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40%가 중국편...와해된 트럼프 反화웨이 전선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19.03.27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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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회원국들이 화웨이 도입 알아서 결정" 美요청 무시…전세계 GDP 41.4% 국가들이 화웨이 이미 지지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반(反)화웨이 운동이 또 암초를 만났다. 유럽연합(EU)이 회원국들이 미국의 요청을 무시하고, 회원국들이 각자 판단하라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현재까지 전세계 경제의 40% 이상을 책임지는 국가들이 화웨이에 손을 들어주거나 그럴 확률이 높아, 사실상 미국의 패배로 굳어지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EU집행위원회는 이날 회원국들이 자율적으로 화웨이의 5G(5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 장비 도입 여부를 결정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화웨이 5G 사용을 금지하라고 주장한 미국의 요청을 사실상 무시한 것이다. EU측은 앞으로 자체적으로 화웨이 장비의 위험성을 평가하고 회원국들에게 관련 내용을 공유할 예정이다.



이로써 화웨이를 지지하거나, 지지할 가능성이 큰 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전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1.4%로 나타났다. 전세계 경제의 40% 이상을 책임지는 이들이 미국의 반대편에 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이 응하거나 응할 가능성이 큰 국가들의 GDP 비중은 34.9%로 사실상 미국이 패배하고 있다.

현재 화웨이를 지지하는 나라는 중국·인도네시아·사우디아라비아·남아프리카공화국·터키·아랍에미리트연합(UAE)로 이들의 경제규모는 전세계의 19.8%이다. 이밖에 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 유럽국가들을 비롯해 브라질·아르헨티나 등 남미, 필리핀·싱가포르 등 동남아 국가들은 화웨이를 배제할 가능성이 낮은 국가들로 분류된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도 화웨이 배제 가능성이 낮다고 분류했다. 이들의 GDP 비중은 21.6%이다.
반대로 화웨이 장비를 배제한 국가는 미국·일본·호주·대만 등 4개국으로 전세계 GDP의 32.6%를 차지하고, 배제할 확률이 높은 국가는 캐나다와 뉴질랜드(2.3%)였다.



유럽이 화웨이를 배제하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화웨이는 전세계 네트워크장비의 3분의 1 이상을 공급하는 세계 최대 사업자인데다가 가격도 경쟁사보다 저렴하다. 게다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유럽을 순방하며 돈보따리를 풀고 있다. 지난 25일 시 주석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만나 에버서스 항공기 300대 구매 계약 등 총 400억유로(약 51조원)에 달하는 경협 패키지를 안겼다. 유럽 경제는 일본의 장기불황을 따라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침체 국면으로 접어드는데 EU는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적자 확대는 극히 경계하고 있다. 통화 운신의 폭이 좁은 만큼 외국의 투자 등 외부 자금 수혈에 기댈 수 밖에 없는데, 때마침 시 주석이 돈을 풀고 있어 유럽이 화웨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도 시 주석이 유럽 순방을 하면서 거센 화웨이 로비 압박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통신은 미국이 아직 화웨이 배제 캠페인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사이버안보 참모진을 독일로 급파해 설득전에 돌입했다. 하지만 앞서 지난 19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화웨이 문제에 대해 "(미국이) 이렇게 민감한 안보 문제를 공개적으로 논의하자는 걸 이해할 수 없고, 특정 국가의 회사라는 이유로 단순히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 승부는 애매한 태도를 취하는 벨기에·노르웨이·인도·영국·베트남 등의 국가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들 국가의 GDP 비중은 9.9%로 미국이 포섭에 성공하면 국가경제 규모로는 친화웨이와 반화웨이파간 팽팽한 균형을 이룰 수 있지만, 이들마저 놓치면 미국은 사실상 패배를 확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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