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회계법인의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 회계업계 분위기에 대해 “감사품질이 최우선”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 만해도 회계법인들은 돈이 되는 대기업 감사건을 따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무리수도 나왔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일단 큰 계약을 따내는 것이 중요한 때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신외감법 시행으로 회계업계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빅4’ 회계법인들은 입을 모아 이제 ‘양보다 질’을 강조한다. 조직의 최우선 전략 목표도 ‘감사품질 향상’에 맞췄다.
삼정KPMG는 24개 산업별 전문 감사 조직을 운영하는 등 산업별 전문성을 강화하는 한편, 감사품질 향상을 위해 조직도 개편했다. 감사품질 개선, 관리 및 감독 등을 맡는 총괄 기구로 감사품질위원회를 신설하고, 별도의 품질관리 코칭 전담팀인 '세컨 라인 오브 디펜스팀'(Second Line of Defense)을 만들어 품질관리 조직을 대규모 보강했다.
김교태 삼정KPMG 회장은 "감사품질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며 “감사품질 제고를 최우선 목표로 새로운 시장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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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품질을 위해 인공지능(AI)도 도입했다. ‘클라라(Clara)’는 글로벌 KPMG가 업계 최초로 개발한 스마트 감사 플랫폼으로, 삼정KPMG는 2017년 회계감사부터 280여개 상장사 감사팀에 클라라의 전수 회계처리 분석기능을 시범 적용했다. 2년 후부터는 모든 회계감사 대상회사에 클라라를 적용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딜로이트안진은 우수 인재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회계감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인력 인프라 확보”라며 “회계사들에 대한 경제적 보상 강화는 물론, 리스크 관리, 근무환경 관리,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유지와 개선에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EY한영은 소속 회계사에게 1년에 100시간을 감사품질 교육시간으로 할애하고 있다.
회계법인들이 고객을 가려서 받으려는 움직임도 큰 변화다.
EY한영 관계자는 “리스크가 많거나 회사 자체의 비즈니스가 좋지 않은 회사의 경우 회계 분식의 유인이 있을 수 있다”며 “앞으로 투명한 경영진이 아니면 감사수임이나 제안 자체를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