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하강 얼마나 이어질지 몰라" 위기감 흘러나온 삼성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9.03.26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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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 실적 예고…최고경영진 차원서 공시 결단
시장 회복기 대비 초격차 전략 강화

"실적하강 얼마나 이어질지 몰라" 위기감 흘러나온 삼성


"가장 큰 걱정은 이번 다운턴(하강국면)이 얼마나 깊고 길게 이어질지 모른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가 창립 이래 처음으로 공식발표 전에 실적 부진을 예고하고 나선 26일 반도체 사업부에서 흘러나온 얘기다. 지난 20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중장기 반도체 시장 성장을 자신하던 것과 비교해도 일주일만에 분위기가 확연하게 달라졌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국내 대기업을 통틀어도 분기 결산이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 곳간 상황을 먼저 공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최근까지 집계된 1분기 실적이 시장 실적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경영지원실에 보고되자 최고 경영진 차원에서 현황을 사전에 공개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위기감이 크다는 얘기다.



◇ 반도체 2년3개월만에 4조 붕괴 유력= 이날 삼성전자가 공시한대로 반도체 부문 실적이 급감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1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각각 3조9000억원, 3조7000억원에 그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이대로 나온다면 2016년 4분기 4조9500억원을 기록한 이후 2년 3개월만에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 4조원 선이 무너지게 된다. 지난해 4분기 7조7700억원을 제외하면 2017년 4분기부터 1년 동안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넘었던 데 비해 차이가 크다.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11조5500억원)과 견주면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두 증권사는 삼성전자가 반도체와 함께 동반 부진을 언급한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5000억~7000억원대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디스플레이 부문이 적자를 낼 경우 2016년 1분기 2700억원 손실 이후 3년 만이다.

이날 공시에서 빠졌지만 스마트폰이 주력인 IM(IT&모바일) 부문 실적도 2조원 안팎으로 약세를 면치 못한 것으로 예상된다. 3월 출시된 갤럭시S10 시리즈가 흥행몰이를 이어가고 있지만 분기 실적을 끌어올리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는 분석이다. TV·가전 사업부의 경우 지난해 1분기보다 약진한 5000억~8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보이지만 전체 실적엔 큰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실적하강 얼마나 이어질지 몰라" 위기감 흘러나온 삼성
◇상저하고도 불확실…"미래 준비 박차"
= 시장의 관심은 상저하고(상반기 실적 부진 이후 하반기 회복) 실현 가능성에 쏠린다. 하지만 실적 하락세가 예상보다 가파르다 보니 상반기 실적 부진의 골이 깊을 경우 하반기 회복이 더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잖다.


회복 열쇠를 쥔 반도체 시장 여건부터 순탄치 않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이끄는 김기남 부회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2019년 하반기에 반등 가능성이 크다"고 했지만 최근에는 "시장이 언제 회복될지 단정하기 이르다"는 신중론으로 돌아섰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올 하반기에도 세계 정치·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신규 수요가 시장을 회복시키기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비정상적인 수준까지 치솟아 최근 가파른 하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격이 수요를 자극하기에 높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디스플레이 부문 역시 고수익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의 최대 고객사인 애플 등 스마트폰 업체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의 스마트폰 LCD(액정표시장치) 물량 공세도 거세다. 중국 스마트폰업체 샤오미와 화웨이가 중국산 LCD 패널을 채택했다. 스마트폰 부문은 갤럭시S10 시리즈를 필두로 중국시장 점유율 회복을 두고 일진일퇴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공시에서 단기적으로 제품 차별화와 원가경쟁력 개선을, 중장기적으로 주력사업 경쟁력 제고와 R&D(연구개발) 투자를 통한 역량 강화를 위기극복 전략으로 꼽았다. 2000년대 초중반 두 차례의 메모리반도체 치킨게임에서도 이런 전략으로 살아남은 전력이 있다.

삼성전자가 중국 시안 반도체공장과 화성 7나노 파운드리 연내 가동, 내년 3월 평택 2공장 조기가동 등 공급 플랜에 박차는 가하는 것도 이런 판단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시장이 회복될 때까진 고된 행군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문제는 그 사이 무엇을 준비해서 새로운 시장에 대처하느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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