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결' 미리 알았나…주총장 불참한 조양호 父子

머니투데이 이건희 기자 2019.03.27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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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스케치]조양호 연임 부결 선언에 1시간 만에 주총 마무리…주주 간 고성 오가 는아수라장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 대리인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 대리인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조양호 한진 (21,100원 ▲50 +0.24%)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21,900원 ▼50 -0.23%)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했다. 치열한 표 대결이 이뤄질 거라는 예상과 달리 주주총회 의장의 '부결 선언'으로 이 사실이 선포됐다. 조 회장과 조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부결 선언'을 예견한 듯 이날 주총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27일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제57기 정기주총을 열고 1시간 만에 주총을 마무리했다.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을 두고 장외전이 치열했던 만큼 주총은 시작 한 시간 전부터 준비된 좌석(200석 이상)의 90%가 찼다.



이날 주총의 의장 역을 맡는 대표이사석은 조 회장, 조 사장도 아닌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 부사장이 채웠다. 예상대로 우 부사장이 의장을 맡았다. 주주 확인 시간이 길어져 주총 시작 시간도 10분 지연되는 등 긴장감은 고조됐다.

주총에서 다룬 안건인 △재무제표 승인 △정관 변경 △이사 선임(사내이사 1명, 사외이사 1명)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이 상정될 때마다 주주들 간 발언 경쟁은 치열했다.



첫 안건인 재무제표 승인 안건부터 위임장을 받고 주총에 출석한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김남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 등이 발언권을 얻어 회사에 발생한 손해에 대해 경영진의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일부 주주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국회에서 이야기하라"며 소리를 지르거나 발언을 제지하려고 했다.

최대 관심사로 꼽혔던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가기까지 주주들 간 고성 경쟁은 이어졌다. 전날(26일) 국민연금이 의결권 반대 행사를 결정하고, 소액주주의 의결권 행사에 따라 결과를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 대리인들이 의사 진행에 관하여 항의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 대리인들이 의사 진행에 관하여 항의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그러나 우 의장은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상정되면서 연이어 결과까지 안내했다.


그는 "조양호 사내이사 선임의 건은 사전에 확보한 위임장 등 의결권 행사 내역을 확인한 결과 참석 총 주주는 7004만946주로 총 의결 총수의 73.8%가 참석했다"며 "참석자 중 찬성은 4489만1615주로 64.1%, 반대는 2514만9332주로 35.9%가 나와 정관 상 의결 정족수인 3분의2를 충족하지 못해 부결됐다"고 선포했다.

주주들은 술렁였다. '대한항공 정상화를 위한 주주권행사 시민행동'(시민행동) 측으로 주총에 참석한 이들은 "현장 주주 의사를 확인하지 않느냐"고 항의했다.

의장은 "오전에 참석하신 표 숫자를 모두 확인해 모두 찬성을 하더라도 결과가 뒤집히지 않아 굳이 투표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일부 주주는 "현장에서 권리 행사도 안했는데 공산당처럼 이러는 건 처음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바탕 소란이 끝난 뒤 의장은 박남규 사외이사 신규 선임 안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을 10분도 안 돼 처리한 뒤 주총을 마무리했다. 당초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던 주총은 시작한 지 약 한시간 만인 오전 10시15분쯤 마무리됐다.

시민행동 측은 주총이 마무리된 뒤 현장 기자회견을 통해 대한항공의 주총 진행방식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주총에 참석한 일부 주주들은 "현장에서 표 권리 행사도 못했다"며 허무함을 드러냈다.

부결 선언 선포를 직접 들은 대한항공 직원들도 어두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조 회장과 조 사장은 이 상황을 예견한 듯 주총 전후로 끝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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