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신제품 내고 과자사업도"…새 판짜는 하이트진로

머니투데이 정혜윤 기자 2019.03.24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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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 그룹 지배구조 정점있는 서영이앤티, 내부 거래 비중 줄이고 종합식품유통기업으로 도약 목표

하이트진로의 맥주 신제품 청정라거 테라가 21일 홍천공장에서 첫 출고되고 있다./사진=하이트진로하이트진로의 맥주 신제품 청정라거 테라가 21일 홍천공장에서 첫 출고되고 있다./사진=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 (21,000원 ▼100 -0.47%) 그룹이 주류 사업을 손보고 제과유통 사업을 시작하는 등 새판짜기에 나섰다. 고전을 면치 못했던 맥주 사업은 신제품으로 반전을 노리고, 효자노릇을 하는 소주는 도수를 낮춰 파이를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계열사 서영이앤티도 리스크요인인 내부거래 비중을 줄여 그룹의 분위기를 반전시키려는 것이다.

하이트진로가 6년 만에 선보인 맥주 신제품 '청정라거-테라'는 지난 21일부터 전국 단위로 유통에 들어갔다. 하이트진로는 테라를 통해 맥주 사업 적자를 해소하겠다는 목표다. 동시에 '참이슬 후레쉬' 소주 알코올 도수는 1년 만에 17.2도에서 17도로 내렸다. 저도주, 부드러운 소주를 원하는 소비자 입맛에 따라 도수 인하를 결정한 것이다.



하이트진로의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3년간 정체돼 있는 매출액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특히 5년째 지속된 맥주부문 적자 탈출 의지가 강하다. 하이트진로는 2015년 1조 9075억원 매출액을 기록한 뒤 지난해(1조 8856억원)까지 최근 3년간 1조 8000억원대 매출액을 유지하고 있다. 영업이익은 2016년 1240억원대에서 2017년 872억원대로 줄었고, 지난해는 904억원을 기록했다.
참이슬을 대표로 한 소주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각각 1조 1064억원과 1223억원으로 전년대비 증가세를 보였지만 맥주는 감소세를 지속했다. 지난해 맥주부문 매출액은 7460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3.5% 가량 줄었고 영업이익은 전년에 이어 203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21일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호텔에서 진행된 '서영이앤티 몬델리즈 사업발표회'에서 서영이앤티는 몬델리즈 인터내셔널사와 국내 독점 수입 및 판매에 관한 공식 유통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몬델리즈 아시아 총괄 매니저 콜린 팡, 서영이앤티 허재균 상무, 서영이앤티 이인우 사장, 몬델리즈 아시아 지사장 카렌 푼, 몬델리즈 아시아 담당자 벤자민 림.21일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호텔에서 진행된 '서영이앤티 몬델리즈 사업발표회'에서 서영이앤티는 몬델리즈 인터내셔널사와 국내 독점 수입 및 판매에 관한 공식 유통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몬델리즈 아시아 총괄 매니저 콜린 팡, 서영이앤티 허재균 상무, 서영이앤티 이인우 사장, 몬델리즈 아시아 지사장 카렌 푼, 몬델리즈 아시아 담당자 벤자민 림.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서영이앤티에대해서도 내부 거래 비중을 줄일 계획이다. 서영이앤티는 하이트진로의 계열사로 생맥주 기기를 제조·납품하는 회사이지만, 지주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 27.66%를 보유하고 있다.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의 장남 박태영 하이트진로 부사장이 58.44%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고, 차남 박재홍 서영이앤티 상무 21.62%, 박 회장 14.69%, 박 회장의 형 박문효 하이트진로산업회장이 5.16%를 보유하는 등 총수 일가 지분이 99.91%에 달한다.



서영이앤티 2017년 매출은 851억원으로 하이트진로와 내부거래 금액은 199억원, 내부거래 비중은 약 24%에 달한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총수일가 지분율이 20%를 넘는 경우 내부거래 금액 200억원, 내부거래 비중이 12% 이상일 경우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받는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는 2008년부터 2017년까지 하이트진로와 서영이앤티의 부당 내부거래를 포착하고 각각 79억5000만원, 15억7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어 검찰은 지난달 박 부사장, 김인규 하이트진로 사장, 김창규 전 상무 등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하이트진로가 10년간 총 43억원 상당의 일감을 서영이앤티에 몰아줬다고 판단했다.

업계에서는 서영이앤티가 신사업 확대도 이와 무관치않다고 본다. 서영이앤티는 오는 4월부터 동서식품의 지주회사인 동서가 취급하던 글로벌 제과회사 '몬델리즈'의 호올스 등 5개 브랜드를 국내에 독점 유통할 계획이다. 점차 브랜드 수·종류를 늘려 종합식품유통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한 업계관계자는 "서영이앤티의 대외 사업 구조가 탄탄해 질수록 하이트진로와의 일감몰아주기 논란에서 벗어나기 쉬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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