앙카라에서 패배한 것은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라면서 "이스탄불은 에르도안이 정치를 시작하고, 90년대 시장까지 맡았던 곳이라 패배시 상징적인 충격이 훨씬 더 클 것"이라고 평가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미 총리 3선, 대통령 재선으로 30년간의 장기집권 길을 터놨기에 급격한 민심 이동은 없었으나 CNBC는 "계획에 중대한 차질을 빚게 됐다"고 전했다.


이번 선거는 지난해 리라화 가치가 30% 폭락하고 물가상승률은 20%에 달하는 등 터키 경제난에 대한 에르도안 대통령 심판대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선거를 앞두고는 터키 금융당국이 리라화를 지키기 위해 무리하게 시장에 개입했다가 증시가 폭락하는 등 여전히 금융시장은 혼란 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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