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등급 채권도 부실, 3년 수익률 0.4%…"나의 P2P투자 실패기"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19.03.3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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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258>P2P 3년 투자 후 깨달은 실수

편집자주 투자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알면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신용등급 A- 이상만 골라서 투자했다. 그런데도 연체와 부실이 발생해 P2P 투자 3년 세전수익률이 고작 0.38%다.”



P2P투자는 저금리시대에 5~10%대의 중금리에서 10%가 넘는 고위험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대안 투자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P2P투자는 쉽게 말하면 개인간 대부업이다. 일반 개인들이 P2P플랫폼 업체를 통해 자금이 필요한 사람이나 기업을 골라서 돈을 빌려 주는 형식이다. 국내에서 P2P투자의 역사는 3년이 조금 넘는다.

대출기간은 짧게는 1개월에서 길게는 3년까지 다양하다. 대출금리도 차주의 신용도에 따라 5~10%대에서 높게는 16~18%까지도 오른다. 대출금리가 높을수록 차주의 신용도가 안 좋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만큼 투자위험이 커진다.



P2P투자가 국내에 처음 등장한 2015년 말부터 꾸준하게 투자해온 P씨는 최근 자신의 P2P투자 누적수익률(세전)이 0%대로 추락하는 걸 지켜봤다. 채권당 투자한도를 엄격히 지키고 신용등급도 우량채권만 골라서 까다롭게 투자를 했는데도 실패에 가까운 성적이 나오자 P씨는 자신의 저조한 투자수익률을 믿을 수가 없었다.

사실 지난 3년간 P2P투자 방식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처음 P2P투자가 등장했을 땐 채권 형태나 투자 방식이 다양하지 않았고 제한적이었다. 신용채권이 거의 대부분이었고 채권당 투자한도도 없었다. 이후 부동산 투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지금은 부동산담보나 부동산PF 투자가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그리고 연체와 부실도 늘면서 P2P투자 손실 위험도 자동적으로 커졌다. 이에 채권당 투자한도 규정이 생기고 지금은 동일한 채권에 대해 최대 500만원까지만 투자가 가능하도록 축소됐다. 그리고 1인당 총 투자금액도 연간 2000만원으로 제한했다. 과다한 투자로 인한 손실 발생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이다. 단 소득이 많은 사람은 전문투자자로 등록하면 총 투자금액을 올릴 수 있다.


P씨는 P2P투자가 처음 등장한 당시부터 위험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채권당 투자 한도를 100만원으로 정하고 신용등급도 A- 이상인 채권만 선별적으로 골라 투자했다. 그리고 '몰빵'을 피하고 다수의 채권에 투자하는 포트폴리오 투자를 고집했다. P씨는 나름대로 최선의 위험관리를 하면서 최대의 수익률을 추구했다고 자부했다.

그런데도 P씨의 3년 투자수익률(세전)은 0.38%로 곤두박질쳤다.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포트폴리오 투자를 했고, A- 이상인 채권만 골라서 선별 투자를 했는데도 말이다. 무엇이 잘못됐을까? 3년 P2P투자를 하고 실패를 겪고 난 뒤 P씨가 깨달은 자신의 실수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P2P투자는 100% 안전한 예금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경고의 말은 모든 P2P투자 상품에 명시돼 있고 P씨도 머릿속으로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P씨는 자신의 투자만큼은 연체나 파산, 회수불능 등의 이유로 부실이 될 거라고 조금이라도 의심하지 않았다. 예상연체율이 얼마고 평균 연체율이 얼마라고 보여줘도 자신의 투자만큼은 안전하게 상환될 거라 믿었다. 특히 자신은 신용도가 높은 상품에 골라서 투자하기 때문에 '부실위험이 제로'라고 여겼다.

만약 자신이 투자한 P2P상품이 만기에 전액 상환되지 못하고 일부분 부실이 발생한다고 하면 어느 누구도 쉽게 P2P투자에 뛰어들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P2P투자는 평균적으로 부실이 발생한다. 이것은 팩트다. 아무리 신용등급이 A라 해도 부도가 나서 투자금 전액 혹은 일부분이 상환 불능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체계적인 위험관리가 중요하고 필요하다. 부실 가능성을 우려해서 투자한도를 정하고 금리가 낮아도 신용도가 높은 상품만 골라서 투자해야 한다. 그렇다 해도 100% 안전한 P2P투자상품은 존재하지 않는다. 예컨대 P씨도 투자한도를 100만원으로 정하고 신용도 A- 이상 상품만 골라서 투자했지만 부실 위험을 피하지 못했다.

둘째, 주먹구구식의 분산 투자로는 위험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없다는 점이다. 특정한 한 두 상품에 소위 ‘몰빵’ 투자를 하는 대신 여러 상품에 분산해 투자를 하면 투자손실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을 P씨는 잘 알고 있었다. 재무학에서는 이를 포트폴리오 투자라 부른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는 투자 격언이 바로 분산 투자, 포트폴리오 투자의 중요성을 말해 준다.

포트폴리오는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P2P 등 모든 투자에 적용된다. 특히 투자위험이 높을수록 그 중요성은 더욱 강조된다. 그래서 일부 P2P투자 플랫폼에서는 포트폴리오 투자 방식을 권유하며 여러 상품에 자동으로 분산투자가 가능하도록 하는 투자 옵션을 두고 있다.

그런데 포트폴리오 분산투자도 100% 안전한 게 아니다. 플랫폼 업체에서 구성하고 제공하는 포트폴리오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체계적이지 않은 무늬만 포트폴리오 투자는 더욱 그렇다. 예컨대 다수의 채권에 투자를 하면서도 각 채권마다 투자금액을 주먹구구식으로 다르게 할 경우엔 효과적으로 투자위험을 통제할 수 없다.

P씨의 경우엔 플랫폼 업체에서 구성한 포트폴리오 상품은 안심하다 여기고 투자한도를 최고 수준까지 올려 투자했는데, 여기서 부실이 나면서 손실이 커졌다. 그리고 다수의 채권에 분산투자했지만 한도 100만원까지 투자한 채권이 너무 많았다. P씨가 큰 손실을 본 대부분의 채권은 신용등급 A- 이상으로 한도 100만원까지 투자된 채권들이었다.

P2P투자는 연체나 부실이 날 것을 사전에 미리 알 수 없다. 그리고 실제로 연체나 파산이 발생한 후에 추심이나 회수도 쉽지 않다. P2P투자에서 투자자가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은 채권당 투자한도를 줄이는 것밖엔 없다. 일부 P2P투자 플랫폼은 투자한도를 5만원 혹은 10만원으로 확 낮췄다.

포트폴리오 분산투자를 한다고 안심해선 안되고, A- 이상 우량채권만 선별 투자한다고 방심해선 안된다. 다른 어떤 위험관리보다도 투자한도를 제한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위험관리 방안임을 P씨는 3년의 투자실패 후 깨달았다.

A등급 채권도 부실, 3년 수익률 0.4%…"나의 P2P투자 실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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