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회계발 시장개혁 주도하는 '빅 4'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2019.04.01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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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회계발 시장 개혁 시작됐다]④회계업계 '메이저리그', 시장 놓고 '4강' 각축

편집자주 3월 감사보고서 제출은 연례행사다. 올해는 달랐다. 회계법인은 대폭 강화된 책임에 맞춰 막강한 권한을 휘둘렀다. 기업들의 아우성에 주식시장이 크게 출렁였다. 퇴출 위기에 몰린 곳이 속출했다. 굴지의 대기업도 예외가 아니었다. 내년도 기약할 수 없다. 대한민국이 ‘회계 발 시장 개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2018년 2월 기준 국내 회계법인은 175개다. 이 시기에 한국 공인회계사 수는 2만명을 돌파했다. 이 중 기업체 등에 근무하거나 개업한 인원을 제외하고 회계법인(감사반 포함)에 소속된 회계사는 약 1만2200명. 이들 중 절반 가량은 4대 회계법인, 이른바 '빅4' 소속이다.

회계업계 내 '빅4'의 절대적 영향력은 수습공인회계사 분포에서도 나타난다.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 후 지난해 회계법인에서 수습과정을 거치는 수습공인회계사의 67%를 '빅4'가 싹쓸이했다.



[MT리포트]회계발 시장개혁 주도하는 '빅 4'


'빅4'는 매출액 기준 1위 삼일회계법인을 필두로 삼정KPMG, 딜로이트안진, EY한영의 순이다. 이들 '빅4'는 크게 △회계감사 △세무자문 △재무자문 △컨설팅 등 사업조직을 갖추고 각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름을 대면 알 만한 국내 대기업의 회계감사는 사실상 '빅4'의 몫이다. 회계발 시장개혁을 이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글로벌 회계법인들과 멤버펌 계약을 맺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췄다는 공통점이 있다. 삼일회계법인은 1999년 PwC와, 삼정회계법인은 2000년 KPMG와, 안진회계법인은 2002년 딜로이트 투쉬 토마츠와, 한영회계법인은 1985년 아서 영과 각각 멤버 펌(제휴법인) 계약을 맺었다.



◇삼일회계, 업계 리더십 주도

삼일회계법인은 2016회계연도(2016년 4월~2017년 3월) 504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연매출 5000억원 시대를 열었다. 지난 사업연도(2017년)에는 전년 대비 10% 이상 성장한 5596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소속 회계사수(수습 포함)는 올해 2월 기준 2008명이다.


1971년 십여 명의 회계사가 모여 설립된 삼일회계법인은 지난 48년 동안 단 한번의 합병도 없이 성장을 지속, 국내 최대 회계법인으로 자리매김했다.

2016년 12월부터 김영식 대표이사가 최고경영자(CEO)로서 조직을 이끌고 있다.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후 1978년 삼일회계법인에 입사한 김 대표는 수년 간 삼일의 세무, 감사 부문 대표를 맡아 성장을 이끌었다.

삼일회계법인은 업계 내 가장 많은 전문가를 보유하고, PwC와의 네트워크를 통한 세계적 수준의 전문 서비스를 자랑한다. 지난해 한국 기업들의 주 활동 무대인 미국, 중국, 유럽 등 16개국에 49명의 회계사를 파견했다.

인공지능(AI) 신기술도 회계감사 업무에 적극 도입했다. 모든 감사 프로세스를 전산화했고, 감사 조서 및 관련 증빙도 모두 전산화했다.

주요 감사고객으로는 삼성전자, LG전자, LG화학, 이마트, CJ, 아모레퍼시픽, 삼성물산, 현대건설, 한화 등 대기업과 KB국민은행, IBK기업은행, 삼성생명, 미래에셋생명 등 금융기업들이 있다. 또 네이버, 카카오, 넥슨, 쿠팡 등 기술기업 뿐 아니라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항공사 감사도 맡고 있다.

◇삼정KPMG, 높은 성장률로 2위 굳히기

삼정KPMG는 지난 2011년부터 연평균 14%의 고속 성장을 기록하며 선두를 추격하고 있다. 2017사업연도에는 전년 대비 약 20% 성장한 3828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이는 2011년 대비 2배 이상의 매출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감사, 세무, 어드바이저리 부문 모두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수습을 포함한 소속 공인회계사수는 2017년 기준 1667명이다. 회계법인의 자산은 ‘사람’ 이라고 여기며 우수인재 확보 및 육성을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는 삼정KPMG는 최근 4년 연속 업계에서 신입회계사를 가장 많이 뽑은 회계법인이다. 지난해 뽑은 신입회계사는 370명에 달한다.

삼정KPMG는 김교태 회장이 2011년 5월부터 이끌고 있다.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김 회장은 1981년 KPMG에 입사, KPMG 미국 새너제이 및 영국 런던 오피스에서 근무하며 국제적 업무역량을 쌓았다. 1998년부터 금융 분야의 회계감사, 컨설팅에 주력하며 금융사업본부를 만들어 법인 내 핵심사업본부로 성장시켰다.

삼정KPMG의 연혁은 1969년 KPMG의 전신인 PMM 서울사무소에서부터 시작된다. 당시 정부가 외국계 은행에 대한 문호를 개방하면서 외국 공인회계사의 국내 활동을 허용했고, PMM이 글로벌 회계법인 중 처음으로 한국에 서울사무소를 열었다. 삼정회계법인은 1994년 설립됐고 2000년 KPMG와 멤버펌 계약을 체결했다.

삼정KPMG는 규모가 크고 복잡한 거래가 많은 대형 기업에 대한 풍부한 감사 경험이 강점이다. 또 트렌드를 빠르게 읽고 한발 앞서 미래를 준비하는 회계법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북한의 새로운 시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기업들의 대북사업 지원을 위한 ‘대북비즈니스 지원센터’도 2014년 발족했다.

주요 감사고객으로는 신한금융그룹, 삼성화재, SK텔레콤, 포스코, LG디스플레이 등이다. 2019 회계연도부터 신규 감사 클라이언트가 된 기업은 현대자동차, SK브로드밴드, GS 등이다.

◇딜로이트안진, 젊은 리더십 앞세워 실적회복 가속

딜로이트안진은 올해 3월 ‘빅4’ 회계법인 중 가장 젊은 CEO가 취임해 변화를 이끌고 있다. 올해 50세인 홍종성 총괄대표이사(CEO)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91년 입사해 20여년간 회계감사 및 인수합병(M&A) 관련 업무를 수행했다. 최근까지 재무자문본부를 이끌면서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2017년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로 1년간 상장사 등의 신규감사 계약이 금지되는 등 큰 위기에 처했던 딜로이트안진은 2018년을 기점으로 영업실적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안진회계법인 기준으로 2016년 회계연도 3090억원에 달했던 매출액은 2017년 2919억원으로 감소했다.

영업실적 개선을 위해 딜로이트안진은 경쟁력 있는 세무자문본부와 재무자문본부의 서비스 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회계감사에 인공지능(AI)와 데이터 애널리틱스 등 첨단 회계감사 기술을 접목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올해 3월 초 기준 소속 회계사는 1081명(수습회계사 포함)이다.

1987년 설립된 안진회계법인은 2002년 딜로이트 투쉬 토마츠와 제휴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췄다.

딜로이트안진은 올해 농협금융지주와 관련 그룹사, 현대엔지니어링, 서브원, 한화호텔앤리조트 등 신규 감사계약을 따냈고, LG, LS, 대림산업, 신세계, 삼천리 등과 재계약을 맺었다.

◇EY한영, ‘글로벌 통합’ 강점

EY한영은 2017 회계연도에 2654억원의 매출액을 기록, 전년 대비 약 23% 성장했다. 2015 회계연도까지 ‘빅4’ 중 유일하게 1000억원대 매출에 머물렀던 EY한영은 최근 급성장하며 3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소속 공인회계사(수습 포함)는 1205명이다.

지휘봉을 쥔 서진석 대표는 연세대 경영학과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고, 1990년 EY한영에 입사해 2012년부터 감사본부장을 맡았고, 2015년 CEO 자리에 올랐다. 1965년생인 서 대표는 당시 ‘빅4’ 최연소 CEO였다.

EY한영은 흡수합병을 통해 성장했다. 1982년 설립된 오양회계법인이 1985년 이화 및 정한회계법인을 흡수 합병하면서 회사명을 영화회계법인으로 바꿨고, 같은 해 미국 회계법인 아서 영과 제휴를 맺었다. 이후 1989년 아서 영과 언스트 앤 휘니의 합병으로 탄생한 언스트 앤 영(EY)과 멤버 펌을 체결했다. 1993년 동림회계법인을 흡수합병했고, 2005년 한영회계법인으로 사명을 바꿨다.

EY한영은 ‘빅4’ 중 글로벌 멤버십 통합이 가장 잘 돼 있는 곳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주요 감사, 회계 이슈가 발생하면 멤버십 펌끼리 빠른 소통이 이뤄져 세계 선진 기법을 빠르게 도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데이터 애널리틱스 기법으로 이상 항목을 발견하는 선진화된 감사 도구를 활용하는 등 디지털화에도 강점이 있다.

올해 신규 감사고객으로 한국전력, SK이노베이션, SK에너지, 한솔제지, 한미약품 등이며, SK, 포스코인터내셔널, LG상사, 에스원, 하이트진로, 녹십자홀딩스 등과는 감사 재계약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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