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삶]유리지갑 저소득 직장인, 야속한 4대보험료

머니투데이 세종=최우영 기자 2019.03.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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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권 저소득 근로자에게는 월급 중 8.52%도 부담

[일이삶]유리지갑 저소득 직장인, 야속한 4대보험료


"4대보험 왜 가입하라고 강요하는지 모르겠어요.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데 굳이 보험료를 다달이 떼어가는 게 아까울 뿐이죠."

사업체에 소속돼 급여를 받는 근로자들의 처지를 가장 잘 나타내는 말 중 하나가 '유리지갑'이다. 사업주를 통해 정부에 소득신고가 되기 때문에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피할 도리가 없다.

근로자들의 불만은 소득세와 지방소득세보다 사회보험료에 쏠린다. 통상 보험은 혜택을 받고자 하는 이들이 가입하기 마련인데, 4대보험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가입되기 때문에 '뜯긴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이 같은 불만은 최저임금을 받거나, 이를 크게 넘지 못하는 저소득층 근로자에게 몰린다. 사회보험료 중 근로자가 납부하는 것은 국민연금(4.5%), 건강보험료(3.23%), 장기요양보험료(건보료의 4.255%로 총 급여의 0.14%), 고용보험료(0.65%)다. 200만원을 받는 근로자의 경우 월급 중 총 17만원 가량(8.52%)이 사회보험료로 지불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저임금 영향권 근로자들 중에는 실수령금액을 높이기 위해 사업주에게 사회보험에 가입시키지 말아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2017년 기준 최저임금의 120% 이하 급여를 받는 최저임금 영향권 근로자 수는 조사기관에 따라 281만명(고용노동부)부터 481만명(통계청)까지 숫자가 일정치 않은데, 저소득 근로자가 사회보험가입을 기피하는 것도 통계가 부정확한 이유 중 하나다.



정부가 사회보험 가입을 독려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세수 확보다. 사회보험 가입을 통해 투명한 소득 파악이 가능하고, 사회보험료뿐 아니라 소득세와 지방소득세를 걷는 데이터베이스로 활용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사회안전망 확충이 있다. 노후소득 보장이 안된 근로자들을 국민연금에 가입시켜 적게나마 노후에 연금을 받을 수 있게 하고, 건강보험을 통해 저렴한 가격에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게 한다. 무엇보다 고용보험을 통해 실직시 최소한의 생계를 위한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오른 데 따른 대책으로 일자리안정자금을 사업주에게 지원했는데, 이때 지원조건이 사회보험 가입이었다. 사회보험 가입을 꺼리는 근로자들을 유인하기 위해 두루누리 사업을 병행했다. 두루누리사업은 10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자 중 월 평균 보수가 210만원 미만인 이들에게 고용보험·국민연금 보험료를 3년간 최대 90%까지 지원한다.


두루누리사업에 힘입어 지난해 고용보험 피보험자는 2017년에 비해 47만명(3.7%) 늘었다. 하지만 두루누리사업으로 지원 받지 못하는 고용보험·국민연금의 10%와 건강보험료조차 내기 아까워하는 저소득층 근로자들은 여전히 적지 않다.

다행인 것은 이 같은 저소득층 근로자들의 사회보험료를 대신 내주려는 지자체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강원도를 시작으로 올해 경남, 충남, 대전, 서울 등에서 두루누리사업과 매칭해 10인 미만 영세사업장의 저소득근로자들의 사회보험료를 전부 납부해주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이같은 움직임이 전국 지자체로 확대되길 바라고 있다.

문제는 제도의 영속성이다. 저소득 근로자의 사회보험료 지원사업이 지자체장의 성향에 따라 중단될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보험료를 지원해준다며 근로자들의 지갑을 들여다보다가, 어느 순간 지원은 끊기고 지갑에서 보험료만 빼갈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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