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이지혜 디자인기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를 개선하고 복지를 증진함과 아울러 그 지위 향상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2012년 시행된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에 담긴 내용이다. 그 후 7년이 지났지만, 사회복지 종사자들의 처우는 여전히 '바닥'이다. 지난해 한 사회복지공무원은 업무 부담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투신했다. 또 다른 사회복지사는 올해 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사람 취급 못 받으며 일하는 제 자신이 죽고 싶을 만큼 무시당하고 있다"는 청원을 올렸다.
◇야근은 일상, 야근수당은 '사치'?
지난해 5월8일 참여연대, 한국노총,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등이 참여한 노인장기요양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노인돌봄 정책을 요구하는 정책제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2018년 기준 사회복지사 직급별 월 기본급(1호봉 기준). 사회복지사들의 보수는 다른 직업에 비해 낮은 편이며, 경력이 쌓이거나 직급이 올라도 크게 상승하지 않는다./자료=보건복지부
법을 지키려 해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경기도의 한 지역아동센터 센터장 B씨는 "연장근로수당을 줄 여력이 없어 직원들의 8시간 근무를 지키려 노력한다"면서도 "하지만 할 일이 많아 어쩔 수 없이 센터장인 내가 12~14시간 정도 근무한다"고 말했다. 양심적이든 비양심적이든 누군가는 반드시, 부담을 떠안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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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노출에 법인 갑질까지..."동료에 푸념하고 털어요" 18.2%
사회복지사들은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6일 발간한 '사회복지종사자 인권 보호를 위한 개선과제'에 따르면, 2016년 서울시 사회복지 종사자 1364명 중 48.5%가 시설 이용자에게 연 1회 이상 정신적 괴롭힘을 당했다고 나타났다. 신체적 괴롭힘을 당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14.9%, 성적 괴롭힘을 당한 비율은 14.7%에 달했다.
시설을 운영하는 법인의 갑질도 심각하다. 야근·주말 출근은 물론, 종교 행사 참여 등을 강제하기도 한다. 국회입법조사처 조사에서 종사자 중 266명(19.5%)은 법인 또는 시설의 종교적 압박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마천종합사회복지관에 근무하는 김기홍 사회복지사는 "이전 법인인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은 매주 월요일 조기출근을 시켜 종교행사를 강요했고, 직원들에게 매달 10만원씩 후원금을 갈취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임금체불 등 법인의 부당노동행위로 소송 중이다.
/자료=국회입법조사처
노동권을 보장받기도 힘들다. 사회복지시설 중 46.2%는 노사협의기구가 없으며, 노동조합이 있는 시설은 3.4%에 불과하다. 연장근무 등 각종 처우가 노사 협의로 결정되지만 정작 협의할 수 있는 조건이 없는 셈이다. 사실상 '원청'인 정부는 시설을 평가할 때 관련 지침의 유무만 파악할 뿐, 자세한 실태는 반영하고 있지 않다.
◇본질적 해법은? '국가의 하청 노동'부터 바꿔야
사회복지사들의 처우를 개선하려면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시급하다. 최병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사회복지 종사자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법인 및 시설의 관리감독 철저 △실효성 있는 인권교육 △실효성 있는 사회복지시설 평가지표 체계 마련 △이용자 특성 고려한 폭력 피해 예방 매뉴얼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고용 이중구조 개선'을 꼽는다. 현재 사회복지사업은 정부·지자체가 민간 법인에 시설 운영을 위탁하는 구조다. 정부에서 임금을 받지만, 실질적인 '갑'은 인사권을 가진 법인이다. 김기홍 사회복지사는 "명령을 내리고 갑질하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고 꼬집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는 서울시의 사회서비스원 시범사업 출범에 반발해 서울시청 앞에서 25일부터 닷새간 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은 사회복지시설의 직접 운영 계획 수립, 장애인거주시설 탈시설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조해람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