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中 일대일로 유화발언…외교적 수사? 본심?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2019.03.27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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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적극적 역할 원한다" 융커 "'경쟁자'는 칭찬의 표현"…'호혜성' 'EU 단일' 대응 원칙은 여전히 강조

(파리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회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6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다자회담을 시작하기 전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날 만남은 시 주석의 프랑스 국빈방문에 맞춰 중국-유럽 간 주요 이슈를 논의하기 위한 차원에서 마련됐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파리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회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6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다자회담을 시작하기 전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날 만남은 시 주석의 프랑스 국빈방문에 맞춰 중국-유럽 간 주요 이슈를 논의하기 위한 차원에서 마련됐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6일(현지시간) 끝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유럽 순방에서 EU(유럽연합) 지도자들이 중국의 역점 대외 협력 사업인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에 대해 이전보다 유화적인 발언을 내놨다. '호혜성'이라는 조건을 달긴 했지만 참여 가능성을 열어놓는 등 최근 중국을 '체제 경쟁자'로 까지 규정했던 것에 비하면 훨씬 부드러워진 발언이다. EU 차원에서 구체적인 액션이 이뤄진 것이 없고 여전히 관망세라는 점에서 외교적 수사로 봐야한다는 시각과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원하는 유럽의 본심을 내비친 것으로 '수사 이상'의 의미가 담겼다는 해석이 갈리고 있다.

◇"모든 국가, 일대일로 참여 환영" 시진핑 '일대일로' 구애= 27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초청으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이 함께 참석한 가운데 파리에서 열린 중⋅프랑스 글로벌 지배포럼 폐막식 축사를 통해 "프랑스를 포함해 세계 각국이 일대일로 공동 건설에 적극 참여하는 걸 환영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들 유럽 리더들과의 다자회담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유럽과 중국 간에는 차이가 있고, 경쟁이 일정 부분 있지만 협력이 지금의 중국과 EU 관계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21일 첫 방문지인 이탈리아에서 G7(주요 7개국) 중 처음으로 정부 차원의 일대일로 참여 합의를 끌어낸 데 이어 전날 파리에서 가진 마크롱 대통령과의 만남에서도 400억 유로(51조2252억 원) 어치 경협 보따리를 안기며 일대일로 참여를 구애했다. 중국은 일대일로가 참여국들이 '윈-윈' 할 수 있고, 다자주의를 풍부하게 판드는 호혜적인 프로젝트라고 주장하지만 미국 등 서방에서는 중국이 경제력을 통해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참여국들을 '부채늪'에 빠뜨리고 있다며 경계해왔다.

◇메르켈, 융커 등 EU 지도자 유화 발언= 시 주석의 구애에 EU 지도자들은 이전보다 유화적인 반응을 내놨다. 마크롱 대통령은 전날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 후 "프랑스는 EU의 상호 협력 전략과 일대일로의 연결 강화를 지지할 것"이라며 "다음달 개최되는 제2회 일대일로 협력 정상포럼에도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도 이날 공동기자회견에서 일대일로와 관련해 "우리는 유럽인으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기를 원한다"면서 "그것이 호혜적인 것이어야 하며,우리는 이에 대해 여전히 약간의 논란이 있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계속해서 "우리는 이 프로젝트를 상호 작용, 상호 관계, 상호 의존의 좋은 구현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의 유럽 방문이 중국의 부상에 대한 유럽의 회의적인 시각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의 발언은 이전 보다 호의적인 표현으로 해석된다. EU집행위원회는 지난 11일 중국을 '경제적 경쟁자이자 체제 경쟁자'로 규정해 떠오르는 중국 파워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낸 바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앞서 이탈리아가 일대일로 참여 양해각서에 서명하기 하루전인 지난 22일 중국의 유럽 투자를 언급하면서 "유럽이 순진했던 시절은 끝났다"면서, "중국 기업들이 항구 같은 유럽의 인프라를 매입하도록 허용 하는 건 전략적 오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융커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쟁자'라는 표현과 관련해 "중국이 '경쟁자'라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공통된 야망을 표현하는 칭찬"이라고 말해, 적대감을 다소간 누그러뜨렸다.

◇'호혜성' 'EU 단일 대응' 여전히 강조= 이같은 유화적인 발언에도 불구하고 EU가 일대일로에 전향적으로 돌아섰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일대일로에 대한 관심을 보이면서도 기존에 문제 삼았던 '호혜성'을 여전히 지적하고 있고, 'EU 단일 대응' 원칙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4월12일 예정된 EU-중국 정상회의를 주재할 융커 위원장은 "중국 기업들이 유럽에서 누리는 것처럼 유럽 기업들 역시 중국에서 비슷한 수준의 시장 접근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중국이 EU의 통합성을 존중해야 한다"며 "EU 지도자들은 (중국을 포함한) 주요 파트너들이 그동안 EU가 보여준 통합성과 가치를 존중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등 유럽 내 개별국가를 상대로한 중국의 일대일로 공세를 지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시 주석의 이번 유럽 순방이 중국이나 일대일로에 대한 반감을 누그러뜨리는데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이탈리아 로마에 소재한 국제문제연구소의 아시아 담당 선임연구원인 니콜라 카사리니는 "메크켈과 융커의 일대일로에 대한 긍정적인 어조는 진정성이 있었다"면서 "단순한 예의 이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럽의 많은 사람들이 미국의 일방주의와 미국과 유럽 관계의 악화라는 현 상황에서 중국과 더 긴밀한 관계를 선호한다"면서 "EU의 문제는 중국이 아니라 개별 회원국이 브뤼셀(EU 본부)과 사전 협의 없이 사업에 참여하거나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참여 의사 결정에 깊숙이 관여한 미켈레 제라치 경제개발부 차관도 전날 중국 하이난에서 열린 보아오포럼 행사장에서 "이탈리아는 중국과 정부 간 협력 필요성을 더욱 크게 느끼고 있다"면서 "내가 알고 있는 바로는 (앞으로) 두 개의 유럽 국가가 일대일로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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